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SemiAnalysis의 딜런 파텔은 AI 컴퓨트 확장의 장기 병목을 전력보다 반도체 생산 능력에서 찾는다. 공장 건설과 장비 증설에는 데이터센터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 대형 기술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에는 올해 가동할 칩뿐 아니라 향후 데이터센터 건설, 터빈 계약금, 전력 확보 비용도 포함된다. 지출액을 올해 새로 가동할 컴퓨트 규모로 곧바로 환산할 수 없다.
- 파텔의 계산으로는 엔비디아 루빈 기반 데이터센터의 IT 설비 용량 1기가와트에 약 350%가 아닌 3.5대의 EUV 노광 장비가 필요하다. 다만 장비 전체를 AI 칩에 배정할 수는 없다.
- 일반 D램을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쓰거나 구형 공정으로 돌아가는 방안은 공급을 늘릴 여지가 있지만, 메모리 대역폭과 칩 간 통신 성능에서 대가를 치른다.
설비투자와 실제 가동 시점은 다르다
진행자는 아마존·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를 합치면 6,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짚었다. 파텔은 그중 일부가 올해 가동할 컴퓨트에 쓰이지만, 상당액은 이후의 증설을 준비하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구글의 투자에는 2027년 데이터센터 건설과 2028~2029년 터빈을 위한 계약금도 들어간다. 반대로 올해 추가되는 설비 중에는 지난해 이미 비용을 지불한 부분도 있다.
컴퓨트 확보 시점은 AI 기업의 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파텔은 앤트로픽이 연말까지 자체 설비와 아마존 베드록·구글 버텍스·마이크로소프트 파운드리를 통한 서비스 용량을 합쳐 약 5~6기가와트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초기 계획보다 큰 규모지만 달성은 쉽지 않다고 봤다. 그는 일찍 장기 계약을 맺은 기업과 달리 뒤늦게 용량을 구하는 기업은 기존 계약이 끝나는 GPU나 아직 판매되지 않은 설비를 더 높은 가격에 확보하거나, 클라우드 사업자와 수익을 나눠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목은 반도체 공장과 제조 장비로 이동한다
파텔에 따르면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통상 2~3년이 걸린다. 데이터센터는 1년 안에 지은 사례도 있다. 그는 올해와 내년에는 칩을 만들 장비를 설치할 공장 공간, 특히 클린룸이 큰 제약이며 2028~2030년으로 갈수록 제조 장비가 더 근본적인 제약이 될 것으로 봤다. 메모리 업체들이 가격 부진으로 지난 몇 년간 새 공장 건설을 미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신규 공장 용량은 2027년 말이나 2028년에야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장기 병목으로 지목한 장비는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다. EUV는 빛으로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 무늬를 새기는 공정에 쓰인다. 파텔은 ASML의 연간 생산량을 현재 약 70대, 내년 약 80대, 10년 말에는 공격적으로 증설해도 100대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추정했다. 장비 자체뿐 아니라 정밀 광학 부품과 여러 공급업체의 생산 능력도 함께 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1기가와트에 필요한 칩 생산량
파텔은 루빈 칩으로 데이터센터 IT 설비 용량 1기가와트를 구성하려면 3나노미터 웨이퍼 약 5만5,000장, 5나노미터 웨이퍼 약 6,000장, D램 웨이퍼 약 17만 장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각 웨이퍼의 EUV 공정을 합치면 약 200만 회의 웨이퍼 노광이 필요하며, 이를 처리하는 데 EUV 장비 약 3.5대가 든다는 추정이다.
그는 기존 장비와 향후 생산 장비를 합치면 10년 말 EUV 장비가 약 700대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이를 단순히 3.5대로 나누면 200기가와트분의 AI 칩에 해당하지만, 모든 장비를 AI에 투입한다는 가정이므로 실제 공급 가능량은 그보다 작다. 대담에서 제시된 기가와트 수치도 냉각·송전 손실을 포함한 발전 용량이 아니라 서버의 IT 전력 용량을 가리킨다.
구형 칩과 일반 메모리는 대안이 될까
진행자는 EUV 공급이 부족하면 구형 7나노미터 공정으로 칩을 더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파텔은 컴퓨트의 가치가 충분히 높다면 그럴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칩 하나의 연산 성능만 비교해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대형 모델은 여러 칩에 나눠 실행되며, 칩 안·칩 사이·랙 사이의 통신 속도 차이가 실제 처리량에 영향을 준다. 구형 공정에도 일부 설계 개선을 적용할 수 있지만 최신 칩의 시스템 성능을 모두 재현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메모리에서도 비슷한 교환관계가 있다. 일반 D램을 사용하면 웨이퍼당 더 많은 저장 용량을 생산할 수 있지만 HBM보다 칩 가장자리 면적당 대역폭이 낮다. 파텔은 루빈에 쓰이는 HBM4 한 묶음의 대역폭을 초당 약 2.5테라바이트로, 같은 가장자리 면적에서 일반 DDR 메모리의 대역폭을 초당 수십~100여 기가바이트 수준으로 비교했다. 모델이 필요한 데이터를 제때 읽지 못하면 연산 장치가 대기하게 된다. 그는 메모리 용량뿐 아니라 대역폭, 연산량, 네트워크 대역폭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의 제약과 우주 데이터센터의 한계
파텔은 전력 확보가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공급 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다고 봤다. 가스 터빈 외에 선박용 엔진, 연료전지, 태양광과 배터리 등을 거론했다. 전력망에 연결하지 않고 현장에서 발전하는 방식은 비용이 더 들 수 있지만, 칩과 데이터센터 전체 비용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선택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건설 노동력 역시 큰 제약이며, 전력·냉각 설비를 공장에서 미리 조립해 현장 작업을 줄이는 방식을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파텔은 이번 10년 안에 우주 데이터센터가 유리해질 가능성을 낮게 봤다. 우주에서 전력을 얻더라도 지상과 같은 칩 공급 제약을 받는다. 장비를 시험한 뒤 분해·발사·재가동하는 시간, 고장 수리, 위성 간 통신도 해결해야 한다. 칩이 부족한 동안에는 생산된 칩을 가능한 한 빨리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결론
파텔의 분석에서 병목은 한곳에 고정돼 있지 않다. 단기에는 공장 공간과 메모리 생산 능력이, 이후에는 EUV를 비롯한 제조 장비의 증설 속도가 중요해진다. 전력과 데이터센터 건설도 어렵지만, 그가 제시한 수요 규모를 충족할 수 있는지는 결국 칩 공급망 전체가 얼마나 빨리 늘어나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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