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차세대 제조 기업을 이해하려면 완제품뿐 아니라 원자재와 공장, 부품 공급망을 함께 봐야 한다. 방산 수요로 확보한 생산 역량은 로봇과 민간 제품에도 쓰일 수 있다.
- 수직계열화는 공급망이 부족할 때의 선택이다. 믿을 만한 공급업체가 있다면 활용하되 기존 업체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영역에서는 자산을 직접 소유해야 공정 전체를 바꿀 수 있다.
- 제조업에서 AI의 가치는 단일 기능보다 견적·생산·검사·설비 재설정에 걸친 여러 개선에서 나온다. 현장을 아는 기술자가 소프트웨어 도구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 새로운 완제품은 새로운 부품을 요구한다. 주문받은 규격대로 생산하던 공급업체가 고객과 함께 설계하는 기업으로 바뀔 기회가 생긴다.
- 민간 자본이 있으면 계약에 앞서 개발할 수 있지만 공장과 광산을 짓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지역사회가 경제적 이익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남는다.
다음 제조 기업은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
벤처캐피털 a16z의 이번 팟캐스트에서는 진행자와 두 출연자가 미국 산업 기반을 다룬 AD 50 목록을 놓고 대화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 같은 기업을 다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가 중심 주제였다. 대화는 뛰어난 완제품 하나에서 그것을 반복해서 생산할 원자재·공장·공급망으로 이어졌다.
출연자들은 미국의 산업 기반 약화가 방산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동시에 국제 분쟁, 산업 분야로 향하는 자본, 직접 제조 기업을 세우려는 창업자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목록을 원자재, 공장, 완제품 시스템이라는 세 축으로 구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연자들은 방산과 민간 산업이 생산 기반을 공유한다고 봤다. 군용 시스템에 들어가는 모터와 밸브, 스위치 같은 부품은 로봇에도 쓰일 수 있다. 부품의 품질과 가격이 개선되면 이전에는 경제성이 없던 다른 제품도 만들 여지가 생긴다. 다만 군과 민간 양쪽에 쓰인다는 이유로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여러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경계했다.
첫 구매자가 공장의 경제성을 바꾼다
처음 만드는 제품은 비싸다. 공장을 세우고 장비를 들이는 비용을 적은 생산량에 나눠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담에서는 초기 방산 고객이 민간 시장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주문으로 설비투자 비용 일부를 감당하면 기업은 장비를 늘리고 이후 다른 시장에 공급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인쇄회로기판인 PCB 공장이 한 사례다. 생산 장비는 비싸지만 PCB는 방산 제품뿐 아니라 로봇과 보청기에도 들어간다. 출연자들은 초기 방산 구매자가 공장 투자 부담을 덜어주면 같은 생산 역량을 다른 제품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민간 자본은 제품 개발의 출발점도 바꾸고 있다. 한 출연자는 방산에서 실제 사용자, 구매 담당자, 예산을 배정하는 주체가 서로 달라 개발이 늦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정부가 요구사항과 돈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렸다면 이제는 기업이 수요의 신호를 읽고 투자금을 받아 먼저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디까지 직접 만들어야 하는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직접 통제하는 수직계열화의 사례로 등장했다. 출연자들은 두 회사가 필요한 산업 기반을 충분히 구할 수 없어 직접 구축해야 했다고 봤다. 테슬라의 경우 기존 자동차 산업은 있었지만 필요한 배터리 공급망과 전력전자, 구동계는 별도로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직접 만들라는 결론은 아니다. 품질 좋은 공급업체가 있다면 활용해야 한다는 데 두 출연자는 동의했다. 완제품을 개발하면서 베어링과 밸브까지 해결하는 일은 부담이 크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없는 부분이 무엇인지가 직접 생산할 범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광물 기업 Mariana Minerals는 다른 이유로 자산을 직접 소유한 사례다. 출연자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기존 광산 업체들이 기술을 충분히 빨리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산 확보와 개발, 채굴, 운영, 정제까지 맡아 기술 도입으로 생기는 가치를 직접 확보하려 했다.
광산을 소유하면 구리 추출 방식 하나만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획부터 운영과 정제까지 다시 설계할 수 있다. 각 단계에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고 데이터를 모아 다음 개선에 활용할 수도 있다. 물리적 자산을 바꾸려면 그 자산의 운영권부터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제조업 AI는 공정의 여러 지점을 바꾼다
출연자들은 제조 현장을 바꾸는 기술이 하나의 만능 해결책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장에는 견적과 주문 접수, 실제 가공, 검사, 부품 이동 등 여러 단계가 있다. 제조 기업 Hadrian을 예로 들며 이런 과정에서 15~20가지 문제를 함께 개선할 때 효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AI와 소프트웨어로 현장 기술자의 역할이 넓어지는 사례도 나왔다. 기존 자동화 설비는 같은 물건을 많이 생산할수록 투자비를 회수하기 쉽다. 반면 여러 종류를 조금씩 만드는 생산에서는 품목이 바뀔 때마다 설비를 재설정해야 해 비용이 커진다.
한 출연자는 공정을 아는 제조 기술자가 이제 소프트웨어 도구로 생산라인을 직접 재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시스템 통합업체에 맡기면 3개월과 수십만 달러가 들던 작업을 제조 엔지니어가 Claude로 20분 만에 처리하는 사례를 언급했다. 현장 지식을 가진 사람이 새로운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생산라인을 유연하게 바꾸면 시제품 제작과 설계 수정도 빨라진다. 설계를 끝낸 뒤 양산 방법을 고민하는 대신 처음부터 제조 가능성을 고려해 설계할 수 있다. 출연자들은 AI에 대한 기대와 별개로 물리적 공정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품 공급업체도 공동 설계자가 된다
새로운 완제품이 등장하면 그 아래의 부품도 달라져야 한다. 대담에서는 기존 규격을 반복 생산하는 공급 구조가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리 법칙은 같아도 재료와 설계 조건이 바뀌면 오래된 부품을 그대로 쓰는 것이 최선은 아닐 수 있다.
출연자들은 고객과 함께 부품을 다시 설계하는 공급업체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완제품 제조사가 내려준 도면을 받아 생산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속도와 무게, 비용, 제조 방식까지 함께 검토하는 역할이다. 전력망에서도 기존의 기계적 장치에서 전력전자와 배터리 저장장치로 구조가 바뀌면 공급망 전체를 재검토할 여지가 생긴다고 봤다.
공급업체와 고객의 긴밀한 협력으로 품질이 달라진 사례도 소개됐다. 한 출연자는 투자한 기업 한 곳이 약 3년 전에는 불량을 예상해 필요한 PCB의 두 배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당시 검사 통과율은 약 50%였다. 이후 새로운 공급업체에서 구매하면서 통과율이 70~90%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런 공급 기업의 창업자는 기존 제조 현장에서 나올 수 있다. 스페이스X나 테슬라, Anduril 등에서 반복되는 조달 문제를 겪은 사람이 이를 독립적인 사업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동료 기업은 초기 고객이 되고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부담스러운 문제를 새 공급업체에 맡길 수 있다.
한 제품의 완성과 오래 기다릴 자본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곧바로 여러 제품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연자들은 먼저 한 가지 어려운 제품을 제대로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생산 지식, 공급업체 관계, 제조를 고려한 설계 방식, 고객의 신뢰를 확보해야 두 번째와 세 번째 제품이 쉬워진다고 봤다.
자본에도 같은 시간 감각이 필요하다. 공장과 광산은 엔지니어 몇 명을 컴퓨터 앞에 모은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땅을 움직이고 설비를 설치하며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출연자들은 벤처캐피털뿐 아니라 은행, 사모펀드, 신용투자 자금까지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인다고 전하면서도 자본시장의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참여도 조건으로 제시했다.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광산은 주변 주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준다. 주민이 경제적 성장의 이익을 함께 누린다고 느끼지 못하면 사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출연자들은 기술과 자본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방식도 기업이 풀어야 할 문제로 봤다.
이번 대담에서 출연자들은 다음 스페이스X의 조건으로 완제품의 성능만을 꼽지는 않았다. 필요한 공급망을 확보하고 공정을 개선하며 한 제품을 실제로 생산해내는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봤다. AI와 민간 자본은 이 과정을 앞당길 도구지만 제조 현장의 지식과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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