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식스스 스트리트의 앨런 왁스먼은 미국 금융을 은행업 분리, 규제 완화와 금융위기, 위기 이후 은행 규제와 사모자본 성장이라는 세 체제로 설명한다.
- 왁스먼이 말하는 공장 모델은 먼저 자금을 빠르게 대규모로 모으고, 이어 그 돈을 투자하는 과정까지 대량화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 과정이 투자 심사 기준과 자산·부채의 만기 조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금융위기 전 약 2조 달러였던 사모자본은 약 14조~15조 달러로, 사모대출은 약 5,000억 달러에서 약 2조 달러로 성장했다.
- 왁스먼은 일부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투자 상품의 환매 요청이 한도를 넘은 상황을 지적하면서도, 이를 아직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은행의 위험을 분리한 첫 번째 체제
왁스먼의 구분에서 첫 번째 체제는 1933년부터 1999년까지다. 1929년 폭락과 대규모 은행 파산 이후 도입된 글래스·스티걸법은 예금을 받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활동을 분리했다. 같은 시기에 설립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일정 한도까지 은행 예금을 보호했다.
그는 이 체제가 제약은 많았지만 오랫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은행의 위험 감수 범위가 좁아 경제 성장에 필요한 자금 공급을 극대화하지는 못했다고 본다. 유럽 은행들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기능을 결합하고 더 많은 차입을 활용하면서 미국 은행의 경쟁력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1999년 글래스·스티걸법이 폐지되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결합이 이어졌다. 왁스먼에 따르면 예금 기반의 저렴한 자금에 접근할 수 없었던 독립 투자은행들도 경쟁을 위해 차입을 늘렸다. 그는 이 변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일부 영향을 줬다고 보지만, 법 폐지만을 위기의 원인으로 돌리지는 않는다.
금융위기 이후 사모자본이 채운 자리
위기 이후의 세 번째 체제에서 상업은행은 자본과 유동성에 더 강한 제약을 받았다. 왁스먼은 은행이 이전처럼 과도하게 차입하거나 충격이 왔을 때 지급 의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로 이를 설명한다. 그 사이 연기금, 국부펀드, 기금, 보험사 등의 자금을 운용하는 사모자본이 은행의 제약으로 생긴 투자 영역을 채웠다.
이 체제의 핵심은 자산과 부채의 조건을 맞추는 것이다.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자산에 투자하면서 투자자가 단기간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면, 운용사는 투자 성과가 나오기 전에 자산을 헐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왁스먼은 금융위기 이후 성장한 사모자본이 대체로 이런 구조를 갖췄으며, 2018년 무렵부터 행동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자금 모집이 투자를 밀어붙이는 공장 모델
왁스먼이 공장 모델이라고 부르는 변화는 투자보다 자금 모집에서 먼저 시작된다. 운용사가 설명하기 쉬운 좁은 전략으로 최대한 많은 자금을 빠르게 모으면, 투자팀은 들어온 돈을 배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는 이 압박이 투자 심사 기준을 낮추거나, 원래라면 받아들이지 않았을 계약 조건을 수용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처음 관찰한 변화는 기관투자자용 별도 운용 계좌(SMA)의 확산이었다. 여러 투자자가 함께 참여하는 펀드 대신 한 투자자를 위한 계좌를 원하는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의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후 업계의 자금 모집은 개인 자산가 시장으로 확대됐다. 왁스먼은 이 시장에서 자금이 호황기에 들어오기 쉽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투자자가 빠른 반환을 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운용사의 보수에서 비용을 뺀 이익인 수수료 관련 이익(FRE)에 시장이 부여한 가치도 유인으로 지목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관련 평가 배수는 2010년대 초 약 10~15배에서 2018년 약 15~20배로, 최근의 문제 상황 전에는 25~30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자금 규모를 키우는 일이 운용사 자체의 가치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게 됐다는 취지다. 다만 그는 회사가 크거나 상장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장 모델을 채택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환매 약속과 팔기 어려운 자산 사이
왁스먼이 현재 우려하는 사례는 개인 자산가에게 판매된 일부 사모투자 상품이다. 기초자산은 쉽게 팔기 어려운데 투자자에게는 분기마다 환매를 요청할 기회를 주는 구조다. 그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AI를 둘러싼 우려, 시장 변동성 등이 포트폴리오에 대한 의문이나 환매 수요를 촉발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비상장 BDC 상품에서는 환매 요청이 5% 한도를 넘었다.
그는 이를 아직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보지 않는다. 해당 구조가 확산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대담 당시 경제 여건도 비교적 견조하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은 남겨둔다. 특히 더 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 같은 환매 수요가 발생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고 본다.
왁스먼은 좁은 투자 전략을 유지한다면 유입 자금의 규모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자산군에 투자할 수 있는 폭넓은 전략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자산들을 심사하고 운용할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 투자자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시점과 제약도 처음부터 분명히 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왁스먼이 제기하는 문제는 사모자본의 성장 자체보다 자금 모집 속도, 투자 기준, 환매 약속이 서로 맞물리는 방식에 있다. 그는 은행의 안전장치와 사모자본의 위험 감수 능력이 함께 작동할 가능성을 보면서도, 현재의 환매 압박을 운용 관행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신호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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