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드루 엔디는 DNA 합성을 생물학적 설계 정보를 실제 물질로 바꾸는 핵심 기술로 본다.
- 그가 참여한 기업들은 DNA 제작 가격을 염기 한 글자당 약 4달러에서 10센트까지 낮췄지만, 가격 하락만으로 사업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 엔디는 교육, 공개 기술,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함께 발전해야 생물학을 더 쉽게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생물학적 설계 능력이 널리 퍼질 가능성을 전제로, 그는 안전을 위한 새로운 검증 방식도 필요하다고 본다.
DNA를 설계하고 만드는 기술
스탠퍼드대 생명공학 교수 드루 엔디는 생물학을 에너지, 정보, 물질이 만나는 분야로 설명한다. 그의 관심은 설계한 정보를 DNA라는 물질로 만드는 DNA 합성에 있다. DNA의 염기 배열을 기계에 입력해 합성하면, 그 배열이 세포 안에서 단백질 같은 입체 구조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 엔디가 DNA 합성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
그는 2003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위한 연구를 이끌며 생물학적 설계를 개별 연구자의 맞춤형 작업에서 부품의 조합과 추상화가 가능한 공학적 작업으로 바꾸려 했다. 첫 권고안 가운데 하나가 DNA를 더 잘 만드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엔디에 따르면, 유해한 바이러스를 만들기 쉬워질 수 있다는 생물안보 우려로 당시 미국의 관련 공공 자금은 중단됐다.
가격을 낮춘 기업들이 마주한 문제
엔디가 설립에 참여한 코돈 디바이시스는 약 1억 달러를 들여 DNA 제작 가격을 염기 한 글자당 약 4달러에서 1달러로 낮췄다. 회사는 운영상의 어려움 등을 겪고 문을 닫았다. 이후 그가 다른 공동 창업자들과 세운 Gen9은 경쟁사들과 함께 가격을 약 1달러에서 10센트 수준으로 낮췄다. Gen9은 2017년 인수됐다.
가격을 계속 내리려면 같은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DNA를 만들어야 한다. 엔디는 이 구조 때문에 기술 진전과 사업 성과를 함께 이루기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는 Gen9 인수 이후 유전자 제작 가격이 더 내려가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기술 발전이 저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실험에서 드러난 가능성과 제약
엔디는 학생들이 새로운 생물학적 설계에 빠르게 뛰어든 사례로 2006년 연구실 프로젝트를 들었다. 학생들은 대장균 냄새의 원인 물질인 인돌의 생성을 방해하고 다른 합성 경로를 더해, 배양 상태에 따라 윈터그린이나 바나나 향이 나는 대장균을 만들었다. 엔디는 이 실험에서 피부 미생물을 이용한 향수라는 아이디어까지 떠올렸지만, 이를 상용화 사례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국제 유전공학 경진대회 iGEM도 이어졌다. 엔디에 따르면 출발 당시 학생은 16명이었고, 현재는 연간 약 5,000명이 참여한다. 그는 이 규모가 소프트웨어 교육에 견줘 작다며, 비싼 비용과 미성숙한 도구를 이유로 꼽았다. 또 지난해 독일 학생들이 라텍스를 생산하는 민들레의 뿌리를 수확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려 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는 지속 가능한 고무 생산을 겨냥한 연구 구상이었다.
한 조직만으로 풀 수 없는 과제
엔디는 대학, 정부, 영리 기업, 공익 자선단체가 사람들을 모으는 방식과 제약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대학은 독특한 연구자를 지원하지만 큰 과업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하기 어렵고, 기업은 자금으로 인력을 모을 수 있지만 수익을 내야 한다. 자선단체는 공동의 목표로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대신 기부금을 확보해야 한다. 생물학을 쉽게 설계할 수 있게 만드는 일에는 이런 조직들의 역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2011~2012년 영국·미국·중국의 신흥 생명공학 로드맵 작업도 사례로 들었다. 엔디의 설명에 따르면 2012년 워싱턴 행사 직전 미국 정부 대표단이 불참했고, 그는 그 배경을 미국 내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한 우려로 해석한다. 이후 미국 정부에서 합성생물학을 논의하기 어려운 시기가 이어졌으며, 팬데믹기의 합성 RNA 백신이 관심을 되살렸다고 평가했다. 이는 당시 정책 환경에 관한 엔디의 경험과 해석이다.
AI와 생물학이 만나는 지점
엔디는 현재의 단서들을 모아 미래의 큰 방향을 가늠한다. 그가 든 사례에는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빛나는 페튜니아, 자연의 DNA 서열로 대규모 언어 모델을 훈련해 새로운 서열을 생성하는 스탠퍼드 연구, 세포 수준에서 생물학적 설계를 쉽게 하려는 자신의 연구가 있다. 그는 DNA를 한곳에서 설계하고 다른 곳에서 만들어 기르는 체계를 바이오넷이라고 상상한다.
이는 실현된 산업 체계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엔디의 전망이다. 그는 생물학적 산물을 필요한 장소에서 기르는 ‘개인용 바이오메이커’도 가상의 창업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동시에 DNA 합성이나 배양 기술이 해로운 물질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위험을 언급했다.
확산을 전제로 한 안전과 공개 기술
엔디는 생물학적 설계 능력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안한 사업 아이디어 중 하나는 재무감사처럼 생물학적 활동을 검증해 불신을 줄이는 ‘바이오 감사’다.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는 생물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지만 이를 위해 상당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생물공학의 쓰임이 매우 다양해질 것이므로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과 설계 수단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허와 라이선스 외에 발명을 공개하는 길도 있으며, 자신은 기반 기술을 개발해 공개할 자선단체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 계획은 강연 당시 처음 공개한 구상으로, 성과가 확인된 사업은 아니다.
엔디의 강연은 DNA를 만드는 비용을 낮춘 경험에서 출발해 교육, 조직, 안전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가 제시한 미래상은 전망으로 남아 있지만, 가격 하락만으로 기술이 지속되지 않았다는 경험과 설계 능력의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구상의 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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