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시퀀스홀딩스는 기존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진·엔지니어와 함께 업무 방식과 조직을 바꾸는 장기 보유 지주회사 모델을 추구한다.
- 공동 창업자 겸 CEO 마이클 리는 브랜드, 규모, 관계망, 규제 대응력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기존 기업이 스타트업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
- 첫 투자처인 뱅크사우스에서는 소비자 대출 심사 소요시간이 평균 94%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업 대출의 평균 처리 기간은 30일에서 11일로 단축됐다.
- 시퀀스홀딩스는 델 가문 자산운용 조직과 보험 중개사 볼드윈을 77억 달러 규모에 비상장화하는 거래를 발표했다. 리는 양측이 공동 지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기업을 다시 세운다는 구상
리는 2022년 말 챗GPT가 등장한 뒤 AI가 산업마다 다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외식업이나 골프장처럼 영향이 작다고 본 분야도 있고, 코딩처럼 신생 기업이 앞설 것으로 본 분야도 있다. 반면 브랜드, 규모, 네트워크 효과, 규제 대응력에서 기존 기업이 우위를 지닌 산업에서는 적절한 기업을 인수해 AI로 경쟁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봤다. 이것이 시퀀스홀딩스의 출발점이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직원마다 AI 도구를 지급해 기존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수준을 넘는다. AI가 맡을 일과 사람이 맡을 일을 다시 나누고, 그에 맞춰 조직과 업무 흐름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리는 이를 위해 경영진과 긴 시간 협력할 수 있는 소유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유권과 장기 보유가 필요한 이유
리는 기업이 내부 인력만으로 변화를 추진할 때 필요한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유지하기 어렵다고 봤다. 외부 서비스 업체는 기술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인력 배치와 보상 체계까지 바꿀 권한은 제한된다. 범용 소프트웨어 역시 여러 고객에게 팔 수 있도록 현재의 공통 업무 흐름에 맞춰 설계되므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새 업무 방식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시퀀스홀딩스는 기업의 소유권을 확보하면 경영진과 이해관계를 맞추고 장기간 기술에 투자할 수 있다고 본다. 리는 회사 안에서 엔지니어가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문화도 강조했다. 일반적인 사모펀드 역시 AI 전환에서 진전을 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투자 회수 일정과 자본 집행 압박은 장기적인 조직 변화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퀀스홀딩스의 목표 거래 건수는 연간 한 건이며, 적절한 기업이 없으면 거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뱅크사우스에서 확인한 변화
뱅크사우스는 처음부터 투자처가 아니었다. 시퀀스홀딩스는 이 은행의 업무를 개선하는 서비스 제공자로 협력을 시작했고, 이후 가족 소유주 측의 제안으로 소수 지분 투자자가 됐다. 리는 투자 이후 엔지니어가 더 복잡하고 장기적인 문제를 맡을 수 있었고, 직원들도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하며 변화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업무 규칙이 명확하고 데이터가 잘 정리돼 있으며, 여러 지점의 대출 심사를 중앙에서 처리한다. 리는 이런 구조가 한곳에서 만든 시스템을 여러 지점에 적용하기에 유리했다고 평가했다. 시퀀스홀딩스는 소비자 대출을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리에 따르면 투자 후 약 6개월 사이 평균 소비자 대출 심사 소요시간이 94% 줄었다. 상업 대출에도 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은행의 평균 대출 처리 기간은 30일에서 11일로 줄었다.
같은 해 2분기 뱅크사우스의 대출 물량은 1분기의 두 배였다. 리는 물량 증가를 시퀀스홀딩스의 성과로 돌리지 않았다. 다만 기존 심사 기준을 바꾸지 않고도 늘어난 물량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심사팀 인원은 한 명이 은퇴하고 한 명이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부서로 옮기면서 줄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직원들은 숫자 입력보다 예외가 있는 대출과 복잡한 심사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됐다.
볼드윈을 선택한 배경
리는 보험 중개업을 기존 기업의 강점이 큰 시장으로 봤다.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서 관계를 맺는 사업이며,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고객 유지율은 약 90%다. 중개 수수료도 고객이 아닌 보험사가 지급하므로 신생 기업이 가격만으로 경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시퀀스홀딩스는 여러 보험 중개사를 검토한 뒤 볼드윈의 규모, 통합된 기술 기반, 경영진을 높이 평가했다.
볼드윈은 이미 앤스로픽의 도구를 조직에 도입했고, 보험 중개 업무 시스템인 Applied Epic을 단일 환경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리는 설명했다. 그는 경영진이 본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클라우드와 데이터 기반을 정비하는 등 변화를 시작했는지를 투자 판단의 핵심으로 꼽았다. 시퀀스홀딩스가 은행이나 보험 중개업 자체를 운영해 온 전문성은 없기 때문에 해당 산업의 경영진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공통 플랫폼보다 어려운 조직 변화
시퀀스홀딩스는 은행에서 구축한 플랫폼 ‘아틀라스’를 다른 기업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리의 설명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기업의 데이터와 관계를 모델이 이해하도록 정의하는 층,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층, 에이전트를 업무 흐름에 연결하는 ‘래티스’, 그 위의 애플리케이션 구축 층으로 구성된다. 다만 은행에서 만든 기반을 볼드윈과 향후 투자처에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시퀀스홀딩스의 기대다.
리는 기술 개발보다 사람과 조직의 변화를 더 어려운 과제로 꼽았다. 은행 직원들에게 AI 도입이 자신의 역할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안이 생긴다는 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반복 업무를 줄이고 직원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업무를 바꾸는 방식은 뱅크사우스에서 얻은 경험이며, 볼드윈에서도 계속 다듬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시퀀스홀딩스의 사례는 대출 처리 시간 단축이라는 초기 성과를 보여준다. 리가 제시한 더 큰 목표인 기존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변화는 은행과 볼드윈에서 이어질 운영 결과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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