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시스코의 사장 겸 최고제품책임자 지투 파텔은 회사를 ‘세계 최대 스타트업’처럼 운영하려면 속도와 규모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 그는 창업자 출신만으로 조직을 채우지 않는다. 시스코 내부 운영자, 외부에서 영입한 대규모 사업 운영자, 인수한 회사의 창업자·CEO로 리더십 팀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 사내 AI 도입의 목표는 인원 감축이나 단순한 효율 개선이 아니라, 이전에는 풀지 못했던 문제를 푸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 파텔은 AI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네트워크 사업을 키우고 있지만, 에이전트에 일을 맡길 수 있는 신뢰와 보안도 중요한 과제라고 봤다.
대기업에서 창업자처럼 일하기
파텔은 자신을 시스코에 36년 늦게 합류한 공동창업자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창업자형 운영은 담당 부서의 경계에만 머물지 않는 방식이다. 영업이나 마케팅에서 문제가 보이면 직접 대화하고, 다른 리더들도 자신의 제품 조직에 의견을 내기를 기대한다.
다만 창업자 출신만 모아서는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리더십 팀의 약 3분의 1은 시스코의 조직과 운영 방식을 아는 내부 인력, 3분의 1은 외부에서 온 대규모 사업 운영자, 나머지 3분의 1은 시스코가 인수한 회사의 공동창업자와 CEO다. 마지막 그룹에는 매각한 회사보다 큰 범위의 업무를 맡긴다. 파텔은 빠른 시장 변화에 창업자형 접근이 유용하다고 보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일해 온 동료들이 그 변화를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운영 기준은 속도만 내거나 규모만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시스코가 AI 인프라 시장의 기회를 잡으려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AI 도입의 목표는 사람을 줄이는 일이 아니다
파텔은 앞으로 엔지니어가 더 적게 필요해질 것이라는 예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의 강한 가정은 오히려 더 많은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딩이 자동화되면 코드 검토가 병목이 되고, 검토까지 자동화되면 무엇을 만들지 판단하는 일이 병목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그의 전망이지 확인된 인력 변화는 아니다.
그는 시스코의 엔지니어 3만2천 명과 다른 직원들이 AI를 직접 사용하도록 하는 데 초기 저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도구와 지원을 제공하고, 처음에는 사용량을 제한하지 않은 토큰도 지급했다. 먼저 익숙해지고 잘 쓰게 된 뒤 효율을 따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파텔은 AI를 쓰지 않는 직원은 시스코에서 계속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한 엔지니어링 리더가 자신의 기존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한 사례도 들었다. 그 리더의 설명에 따르면 팀은 약 50만 줄의 코드를 약 12만 줄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약 2주 만에 했다. 파텔은 이 경험을 들어 현재 모델의 능력만 볼 것이 아니라 몇 달 뒤의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를 직원 감축의 근거로 삼기보다 구성원들이 함께 역량을 높이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봤다.
한 회사 안에 공존하는 여러 개발 주기
시스코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 반도체, 광학 기술도 만든다. 파텔에 따르면 AI 활용 속도는 분야마다 다르다. 소프트웨어에서는 변화가 빠르고 하드웨어에서는 설계 방식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반도체 팀은 데이터와 지식재산이 외부로 나갈 위험 때문에 더 신중했다.
계획 주기도 다르다. 파텔은 반도체를 약 5년, 하드웨어를 대체로 18~24개월,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를 12~18개월, 모델·에이전트·앱을 3개월에서 때로는 1주 단위로 설명했다. 여기서 계획 주기는 제품을 만드는 시간만이 아니라 아이디어에서 대규모 생산과 매출에 이르는 과정까지 뜻한다. 그는 이처럼 속도가 다른 기술들이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일을 시스코의 과제로 제시했다.
데이터센터가 멀어지면서 커지는 네트워크의 역할
파텔의 설명에 따르면 AI 학습에 쓰이는 GPU의 연결 범위는 서버 안에서 랙과 데이터센터 내부의 여러 줄로 넓어졌다. 전력 부족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전력을 구할 수 있는 곳에 지으면, 멀리 떨어진 시설들이 하나의 컴퓨터처럼 작동하도록 연결할 필요도 생긴다. 시스코는 특히 데이터센터 내부를 넓게 잇는 네트워크와 서로 다른 데이터센터를 잇는 네트워크에 집중한다고 했다. 이를 위한 반도체, 스위치, 광학 부품도 공급한다.
그는 시스코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AI 작업용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뒤 첫해 주문액이 당초 목표인 10억 달러를 넘어 23억 달러였고, 다음 해에는 약 9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매출이 아니라 주문액이다. 파텔도 주문이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구분했다.
파텔은 현재의 인프라 과잉 건설 우려에 동의하지 않았다. 생산된 인프라가 빠르게 소비되고 있으며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강도 높게 에이전트를 쓰는 사람이 아직 전체의 2% 미만이라고 가정하며, 사용이 늘면 필요한 인프라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AI가 큰 변화를 만들더라도 일부 기업의 가치평가에는 거품이 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에이전트에 일을 맡기려면 필요한 신뢰
파텔은 컴퓨팅 자원 부족보다 더 큰 문제로 에이전트에 업무와 개인 생활의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지를 꼽았다. 에이전트가 공격자의 영향을 받았는지, 주어진 목표를 수행하다 원치 않는 행동을 했는지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제시한 대응 범위에는 어떤 에이전트가 작동하는지 파악하고 신원을 관리하는 일, 모델의 취약점을 시험하는 일, 실행 중 원치 않는 행동을 감지해 제한하는 일이 포함된다. 시스코는 기존 AI Defense를 모델 중심의 채팅 환경에서 에이전트로 확장했다고 파텔은 말했다. 신뢰할 수 있는 위임이 가능해야 AI 활용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오래 운영한 사업에서 얻은 판단
파텔은 젊은 시절 참여한 시장조사 서비스 회사를 17년간 운영했다. 그는 그 기간을 돌아보며 사업 자체가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원한 소프트웨어 분야의 영향력과 사업 모델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회사라는 자존심 때문에 오래 머물렀다는 것이다. 이후 EMC에서 일하며 대규모 조직 운영을 배웠고, Box를 거쳐 시스코에 합류했다.
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기준은 조직의 크기나 창업자라는 직함보다 실제로 무엇을 만들고 배울 수 있는가에 가깝다. 시스코에서 그 기준은 빠르게 바뀌는 AI 기술을 도입하면서도, 긴 개발 주기와 대규모 공급, 보안이라는 조건을 함께 다루는 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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