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벤 톰프슨은 AI의 경제적 잠재력을 크게 보면서도, 투자 수익이 다음 투자에 필요한 현금을 만들어 내기 전에 자본 조달이 막힐 가능성을 우려했다.
- 지금 부족한 연산 자원을 늘리기 위한 투자는 생산과 데이터센터 건설에 시간이 걸린다. 공급이 도착할 때에도 현재의 높은 가격과 수익률이 유지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 AI 서비스는 이용 방식에 따라 추론 비용이 크게 다르다. 간단한 답변과 오래 계산하는 작업을 같은 가격에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 TSMC의 신중한 증설은 과잉 생산 위험을 줄이는 대신 고객사의 기회손실을 키웠다. 톰프슨은 이 부족분이 다른 반도체 제조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투자금이 매출보다 먼저 필요하다
톰프슨이 제기한 핵심 위험은 자금 조달과 투자 수익의 시간차다. AI 기업들은 먼저 보유 현금을 쓰고, 이어 부채시장에 접근하고, 이제는 지분 발행이나 다른 장기 자금원까지 찾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상적으로는 AI 사업에서 나온 현금이 이후 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 그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자금이 부족해지면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철도 건설을 비유로 들었다. 철도는 건설비를 당장 마련해야 하지만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금난은 심각했어도 건설된 철도는 계속 운행됐다. 톰프슨 역시 AI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기술의 활용과 발전 자체가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기술의 장기적 가치와 현재 투자자의 수익은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족한 공급을 보고 투자해도 늦게 도착한다
현재의 연산 자원 부족은 오늘 투입한 돈이 곧바로 설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맞물린다. 톰프슨은 지금 이뤄지는 투자의 상당 부분이 2028~2029년에야 실제 연산 능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데이터센터보다 준비 기간이 더 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기업들이 공급 부족기에 계산한 투자 회수 기간이 공급 확대 뒤에도 성립하느냐다. 그는 선박을 예로 들었다. 선박 건조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운송료가 높을 때 여러 회사가 동시에 발주하면, 배가 완성될 무렵에는 공급이 넘쳐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이미 선박을 산 회사는 감가상각을 포함한 전체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운항의 추가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면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톰프슨은 데이터센터에도 이런 원자재 시장의 가격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다만 AI 수요가 계속 공급을 앞지를 가능성도 인정했다.
TSMC가 피한 위험은 고객에게 옮겨갔다
톰프슨에 따르면 TSMC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과잉 생산능력이다. 새 생산시설을 지으면 수십 년간 가동해야 하므로 단기 수요를 보고 무리하게 증설하기 어렵다. 그는 TSMC의 신중한 투자가 현재 반도체 부족에 영향을 줬으며, 그 결과 대형 기술기업들이 더 많은 연산 자원을 확보했다면 얻었을 매출을 놓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제조사에서 고객사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이 부족이 지속되면 고객사들이 비용과 시행착오를 감수하고 인텔이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조 역량을 키우는 데 협력할 수 있다고 그는 예상했다. 이는 확정된 고객 계약에 관한 설명이 아니라 공급 부족이 기업의 선택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존에는 안정적인 TSMC를 두고 대체 제조사를 육성하는 비용을 부담할 유인이 약했지만, 연산 자원을 확보하지 못해 포기하는 매출이 커지면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 사용량에 따라 달라지는 원가
기존 인터넷 서비스는 사용자를 한 명 더 받는 비용이 매우 낮은 경우가 많았다. AI에는 답변을 생성할 때마다 드는 추론 비용이 있다. 톰프슨은 공개 모델을 무료라고 부르는 표현도 이 점을 놓친다고 지적했다. 모델 개발비를 직접 내지 않더라도 모델을 실행하는 비용은 남는다.
그 비용은 작업마다 크게 다르다.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이용자와 답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계산하는 이용자는 같은 원가 구조에 있지 않다. 톰프슨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업용 요금에 일정 사용량을 포함하면서 추가 사용량에는 별도 요금을 매기는 사례를 들었다. 사용량에 따른 청구는 고비용 이용자의 원가를 반영하지만, 고객사가 매달 지출을 살피면서 묶음 상품에 든 개별 제품의 가치까지 다시 평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수익화 방식과 기업별 선택
톰프슨은 소비자 대상 AI 서비스에서는 구독료만으로 이용자 전체를 수익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업은 직원의 생산성 향상에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있지만, 일반 소비자는 같은 방식으로 돈을 쓰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그는 소비자 서비스의 광고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오픈AI가 이를 더 일찍 추진했다면 경쟁 구도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기업마다 투자 논리도 다르다. 그는 아마존이 자체 사업에서 기술을 먼저 쓰고 규모를 확보한 뒤 외부에 제공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자체 반도체와 AI 서비스에도 이런 경로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메타에 대해서는 광고의 클릭과 구매 결과가 AI로 만든 광고의 성과를 시험하는 피드백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최첨단 모델 자체보다 여러 모델을 기업이 쓰도록 잇는 중간 계층에 무게를 둔다고 설명했다. 어느 전략이 유리한지는 기존 사업과 AI가 바꿀 업무의 범위에 달려 있다.
반도체 경쟁에서 보이지 않는 가격 인하
톰프슨은 엔비디아의 높은 칩 판매 마진만으로 사업의 전체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산 자원을 구매하는 회사에 투자하거나 그 자원의 구매를 보장하면, 상대 회사는 자금을 더 낮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다. 대신 수요가 예상보다 약할 때 엔비디아가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그는 이를 칩 가격표에는 나타나지 않는 사실상의 가격 인하로 해석했다.
장기 경쟁자로는 자체 칩을 개발하는 구글과 아마존을 지목했다. 이들은 대규모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에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엔비디아의 범용성과 소프트웨어 기반은 여전히 강점이지만, 경쟁 칩의 효율이 높아질 시간을 주는 만큼 현재의 마진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결론
톰프슨의 논지는 AI 수요가 크다는 판단만으로 현재의 투자 속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돈은 먼저 들어가고 생산능력과 매출은 나중에 나타난다. 그 사이 누가 자금을 조달하고, 공급 부족 또는 공급 과잉의 위험을 떠안는지가 투자 성과를 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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