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데미스 허사비스는 자연계의 복잡한 현상에도 학습 가능한 구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알파고와 알파폴드는 가능한 경우를 모두 따지는 대신 모델로 탐색을 이끈 사례다.
  • 그는 Veo 3의 영상이 물질과 움직임에 관한 직관적 물리 감각을 시사한다고 해석한다. 다만 이를 깊은 철학적 이해와 동일시하지는 않는다.
  • AlphaEvolve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 해법을 제안하고 진화적 탐색을 결합한다. 현재 이런 시스템은 목표가 분명한 문제의 점진적 개선에 강하지만, 큰 개념적 도약을 입증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 허사비스는 2030년까지 AGI가 나올 가능성을 약 50%로 추정한다. 그가 제시한 기준은 여러 분야에서 일관된 능력과 독창적인 발명·가설 생성이다.

복잡한 자연에서 학습할 구조를 찾다

허사비스는 바둑의 다음 수나 단백질의 형태를 모든 가능성에서 찾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알파고와 알파폴드는 대상의 구조를 모델링하고 그 모델로 탐색 범위를 좁혔다. 그는 자연의 시스템이 오랜 선택 과정의 영향을 받아 무작위와는 다른 구조를 지닐 수 있으며, 신경망이 이를 배울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이는 모든 난제를 같은 방식으로 풀 수 있다는 주장은 아니다. 허사비스는 학습할 패턴이 없다면 모델이 탐색을 돕기 어렵다고 했고, 초기 조건에 민감한 혼돈계 역시 열린 문제로 남겼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패턴을 고전적 컴퓨터로 어디까지 효율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는지가 그의 관심사다.

Veo 3가 보여준 것과 보여주지 못한 것

허사비스는 영상 생성 모델 Veo가 액체, 재질, 반사광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주목했다. 게임 개발 초기에 물리·그래픽 엔진을 작성했던 경험에 비춰, 이런 장면을 규칙으로 직접 구현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모델이 관찰한 영상에서 물질의 행동에 관한 어떤 구조를 추출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Veo 3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화면을 일관되게 예측해 약 8초의 영상을 만든다는 점에서 일종의 이해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는 방정식을 설명하거나 세계를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능력과는 다르다. 그에게 더 놀라운 점은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지 않고 수동적인 관찰만으로도 이런 직관을 일부 얻은 듯 보인다는 것이다. 영상을 사용자가 움직이며 탐험할 수 있게 하는 단계는 앞으로의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게임은 상호작용하는 세계 모델의 시험대

허사비스는 자신이 참여한 게임 Theme Park를 예로 들었다. 개발자가 초기 조건을 마련하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각자의 경험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어느 방향으로 가든 흥미로운 내용을 제공하려면 막대한 제작 작업이 필요했고, 기존의 생성 규칙은 제한적이고 취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상 생성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면 이야기와 환경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바뀌는 게임을 만들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향후 5~10년에 관한 예상이다. 게임 Black & White에서 플레이어가 돌보는 생명체의 행동이 대우 방식에 따라 달라졌던 사례도 들었다. 허사비스에게 게임 속 시뮬레이션은 현재의 세계 모델 연구와 이어지는 초기 작업이다.

AlphaEvolve의 탐색과 과학적 판단의 차이

AlphaEvolve에서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 가능한 해법을 제안하고 진화적 방법이 새로운 해법을 탐색한다. 허사비스는 알파고가 모델에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을 결합해 새로운 바둑 수를 찾은 것처럼, 모델 위에 탐색 절차를 얹는 방식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무작위로 넓은 공간을 뒤지는 데는 한계가 있어 탐색을 이끌 목표가 필요하다.

그는 현재 시스템이 목표를 구체적으로 지정했을 때 행렬 곱셈 같은 문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새로운 연구 방향을 고르고 중요한 가설을 만드는 연구적 판단은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좋은 가설은 참이든 거짓이든 유용한 정보를 주고, 현재 기술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허사비스는 이런 질문을 고르는 일이 답을 구하는 일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기존 방법을 개선하는 능력만으로 트랜스포머 같은 큰 발상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평가다.

가상 세포를 향한 단계적 접근

허사비스가 오래 구상해 온 가상 세포는 실제 실험에 앞서 컴퓨터 안에서 예측을 시험하는 모델이다. 그는 출발 대상으로 연구가 많이 이뤄진 단세포 생물인 효모를 거론했다. 목표는 실험실에서 확인할 대상을 시뮬레이션으로 좁혀 연구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실험 속도를 100배 높일 수도 있다는 말은 달성한 성과가 아니라 그가 제시한 구상이다.

그의 설명에서 알파폴드는 단백질의 정적인 3차원 구조를 다루는 출발점이다. 알파폴드 3가 단백질과 다른 분자의 상호작용을 모델링하는 첫 단계라면, 그다음에는 여러 상호작용이 이어지는 경로를 거쳐 세포 전체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 세포 안의 과정들이 서로 다른 시간 규모에서 일어난다는 점도 난제다. 허사비스는 여러 시뮬레이션을 연결하고, 필요한 현상을 포착할 수 있는 모델의 세밀도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GI의 판정 기준과 필요한 자원

허사비스가 말하는 AGI는 사람의 인지 기능에 폭넓게 견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AI처럼 일부 과제에서는 뛰어나지만 다른 과제에서는 뚜렷이 실패하는 불균형이 없어야 한다. 그는 수많은 인지 과제로 일관성을 확인하고,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한두 달 동안 결함을 찾아보는 방안을 제시했다. 새로운 물리 가설을 만들거나 바둑에 견줄 만큼 깊이 있는 게임을 발명하는 능력도 중요한 징표로 꼽았다.

그는 기존 모델을 더 크게 만들면 충분한지, 한두 차례의 큰 연구 돌파구가 더 필요한지에 대해 판단을 유보했다. 학습 전·후 과정과 사용 중 더 오래 계산하는 방식 모두에서 개선 여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새 발상이 필요한지의 가능성은 대략 반반으로 봤다. 연산 수요에는 대형 모델의 학습뿐 아니라 많은 이용자의 사용량과 답변에 더 많은 계산을 쓰는 방식도 포함된다. 학습용 설비에서는 데이터센터 사이의 통신 대역폭까지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성과를 제품으로 옮기는 과정

허사비스는 구글 브레인과 기존 딥마인드의 인력과 아이디어를 모은 점, 연구 문화와 빠른 제품 출시를 함께 추구한 점을 최근 Gemini 개발 과정으로 설명했다. 큰 조직 안에서도 관료적 절차를 줄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는 회사 성과에 대한 그의 설명이며, 인터뷰에서 제시된 독립적인 성과 비교는 아니다.

제품 설계에서는 모델의 현재 능력뿐 아니라 6개월 또는 1년 뒤 가능해질 능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동시에 모델 평가는 하나의 순위로 끝나지 않는다. 코딩 성능을 높이면서 번역이나 다른 언어 능력을 해치지 않는지 여러 지표를 확인하고, 실제 제품에서 얻는 이용 신호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업무에 관해서는 AI가 코드 작성을 쉽게 만들더라도 당분간 사람이 구조를 정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허사비스의 전망은 이미 입증된 성과와 아직 검증해야 할 능력 사이에 선을 긋는다. 물리 현상을 그럴듯하게 재현하거나 정해진 목표를 개선하는 시스템에서, 새로운 질문을 고르고 여러 분야에서 일관되게 답하는 시스템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