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앤드루 첸은 AI 모델의 성능 우위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모델 위에 만든 앱의 경쟁력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웹 서비스가 만들기 쉬워진 뒤 경쟁의 초점이 이용자 확보와 유지로 옮겨갔듯, AI 앱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가설이다.
- 그는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자 확보, 재방문·참여, 수익화의 세 측면으로 나눈다.
- AI 스타트업이 네트워크 기능을 더할 수도 있고, 이미 이용자 관계와 유통망을 가진 기존 서비스가 AI를 더할 수도 있다.
모델의 규모가 곧 방어력이라는 가설
한동안 AI 산업에서는 차세대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데이터, 연산 자원, 에너지가 급격히 늘어나 소수의 대형 모델 기업만 우위를 지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이 관점에서 모델 위에 인터페이스를 얹은 앱은 쉽게 대체되는 ‘GPT 래퍼’였다.
첸은 2025년 2월 글을 쓰는 시점에 이 가설이 복잡해졌다고 봤다. 그의 판단으로는 최상위 모델과 오픈소스 모델의 격차가 약 6개월에 그치는 듯했고, Grok과 DeepSeek 같은 신규 모델도 비슷한 수준의 역량을 선보이고 있었다. 학습에 쓸 수 있는 데이터의 한계와 기존 모델의 성능을 다른 모델에 옮기는 증류 기술도 규모의 우위를 약화하는 요인으로 들었다. 그는 동시에 창작 도구, 고객 서비스, 법률 등 특정 분야의 앱 스타트업 가운데 1년이 채 안 돼 연간 반복 매출이 0달러에서 500만 달러 이상으로 성장한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웹 서비스의 ‘데이터베이스 래퍼’가 남긴 단서
첸은 AI 앱의 미래를 과거 웹 서비스와 비교한다. 초기 웹사이트는 서버와 비싼 소프트웨어를 직접 마련해야 했지만, 오픈소스와 클라우드 등이 보급되면서 구축이 쉬워졌다. 당시 블로그, Twitter, Flickr, 거래 장터 등 많은 서비스는 데이터를 만들고 읽고 수정하고 삭제하는 단순한 기능을 바탕으로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Web 2.0의 중요한 변화는 개인이 자기 데이터만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공유된 데이터에 참여하게 된 점이었다. 화면과 기본 기능은 복제할 수 있어도, 오랫동안 유지된 사람들의 관계와 활동은 경쟁력이 됐다. 첸은 AI 앱에도 이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보지만, 웹의 역사가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는 세 경로
네트워크 효과는 이용자가 늘수록 서비스의 가치가 커지는 현상이다. 첸은 이를 세 가지 경로로 설명한다. 첫째, 이용자가 초대와 공유를 통해 새 이용자를 데려오는 확보 효과다. AI 앱이 만든 유용하거나 흥미로운 결과물이 공유되면 제품을 알리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둘째는 재방문과 참여다. 댓글, 공유 파일, 태그처럼 다른 사람의 활동이 쉬고 있던 이용자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 셋째는 수익화다. 협업 제품이 한 조직 안에 널리 퍼지면 높은 요금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소셜 게임에서는 친구가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바타 장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첸은 AI 앱이 새로운 콘텐츠 생성이나 특정 업무 기능으로 이용자를 모은 뒤 공유와 협업 기능을 더하는 경로를 제시한다. 다만 모든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이 방식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고객의 업무 흐름을 깊이 이해하고 규정 준수, IT, 보안 요구를 해결하는 방법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브랜드, 사용 경험, 유통력, 독점 데이터 역시 그가 꼽은 다른 요인이다.
누가 AI와 기존 관계망을 결합할까
기업용 AI 제품에 팀 기능과 댓글·태그 같은 협업 기능을 더하는 방식은 비교적 분명하다. 소비자 서비스에서는 방향이 불확실하다. 첸은 AI 동반자가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대체할지, 보완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본다. Character.ai 같은 징후는 있지만,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용자도 오래 머무는 소비자용 AI 앱의 성공 사례는 아직 열려 있다는 평가다. 낮은 이용료나 광고 기반 모델을 뒷받침할 API 비용, 강한 기존 서비스와의 경쟁, AI 동반자의 매력 등이 변수로 제시된다.
기존 서비스의 우위도 무시할 수 없다. 첸은 과거 컴퓨팅 플랫폼의 전환과 달리 AI 제품은 여전히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앱을 내려받는 대신 이미 쓰는 서비스의 검색창에서 AI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먼저 등장한 AI 앱이 최종 승자가 될지도 미정이다. 첸은 초기 모바일 앱인 Flipboard, Foursquare, Kik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후 Uber와 DoorDash 같은 다른 기업이 모바일 기술을 새 방식으로 활용한 사례를 든다. 그의 결론은 현재의 AI 앱, 뒤따르는 스타트업, 기존 서비스 중 어느 쪽이 이길지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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