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생산 전 과정을 AI와 기계가 맡을 수 있게 되더라도, 노동에 돌아가는 소득의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이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 자동화된 상품을 사람들이 빠르게 충분히 소비하게 되고 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계속 돈을 쓴다면, 생산량과 경제적 가치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 반대로 새로운 상품과 AI 활용처가 계속 생기거나 자본 축적 수요가 강하면 자본의 몫이 커질 수 있다.
  • AI에 따른 실직, 경제 성장, 소득 분배는 별개의 문제다. 대담 참가자들은 어느 경로가 우세할지 판단할 수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자동화가 노동의 몫을 곧바로 없애지는 않는다

드와르케시 파텔과 경제학자 알렉스 이마스, 필 트래멀의 대담은 AI가 발전할수록 무엇이 희소해지는가에서 출발한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경제에서 창출된 소득 중 임금으로 지급되는 몫이다. 대담에서 제시된 대략적인 수치는 임금이 60% 안팎, 기계·토지·기업의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나머지 30~40%다. 참가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자동화가 이어졌는데도 임금의 몫이 상당히 유지됐다는 점을 짚었다. 다만 최근 노동소득분배율의 변화는 회계 방식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래멀은 최종 생산 단계만 보아서는 자동화의 정도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계를 만들고 공급망을 운영하는 과정에도 노동이 들어간다. 그가 든 미국 컴퓨터·전자제품의 사례에서는 공급망 전체를 반영한 자본의 몫이 약 50%로 안정적이었다. 앞으로 일부 상품의 공급망 전체가 자동화될 수 있다는 점은 질적인 변화지만, 그것만으로 경제 전체의 자본 몫이 얼마나 커질지는 정해지지 않는다.

사람의 참여 자체가 가치인 서비스

이마스가 제시한 관계적 부문은 결과물뿐 아니라 사람이 참여했다는 사실에도 소비자가 가치를 두는 상품과 서비스다. 공연자나 바리스타만을 뜻하지 않는다. 의사의 업무에서 서류 처리 같은 작업을 자동화하더라도 환자에게 진단을 전하고 지지하는 역할은 사람이 맡기를 원할 수 있다는 예를 들었다.

이마스가 소개한 미술 인쇄물 실험에서는 단 한 점일 때 사람이 만든 작품에 대한 지불 의사가 AI가 만든 작품보다 높았다. 그러나 500점이 제작된다는 조건에서는 사람이 만든 작품의 가치가 크게 낮아졌고, AI 작품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이를 인간 제작자와의 연결감이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단서로 보면서도, 이 효과가 충분한 직업과 산업에서 나타나는지는 더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핵심은 소비자가 상품의 일부 작업에 사람이 남아 있는 대가를 실제로 얼마나 더 낼 것인가다. 이마스는 그런 지불 의사와 수요의 반응을 측정한 자료가 없어 관계적 부문이 노동소득분배율을 떠받칠 규모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로운 상품이 생기면 계산이 달라진다

자동화된 상품이 풍부해져 추가 상품의 가치가 빠르게 떨어진다면, 사람들은 소득의 더 큰 몫을 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쓸 수 있다. 하지만 트래멀은 상품의 종류를 고정한 채 미래 수요를 추정하면 중요한 변화를 놓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 이용할 수 있던 운송수단과 음식만을 기준으로 생각했다면, 자동화 이후 지출이 노래 같은 인간 서비스로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을 수 있다. 실제로는 새로 생긴 수많은 상품에 돈을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AI에도 같은 갈림길이 있다. 컴퓨팅의 새로운 용도가 계속 생겨 수요가 늘면 자동화된 상품이 풍부해져도 자본에 대한 지출은 줄지 않을 수 있다. 트래멀은 인간 서비스의 수요가 존재하더라도 비인간 상품의 종류가 더 빠르게 늘면 노동의 경제적 몫이 작아질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추가 로봇의 가치가 빠르게 낮아지고 인간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유지된다면 생산량의 폭증이 자본소득분배율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실직과 성장 둔화는 같은 주장이 아니다

대담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와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가 충분한지를 구분했다. 진행자는 기업이 기존 인력보다 조금 저렴한 AI로 직원을 대체한다면, 단기적으로 해고는 많지만 새로 분배할 부는 적은 ‘불편한 중간 단계’가 가능하다고 물었다. 이마스와 트래멀은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많은 직업을 대체할 기술이라면 생산 능력도 크게 늘어날 공산이 있어 그런 조건이 성립하는 구간은 좁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마스는 전화 교환원이 약 20년에 걸쳐 다른 일자리로 옮겨갔지만 더 낮은 임금을 받았다는 연구를 사례로 들었다. 대규모 실업이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아도 소득 하락이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그가 소개한 당시의 노동시장 분석에서는 AI로 인한 사무직 대량 실업의 증거가 뚜렷하지 않았다. 초급 개발자의 고용은 추세보다 다소 약할 수 있으나, 이를 전체 고용의 급격한 감소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동화가 경제 자체를 수축시킨다는 주장에도 별도의 조건이 필요하다. 이마스는 임금에서 자본 소유자에게 옮겨간 소득이 소비에도 투자에도 쓰이지 않아야 생산 능력이 늘어나는 와중에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직 가능성을 부정하는 논거가 아니라, 실직과 경제 전체의 성장률을 따로 검토해야 한다는 논거다.

분배의 경로와 개발도상국의 선택

참가자들은 소득을 어떻게 걷고 나눌지와 사람들이 자본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지를 분리해 논의했다. 현금 지급이나 음의 소득세는 비교적 즉각적인 소득 하한을 만들 수 있지만, 지급을 결정하는 정치 권력에 대한 의존이 생긴다는 우려가 나왔다. 시민에게 주식 등 자본의 몫을 나누는 방안은 소유권을 줄 수 있으나, 어떤 기업이 AI의 수익을 가져갈지 골라내야 한다. 대담에서는 세금을 걷는 방식과 그 돈으로 자산을 사서 분배하는 방식을 별도로 설계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AI 모델이나 반도체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개발도상국에는 접근성 자체가 변수다. AI의 성과가 널리 퍼지면 역량 격차를 줄일 수도 있지만, 생산 기반과 자본이 부족한 나라가 뒤처질 가능성도 있다. 트래멀은 AI 성장의 수익에 참여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하는 쪽에 우선순위를 두면서도, AI의 확산이 느릴 때 필요한 교육과 재훈련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수익이 일부 비상장 기업에 집중되는지, 개방형 모델을 통해 폭넓게 퍼지는지에 따라 자산을 보유하는 전략의 실행 가능성도 달라진다.

결론

AI의 성능만으로 노동과 자본의 최종 몫을 결정할 수는 없다. 사람의 참여에 얼마를 지불할지, 새로운 상품과 컴퓨팅 수요가 얼마나 생길지, 자동화의 수익을 누가 소유할지가 함께 결과를 바꾼다. 대담 참가자들이 강조한 것은 단일한 예측보다 이 조건들을 구분하고 측정할 자료의 필요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