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기업의 구매 시스템에는 최종 가격과 납기일이 남지만, 그에 이르기까지의 이메일·계약 검토·원가 분석·협상 과정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 a16z 대담에서 제시한 AI 에이전트의 역할은 정보 조회, 정해진 절차 실행, 정책 판단, 거래 관계까지 고려한 판단으로 넓어진다.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가 실제로 어디까지 구현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구매 AI 기업 LEO는 위험이 낮은 반복 구매에는 자동화를 적용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협상에는 전문가를 참여시킨다고 설명했다.
  • 간단한 기능을 빠르게 만드는 것과 기업의 예외 상황까지 처리해 실제 업무를 맡기는 것은 다른 과제다.

구매 기록에 없는 일이 더 많다

기업 구매에서 시스템에 남는 값은 단순할 수 있다. LEO 공동창업자 블라드는 알루미늄 구매 가격이 8,000으로 기록되더라도, 그 전에 공급업체가 10,000을 요구하고 원가 엔지니어가 몇 주 동안 스프레드시트와 3D 모델을 검토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을 정하는 과정은 ERP 같은 기록 시스템 밖에서 진행된다는 뜻이다.

구매는 법무, 재무, 원가 엔지니어링, 구매 담당자가 함께 처리하는 일이다.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납기 변경 이메일 한 통도 중요하다. 블라드는 항공기나 데이터센터를 짓는 과정에서 특정 부품이 2주 늦어지면 프로젝트 지연과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시스템에 바뀐 날짜만 기록되면 그 변경이 전체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a16z 측은 AI 스타트업의 기회를 찾는다. 기존 업체는 고객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지만, 자기 제품에 저장된 정보만으로는 여러 부서와 도구를 거치는 일을 끝까지 처리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조회에서 판단까지, 에이전트의 네 단계

대담에서는 에이전트의 역할을 네 가지로 나눴다. 조회 에이전트는 계약 내용이나 장애 기록을 찾아 알려준다. 절차 에이전트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보상 승인이나 청구액 조정을 실행한다. 정책 에이전트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장애가 중대한 수준인지 판단한다. 대리 판단 에이전트는 고객 관계를 고려해 정해진 보상보다 더 제공할지까지 따진다.

이는 모든 제품이 이미 네 단계를 수행한다는 뜻이 아니다. a16z 측은 기존 업체들이 더 높은 수준의 판단 기능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신이 본 출시 기능은 주로 조회와 일부 절차 실행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 업체에는 고객의 신뢰와 배포 경로가 있는 반면, 사람의 업무 흐름을 지원하던 기존 제품과 일을 직접 해결하는 새 제품 사이에 조직·판매상의 충돌도 있다는 분석이다.

LEO는 같은 구매 업무에서도 복잡성과 위험에 따라 자율 실행 범위를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송장 정보를 다른 문서와 대조해 SAP나 Oracle에 입력하는 절차는 비교적 명확하다. 그러나 블라드의 설명에 따르면 송장이 일치하지 않거나 사기가 의심되는 예외를 다루는 일이 더 큰 과제였다.

작은 구매는 자동화하고, 큰 협상에는 사람을 둔다

블라드는 기업이 처음부터 AI에 협상을 전부 맡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담당자가 검토하고 피드백을 주는 사람 참여 방식으로 시작해, 기업별 구매 관행을 에이전트에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자동화 수준은 금액뿐 아니라 공급업체와의 관계에도 좌우된다. 지출액이 작아도 오래 유지해야 할 거래 관계라면 담당자가 협상 문구와 방식에 관여할 수 있다.

그는 일부 기업이 처리 인력 부족으로 5만 미만의 지출은 협상하지 않았다는 사례를 들었다. 이런 거래에서는 에이전트가 이전에 시도하지 못한 협상을 맡을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소수 업체와의 대규모 계약은 다른 문제다. 계약, 금융 조건, 원가 구조와 품질을 검토하는 협상이 수개월에 걸칠 수 있어 전문가가 계속 참여한다.

LEO가 설명한 다중 에이전트 방식도 업무의 순서를 따라간다. 요청자가 사진이나 견적서를 제출하면 재고와 다른 사업장의 물량을 확인하고, 공급업체에 견적을 요청한다. 이메일·PDF·스프레드시트로 온 답변을 모아 협상 필요성을 판단한 뒤 주문 확인, 배송 추적, 송장 처리로 이어진다. 블라드는 일부 반복 구매에서 이 흐름을 자율 실행한다고 설명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직접 구매에서는 에이전트가 분석과 준비를 돕고 사람이 협상을 이끈다.

제품의 차이는 예외 처리에서 드러난다

블라드에 따르면 LEO가 약 3년 전 만든 초기 기능 중 하나는 견적 정보를 SAP에 옮기는 일이었다. 지금은 채용 지원자에게 비슷한 기능을 8시간 안에 만들어 보라는 과제로 제시한다고 한다. 그만큼 기본 기능의 구현은 쉬워졌다는 취지다. 다만 그는 일정 수준의 정확도를 얻더라도 모든 결과를 사람이 다시 확인해야 한다면 업무량이 줄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a16z 측은 한 대기업이 자체 현금 회수 도구를 만들려다 맥락 정보의 품질과 여러 ERP의 연결·유지 문제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이는 대담에서 소개된 한 사례다. LEO 측 역시 실제 운영에는 시스템 연결, 업무 흐름, 기억 기능, 경우에 따라 업종별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초 모델만으로 풀기 어려운 영역도 제시됐다. 기술 도면을 보고 부품의 적정 원가를 추정하거나 견적 가격을 비교할 때는 공개되지 않은 기업별 데이터와 담당자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LEO 측은 이런 일부 용도를 위해 모델의 추가 학습을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모든 과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공급업체까지 연결하려는 구상

블라드는 앞으로 구매자와 공급업체 양쪽에서 에이전트를 쓰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 협상에서는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견적 요청에 답하고 서류를 맞추며 납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양쪽 모두 처리 시간을 줄일 유인이 있다는 논리다. 다만 대담에서 설명한 양측 에이전트의 연결은 현재의 보편적 운영 방식이 아니라 LEO가 바라보는 확장 방향이다.

결국 이 대담이 보여주는 구매 AI의 과제는 최종 가격을 기록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흩어진 정보를 모아 예외와 위험을 판단하고, 거래의 중요도에 따라 사람이 개입할 자리를 정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