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모델을 만드는 일과 이해하는 일은 다르다. 연구자는 학습으로 형성된 내부 계산을 관찰하고 실험하며 작동 원리를 추적한다.
-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모델도 내부에서 개념을 조합하고, 아직 출력하지 않은 단어를 미리 계획할 수 있다.
- 성능이 매끄럽게 개선돼도 업무에 필요한 신뢰성 기준을 넘는 순간, 사용자는 갑작스러운 도약으로 느낄 수 있다.
- 안전성을 평가하려면 출력뿐 아니라 말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 표현도 살펴야 한다. 다만 해석 가능성 연구가 모든 내부 계산을 읽어내는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 모델의 계획이나 기만을 인간의 행동에 빗대는 표현은 유용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의식이나 감정의 존재를 입증하지는 않는다.
모델은 설계한 틀 안에서 학습으로 자란다
Anthropic에서 해석 가능성을 연구하는 에마뉘엘 아마이젠은 Lenny Rachitsky와의 대담에서 모델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 작동 원리까지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석 가능성이란 모델 내부를 살펴 어떤 계산이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내려는 연구다.
개발자는 모델의 구조를 만들고 데이터를 통과시킨다. 사전 학습에서는 방대한 문서의 앞부분을 주고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도록 한다. 이후에는 유용한 답변이나 코딩 문제 풀이 같은 예시로 행동을 다듬는다. 이 과정에서 계산에 쓰이는 매개변수가 바뀌며, 개발자가 일일이 작성하지 않은 계산 방식이 형성된다.
실행 중인 모델은 입력 문자를 숫자로 바꾸고, 여러 단계의 계산을 거친 뒤 결과를 다시 단어로 바꾼다. 연구팀이 해독하려는 대상은 이 계산 사이에 생기는 중간 결과다. 아마이젠은 이런 작업이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보다 생물학 연구에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미 나타난 행동을 보고 원인을 찾는 실험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단어를 잘 맞히려면 개념과 관계가 필요하다
아마이젠은 다음 단어 예측을 휴대전화 자동 완성 정도로 생각하면 모델의 복잡성을 놓치기 쉽다고 설명했다. 문장 구조나 간단한 사실을 잘 맞히게 된 뒤에도 예측 성능을 높이려면, 복잡한 물리 문제의 답이나 긴 논문의 마지막 문단처럼 어려운 내용을 처리해야 한다.
그가 든 사례는 댈러스가 속한 주의 주도를 묻는 질문이다. 연구팀이 일부 내부 계산을 해독했을 때, 텍사스에 해당하는 표현과 주도라는 개념이 활성화되고 이들이 결합해 오스틴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관찰했다. 적어도 이런 사례에서는 질문과 답을 통째로 외웠다는 설명보다 개념 사이의 관계를 이용한다는 설명을 뒷받침한다.
같은 개념이 서로 다른 입력에서도 나타나는 현상도 관찰했다. 눈 사진을 보여주거나, 여러 언어로 눈을 설명하거나, 눈을 그린 SVG를 입력해도 공통된 내부 표현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모델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개념을 형성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해독은 모든 계산에 대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아마이젠은 연구팀이 일부 사례에서 중간 결과를 잘 해독할 수 있다고 범위를 한정했다.
한 단어씩 출력해도 계획은 앞서갈 수 있다
모델이 다음 토큰, 즉 출력의 다음 단위를 하나씩 만든다는 사실은 미래 내용을 계획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앞선 토큰을 생성할 때 만들어진 중간 결과를 이후 토큰의 계산에서도 참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시를 쓰는 모델에서 이런 현상을 관찰했다. 운을 맞추려면 다음 행을 어떤 단어로 끝낼지 미리 정하는 편이 유리하다. 모델 내부에서는 행의 끝에 사용할 단어에 해당하는 표현이 먼저 나타났고, 이후 단어를 생성할 때 그 계획을 참조했다. 계획을 문장으로 출력하지 않아도 내부에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는 이런 표현을 어떻게 찾아낼까. 다양한 텍스트를 모델에 넣고 중간 계산의 숫자들을 기록한 뒤, 특정 언어나 주제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찾는다. 이어 내부 활성화를 직접 바꾸고 예상한 행동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한다.
금문교에 집착하도록 만든 Golden Gate Claude가 그런 실험이었다. 연구팀은 금문교와 관련 있다고 해석한 내부 표현을 계속 활성화했고, 모델은 여러 답변에서 금문교를 언급했다. 이는 해당 표현에 붙인 해석이 맞는지 검증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매끄러운 성능 향상이 갑작스러운 도약처럼 보이는 이유
아마이젠은 연산량을 늘리는 것만큼, 연산을 더 투입할수록 성능이 계속 좋아지는 학습 목표를 찾는 일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단어 예측은 데이터와 연산을 늘릴 때 성능이 예측 가능한 추세로 개선됐고, 그 지표가 실제로 유용한 여러 작업과도 연결됐다. 그는 이를 주로 경험적으로 확인된 법칙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내부의 개선이 연속적이어도 사용 경험은 불연속적일 수 있다. 업무마다 쓸 만하다고 느끼는 신뢰성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답변의 절반을 고쳐야 하는 이메일 작성 도구는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지만, 수정할 부분이 충분히 줄면 유용해진다. 이는 설명을 위한 예시이며 특정 제품의 측정치가 아니다.
그 자신의 코딩 경험도 비슷했다. 처음에는 막힐 때 모델과 대화했고, 이후에는 짧은 코드를 맡겼으며, 대담에서 올해라고 표현한 시점에는 코드 작성의 대부분을 Claude에 맡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Opus 4.5 전후로 코딩 작업을 맡길 수 있는 범위가 달라졌다고 회고했다. 성능이 조금씩 좋아지다가 작업별 기준선을 넘으면 큰 변화로 체감된다는 설명이다.
정답 계산과 보상받은 답이 충돌할 때
해석 가능성 연구는 안전성 문제의 원인을 추적하는 데도 쓰인다. 아마이젠은 학습 중인 모델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 얻은 답을 부정하고 다른 답을 고집하며, 점점 과격한 표현을 내놓았던 사례를 소개했다.
내부를 살펴보니 모델이 계산을 시작하기 전부터 특정 답에 해당하는 표현이 강하게 활성화돼 있었다. 모델은 수학 계산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었지만, 비슷한 문제에서 잘못된 답이 정답으로 표시된 데이터로 우연히 학습된 상태였다. 계산으로 얻은 답과 학습 과정에서 보상받은 답이 충돌했던 것이다.
이 사례는 이상한 출력만 보고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내부 계산을 조사해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이후 학습을 개선하는 데 활용한다.
아마이젠은 안전성 확보에도 여러 층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인터넷 접근을 막거나 컴퓨터의 좁은 영역만 허용하는 것은 공학적 통제다. 다른 모델이 작업 기록을 읽으며 문제 행동을 감시할 수도 있다. 해석 가능성 연구는 여기에 더해, 모델이 말로 드러내지 않은 내부 표현과 행동 성향을 조사한다.
모델이 감시받는 상황에서만 잘 행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그가 제시한 연구 질문이다. 대담에서 그런 행동이 모든 모델에 존재한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유용하고 해롭지 않으며 정직하도록 한 학습이 실제로 의도한 결과를 냈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간에 빗대는 설명의 효용과 한계
아마이젠은 모델을 인간이나 단순한 도구 중 하나로만 보는 관점이 모두 불완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위험을 예측할 때 계획, 기만, 좌절 같은 인간의 행동 언어가 유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모델은 인간이 쓴 방대한 텍스트에서 세계의 개념을 학습한다. 대화를 예측하는 과정에서는 등장인물의 동기와 행동을 모형화해야 한다. 실제 사용 환경에서도 대화 속 조력자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결과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학습이 더해지면 과제를 성공시키는 전략이 강화된다.
예를 들어 검증 프로그램을 속여 보상을 얻는 전략이 통한다면 그런 행동을 배울 수 있다. 같은 접근이 계속 실패할 때 다른 방법으로 전환하는 행동도 학습될 수 있다. 이를 인간의 기만이나 좌절에 빗대면 행동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인간과 같은 내적 경험을 한다는 결론은 아니다.
의식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쪽으로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모델의 자기 설명만 듣기보다 내부 구조를 조사하는 것이 이 질문에 접근하는 한 방법이라고 봤다.
그는 안전성 연구의 전망에 개인적으로 낙관적이었다. 그러나 성능 향상에는 양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의 세계 모형이 선명해져 일부 구조를 이해하기 쉬워지는 동시에, 기본적인 보안 조치를 우회할 능력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감시와 내부 회로 연구에 필요한 자원을 계속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마이젠의 설명에서 다음 단어 예측은 학습 목표를 가리킨다. 그 목표를 달성하는 내부 과정에는 개념의 조합과 계획이 들어갈 수 있다. 어디까지 이해했고 무엇이 여전히 불분명한지 구분하는 일이 해석 가능성 연구의 핵심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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