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크루소의 출발점은 전기를 소비할 시장으로 에너지를 옮기는 대신 활용되지 못하는 에너지가 있는 곳에 컴퓨팅 수요를 가져가는 것이었다.
-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매각한 핵심 이유는 집중이었다. AI 인프라에 자본과 인력을 모으고 암호화폐 사업 때문에 생기는 투자 제약을 줄이려 했다.
- 발전부터 데이터센터, 장비 제조, AI 클라우드까지 아우르는 조직에서는 분야별 전문가에게 실행을 맡기되 사업 전체의 방향과 연결 관계를 공유해야 한다.
- 조직이 커질수록 반복해서 방향을 설명하고 나쁜 소식과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CEO와 구성원 모두 회사의 성장에 맞춰 계속 달라져야 한다.
에너지에서 출발한 회사는 어떻게 AI 인프라를 키웠나
세쿼이아 캐피털의 대담 프로그램 ‘롱 스트레인지 트립’에 출연한 크루소 공동창업자 겸 CEO 체이스 로크밀러는 에너지 사업에서 AI 인프라까지 회사를 확장한 과정과 조직 운영 방식을 설명했다. 대화에서는 발전소부터 AI 클라우드까지 서로 다른 사업을 묶으면서도 실행 속도를 유지하는 문제를 주로 다뤘다.
로크밀러는 대담 당시 크루소의 직원 수가 최근 2,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회사에는 데이터센터용 핵심 전기 장비를 만드는 공장도 있고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인력도 있다. 발전과 전력 확보, 데이터센터 건설·운영, AI 클라우드를 한 회사가 맡는 수직 통합 구조다.
그는 지금의 회사에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CEO로 투입된다면 압도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이를 감당하는 이유는 공동창업자 두 명으로 시작해 채용과 확장의 모든 단계를 거쳤기 때문이다. 다만 축적된 맥락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회사가 커지는 만큼 창업자도 의식적으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버려지는 가스 옆으로 컴퓨팅 수요를 옮기다
크루소의 초기 사업 논리는 에너지가 있는 곳으로 시장을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로크밀러는 AI 연구와 퀀트 포트폴리오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와 연산 능력이 AI의 병목이라면 대규모 연산은 결국 에너지 문제로 이어진다고 봤다.
첫 대상은 유전에서 원유와 함께 나오는 천연가스였다. 가스를 운송할 파이프라인이 없는 곳에서는 이를 현장에서 태워 없앴다. 크루소는 소형 모듈식 발전기와 데이터센터를 가져가 그 가스로 전기를 만들고 컴퓨팅 장비를 가동했다. 첫 수익화 수단은 비트코인 채굴이었다. 당시에는 에너지를 돈으로 바꾸기 가장 쉬운 방식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AI 클라우드는 나중에 갑자기 떠올린 사업이 아니었다. 초기부터 AI용 컴퓨팅 장비를 구축했지만 실패와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누구에게 어떤 제품을 제공해야 할지도 불분명했다. 로크밀러는 대학 연구자인 지인들에게 연락해 노스다코타 유전의 가스로 구동하는 GPU를 쓸 곳이 있는지 물었다.
그가 전환점으로 꼽은 사건은 2022년 11월 30일 챗GPT 출시였다. 이후 등장한 스타트업들이 크루소가 준비하던 연산·저장·네트워크 인프라를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현재의 에너지 전략은 버려지는 천연가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크루소는 풍력·태양광·가스·배터리 등 여러 방식을 시도했다. 로크밀러는 아이슬란드의 지열·수력과 냉각 여건, 노르웨이의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저비용 수력을 사례로 들었다. 모든 입지에 통하는 단일 해법은 없으며 지역과 용도에 맞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수익 나는 채굴 사업을 매각한 이유
비트코인 채굴이 잘되고 있을 때 AI 클라우드에 자원을 쓰는 결정은 내부에서도 설명이 필요했다. 이미 돈을 버는 사업이 있는데 왜 다른 곳에 투자하느냐는 반응이 있었다고 로크밀러는 말했다.
그는 두 사업이 기술적으로 잘 맞는다고 여전히 봤다. 비트코인 채굴은 전력 사용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거나 공급 여건에 따라 조정하기 쉽다. 반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실행하는 작업과 냉각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차이 때문에 두 사업을 함께 운영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채굴 사업을 NYDIG에 매각한 결정적인 이유는 경영 자원의 집중이었다. 크루소가 맡는 일이 늘수록 자본과 인력, 경영진의 주의를 비트코인과 AI 중 어디에 배분할지 갈등이 커졌다. AI 사업에는 관심이 있지만 암호화폐 관련 투자는 금지돼 있다는 투자자들의 반응도 있었다.
매수자의 적합성도 중요했다. 로크밀러는 NYDIG 측이 천연가스 자산 운영과 비트코인 생태계를 모두 이해하고 있어 사업을 맡기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매각은 채굴 사업의 가치를 부정한 결정이 아니라 크루소를 AI 인프라에 집중시키려는 선택이었다.
그는 AI 인프라 시장도 승자 한 곳이 독식하는 구조로 보지 않았다. 석유·가스 산업에서 자원 생산, 운송, 정제를 맡는 기업들이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듯 크루소 역시 어떤 영역에서는 경쟁하는 기업과 다른 영역에서는 손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에게 맡기되 방향과 책임은 맞춘다
수직 통합의 어려움은 사업을 많이 보유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에너지·제조·데이터센터·클라우드 조직은 서로 연결되는 지점에서 협업해야 한다.
로크밀러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확보하고 상당한 책임과 자원을 맡긴다. 다만 이를 방임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먼저 해당 사업이 무엇을 하는지, 다른 사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고 방향에 합의한다. 이후에는 합의한 계획의 실행을 책임지게 한다.
조직 간 협업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도 아니다. 크루소에는 프로그램 관리 기능이 있고 주요 임원과 직속 보고자가 참여하는 주간 회의에서 부서 간 마찰을 드러내고 조정한다. 그는 수직 통합 기업이 성공하려면 사업 단계 사이의 협업을 반드시 풀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는 본질적인 긴장이 있다고 인정했다.
작은 팀을 이끌 때와 가장 달라진 점은 소통의 반복 횟수였다. 예전에는 한 번 말하면 함께 움직일 수 있었다. 지금은 자신이 같은 말을 하는 데 지칠 무렵에야 충분히 전달하기 시작한 수준이라고 느낀다. 무엇을 왜 하는지, 누가 무엇을 맡는지 거듭 설명해야 조직의 방향을 맞출 수 있다고 봤다.
전기 기술자와 AI 연구자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문화도 이와 연결된다. 로크밀러는 누구도 전체 해법에 필요한 전문성을 혼자 갖추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기 배선 작업을 하는 현장 인력의 통찰이 연구자에게 도움이 된 사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CEO의 성장에는 사람에 관한 판단이 따른다
로크밀러에게 크루소는 자신이 일해 본 회사 중 가장 큰 회사다. 그는 창업 후 경영서를 집중적으로 읽었고 멘토와 코치의 도움을 받았다. 대중 앞에서 말하는 능력도 타고난 것이 아니라 준비와 연습으로 익혔다고 했다.
코칭의 가치는 매번 즉시 답을 얻는 데만 있지 않았다. 오랫동안 신뢰를 쌓은 코치는 창업자의 사각지대와 반응 방식을 이해하고 큰 문제가 생겼을 때 판단을 바로잡도록 도울 수 있었다. 투자사 펠리시스가 경영진 코칭과 리더십 개발 등을 위한 예산을 마련한 점도 인상적인 지원으로 꼽았다.
그가 가장 어렵게 느낀 문제는 사람이었다. 똑똑하고 의욕적이며 자기 의견이 강한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선택한 방향에 힘을 모으게 해야 한다.
특히 어려운 판단은 기존 리더를 계속 믿고 기다릴지, 다른 사람에게 역할을 맡길지 결정하는 일이다. 회사를 위해 헌신한 사람이라도 회사가 훨씬 커진 뒤에는 같은 역할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그는 인사 판단을 단일 신호로 내리기보다 조직 여러 곳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모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을 얼마나 자주 교체해야 하는지도 하나의 정답은 없다고 봤다.
나쁜 소식을 듣고 계획을 바꾸는 능력
로크밀러는 회사가 커질수록 CEO와 현장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점을 경계했다. 직원들이 좋은 소식만 전하려 한다면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그는 우려와 비판을 끈질기게 요청하고 실제로 피드백을 받아 생각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지역의 비판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려 했다. 지역 주민에게 사업을 설명하는 동시에 근거 없는 반응과 운영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비판을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기존 판단에 확신이 있더라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방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등반 경험은 이런 위험 관리 태도와 연결된다. 2014년 에베레스트 등반을 시도했을 때 쿰부 아이스폴에서 큰 눈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다시 도전하면서 그는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에 노출되는 횟수를 줄이려 했다. 주변 산에서 고도 적응을 진행해 아이스폴 통과 횟수를 통상적인 여덟 번에서 네 번으로 줄였고 2018년 정상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크루소가 기업 가치로 내세운 산악인의 사고방식은 무조건 버티는 태도가 아니었다. 감수할 위험을 의식적으로 고르고 준비와 계획으로 노출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크루소는 에너지에서 AI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집중을 위해 수익 사업을 정리하며 확장했다. 로크밀러가 조직 운영에서 강조한 원칙도 같다. 각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방향을 반복해 맞추고 현장에서 들어오는 나쁜 소식에 따라 판단을 수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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