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투자자 개빈 베이커는 AI 수요 증가 속에서 전력 설비의 증설보다 데이터센터의 입지 규제와 인허가가 더 큰 제약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 그는 전력 부족이 2027~2028년부터 완화될 수 있다고 예상하지만, 우주 궤도 컴퓨팅은 발사 비용과 수리 문제를 풀어야 하는 구상으로 제시했다.
-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의 증설 속도는 공급 부족을 유지할지, 과잉 투자로 이어질지를 가를 변수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 현재 최상위 AI 모델에 경제적 성과가 집중돼 있다는 관찰은 AI 응용 서비스와 반도체 스타트업의 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수요 급증 속에 달라지는 병목
베이커는 앤트로픽이 한 달 동안 연간 반복매출(ARR)을 110억 달러 늘렸다고 주장하며, 이를 AI 수요 증가의 사례로 들었다. ARR은 현재 매출을 연간 규모로 환산한 지표다. 그는 딥시크 모델이 주목받았을 때에도 GPU 대여 가격이 오르고 이용 가능한 GPU가 줄어드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추론 과정에 더 많은 연산을 쓰는 모델이 등장하면서 컴퓨팅 수요가 커졌다는 해석이다.
전력 공급에 대해서는 발전 설비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를 근거로 시간이 지나면 부족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가 전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자의 말에 따르면, 과거에는 에너지와 칩이 주된 제약이었지만 지금은 입지 규제와 인허가가 더 중요해졌다. 따라서 전력 설비가 늘더라도 데이터센터를 제때 짓지 못할 가능성은 남는다.
우주 궤도 컴퓨팅은 아직 구상 단계
베이커가 제시한 우주 궤도 컴퓨팅은 거대한 건물 한 채를 우주에 올리는 방식이 아니다. 서버 랙 각각에 태양광 패널과 방열 장치를 붙여 궤도에 배치하고, 랙 사이를 레이저로 연결해 하나의 가상 데이터센터처럼 쓰는 구상이다. 그는 추론 작업은 궤도에 적합할 수 있지만 모델 훈련은 오랫동안 지상에서 이뤄질 것으로 봤다.
이 구상에는 뚜렷한 조건이 붙는다. 반복 사용 가능한 로켓이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며, 궤도에서 고장 난 장비를 수리하는 방법도 해결되지 않았다. 베이커 자신도 당장은 수리가 어렵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궤도 컴퓨팅이 지상 데이터센터의 수요를 곧바로 대체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웨이퍼 증설과 과잉 투자의 경계
베이커는 AI 반도체 공급에서 TSMC의 생산능력 결정을 특히 중시했다. 그는 새 기술에 대한 기대가 설비 투자를 부르고,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 시장이 급격히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AI 인프라 투자는 주로 기업의 영업 현금흐름으로 조달되고 GPU 가동률도 높아, 과거 광통신망 투자 과열기와는 조건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의 가설은 TSMC가 충분히 증설해 인텔이나 삼성전자가 대규모 대체 공급처로 자리 잡을 유인을 줄이면서도, 웨이퍼 공급에 일정한 제약을 남기는 경우다. 반대로 다른 생산업체가 공격적으로 증설하면 경쟁사도 뒤따라 과잉 공급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이는 확정된 경로가 아니라 베이커가 주시하는 투자 위험이다.
새로운 칩은 ‘다르고 어려운 일’이어야 한다
베이커는 기존 GPU를 조금 더 잘 만드는 방식만으로는 반도체 스타트업이 우위를 지키기 어렵다고 봤다. 엔비디아 등 대형 업체가 성공한 설계를 빠르게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입력을 읽고 처리하는 단계인 프리필과 답변을 생성하는 단계인 디코드가 서로 다른 성능을 요구한다는 점을 새로운 설계의 기회로 꼽았다.
사례로는 칩 여러 개를 잇는 대신 웨이퍼 규모로 연산하는 세레브라스를 들었다. 독특한 구조가 경쟁사가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그 구조에도 칩 바깥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연결 능력 등의 제약이 있으며, 회사가 설계를 다듬는 데 여러 세대의 칩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최상위 모델의 우위와 응용 서비스의 과제
베이커의 관찰에 따르면 모델 시장의 경제적 성과는 현재 성능과 비용의 최전선에 있는 모델에 크게 집중돼 있다. 그는 이 우위가 계속될지가 중요한 미해결 문제라고 했다. 기업이 개발 단계에서는 최상위 모델을 쓰다가 실제 서비스에서는 더 저렴한 모델로 옮기는 사례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응용 서비스에서는 커서와 코그니션처럼 코딩에 집중해 규모를 키운 사례를 들었다. 반면 특정 업종의 데이터만으로 방어력을 만들려는 기업은 기초 모델 업체가 같은 시장에 들어오거나 더 낮은 비용을 제시할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위 모델의 가격 우위가 줄어든다면 응용 서비스가 확보할 수 있는 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공급 부족기의 가격 신호
베이커는 공급이 부족할 때는 비용이 높고 제품 신뢰성이 낮은 업체까지 물량을 모두 팔고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업체의 주가가 급등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우량한 업체가 뒤처지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했다. AI 관련 기업의 전망을 하나로 묶어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그는 전력, 반도체, 모델의 수요가 강하다는 판단과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계를 함께 제시했다. 대담에서 반복해 돌아온 변수는 수요의 크기 자체보다, 공급을 늘리는 속도와 그 과정에서 각 기업이 감수하는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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