핵심 요약
- 세쿼이아 파트너 줄리앙 벡은 유명 기업의 연락을 기다리기보다 투자 기회를 직접 찾는다고 설명했다. 오랜 관계를 통해 성사된 시타델 증권 투자와 내부 반대에도 추진한 스페이스X 투자를 사례로 들었다.
- 투자위원회에서는 창업자의 발표를 듣고 구성원들이 독립적으로 의견을 낸다. 벡에 따르면 최종 판단에는 투자를 제안한 파트너의 확신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창업자를 평가할 때는 이력이나 발표 능력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벡은 과거의 선택을 반복해서 묻고, 추천인의 평가가 나온 맥락까지 살핀다고 말했다.
- 벡은 AI 에이전트가 구매와 업무 수행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기업용 제품의 데이터와 신뢰가 전환 비용으로 남는다고 봤다.
- 고객 지원처럼 결과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업무에서는 소프트웨어 사용료 대신 처리 결과에 비용을 매기는 모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판단이 모호한 업무에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는 조건도 붙였다.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투자
벡은 세쿼이아가 다음 유망 기업의 전화를 기다린다는 인식을 부인했다. 그에 따르면 초기 투자팀의 구성원은 각자 기회를 찾고 성과를 내야 한다. 동시에 투자 후에는 한 사람의 거래가 아니라 팀 전체의 투자로 다뤄야 창업자를 도울 인맥과 경험을 함께 쓸 수 있다.
그는 시타델 증권 투자를 관계 구축의 사례로 들었다. 동료 파트너가 켄 그리핀과 학생 시절부터 관계를 이어가며 여러 해 동안 투자 가능성을 타진했고, 결국 외부 자본을 받은 적이 없던 회사에 투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벡은 당시 투자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 속에서 진행된 스페이스X 투자
벡에 따르면 한 동료가 스페이스X 투자를 제안했을 때 내부 평가에는 매우 낮은 점수도 있었다. 제안자는 물러서지 않고 다른 파트너들이 회사를 직접 살펴보도록 설득했다. 세쿼이아는 먼저 작은 규모로 투자한 뒤 더 큰 투자를 진행했다. 벡은 몇 년이 지난 시점에 이를 회사 역사상 가장 좋은 투자 중 하나로 평가했다.
그렇다고 성공한 투자가 모두 처음부터 논쟁적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적은 투자금이 큰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에는 당시의 반대 의견이 따르기 쉽다고 봤다. 에어비앤비 초기 투자도 그가 전해 들은 사례다. 벡은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가 여러 투자사에서 거절당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낯선 사람의 집 바닥에서 숙박한다는 구상이 당시에는 설득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투자위원회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벡의 설명에 따르면 세쿼이아는 오랫동안 월요일 투자위원회 회의를 운영해 왔고, 최근에는 투자 메모를 공유한 뒤 각자가 비동기로 의견을 적는 방식도 실험하고 있다. 회의의 빠른 토론과 문서에 쓰는 느린 검토를 함께 활용하려는 취지다. 창업자는 여전히 파트너들 앞에서 발표한다.
발표 뒤에는 토론에 앞서 각자 의견을 제출하고, 토론 후 다시 투표한다. 벡은 이 결과가 투자를 제안한 파트너의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된다고 설명했다. 강한 반대가 있어도 제안자가 투자를 추진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한다. 반대로 모두가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에는 누군가 일부러 실패 가능성을 따져보게 한다. 투자 전에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서다.
창업자의 이력보다 선택의 이유
벡은 첫 만남에서 약 30분 안에 창업자가 무엇에 특별한 강점을 지녔는지 파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 상대도 경험과 동기를 말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 중요한 선택의 이유를 여러 번 묻는다. 매끄러운 설명만으로는 진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는 창업자의 과거 경로도 현재 성취와 함께 본다. 같은 교육을 받은 두 사람이라도 그곳에 이르기까지 거친 조건은 다를 수 있다. 다만 어려운 과거가 앞으로의 성공을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추천인을 확인할 때도 가장 좋은 평가를 해줄 사람뿐 아니라 가장 나쁜 평가를 할 사람과 그 이유를 묻는다. 그가 찾는 것은 흠 없는 이력이 아니라 판단에 필요한 구체적인 맥락이다.
이력의 함정도 경계했다. 벡은 뛰어난 조직 내 운영자가 뛰어난 창업자일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동료의 조언을 소개했다. 유명 AI 기업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경력만으로 창업 역량을 확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AI 시장에서는 성장의 조건을 구분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AI 기업을 두고 벡은 새로 생긴 시장과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시장을 구분했다. 전자는 이전에 없던 수요가 열리면서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다. 반면 기업의 핵심 기록 시스템을 바꾸는 제품은 기존 시스템을 교체해야 한다. 벡은 새 시장도 시간이 지나 고객들이 해법을 갖추면 대체 시장의 성격을 띠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현재의 성장 속도를 서로 다른 시장에 그대로 대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물리적 AI와 하드웨어에도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 이 분야는 검증에 시간이 더 걸리므로 초기 매출이 얼마나 빨리 늘었는지보다 작동하는 시제품에 얼마나 빨리 도달했는지가 중요할 수 있다. 실험 기간이 길고 자본도 더 필요해 투자사 간 협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벡은 내다봤다.
에이전트가 고객이 될 때
벡은 AI 에이전트, 즉 사람을 대신해 도구를 고르고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새로운 고객으로 봤다. 사람이 쓰기 편한 화면과 가입 절차를 다듬어 온 기업이라면, 이제 에이전트가 제품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과정도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화면과 브랜드의 가치가 곧 사라진다고 보지는 않았다. 벡은 에이전트의 선택에도 학습 과정에서 형성된 편향이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항공권처럼 공급자를 쉽게 바꿀 수 있는 일과 데이터베이스처럼 데이터가 쌓이고 기업의 관리 체계에 연결되는 제품은 다르다고 구분했다. 후자에는 시간이 걸려 형성한 신뢰와 전환 비용이 남는다. 현재 에이전트의 도구 선택 능력은 코딩 관련 업무에서 특히 앞서 있으며, 다른 업무에 같은 변화를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도구 사용료에서 업무 결과의 대가로
벡은 AI가 사람을 돕는 ‘코파일럿’에서 업무를 끝까지 처리하는 ‘오토파일럿’으로 발전하면, 기업이 도구보다 완료된 결과를 팔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계 소프트웨어와 장부 마감에 드는 비용을 대비하며, 소프트웨어 사용료에 머물던 기업이 서비스 결과의 대가를 받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고객 지원은 그가 든 구체적인 사례다. 해결한 문의 건수를 확인할 수 있다면 AI가 전체 처리 과정에 참여하고 건별 결과에 따라 비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영업이나 채용처럼 사람의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일에서는 결과를 정의하고 자동화하기가 어렵다. 벡은 코파일럿에서 오토파일럿으로 옮겨가더라도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초기에는 사람이 많이 참여하고, 기술이 나아지면서 AI의 비중이 커지는 형태를 예상했다.
세쿼이아의 투자 방식과 AI 시장에 관한 벡의 설명을 관통하는 기준은 같다. 투자에서는 제안자의 확신을 토론과 검증에 부치고, 새 시장에서는 성장 수치가 나온 조건과 실제로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따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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