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스티브 커즌스가 이끈 윌로 개러지는 여러 대학에 공통 로봇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 인턴들이 이를 각자의 연구실로 가져가면서 로봇 운영체제 ROS가 확산됐다.
- 호텔 배송 로봇 사업에서는 대형 호텔 브랜드에 한꺼번에 판매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실제 구매자는 개별 호텔 소유주였고, 판매는 로봇 한 대씩 이뤄졌다.
- 자율주행 기술만으로 배송은 완성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의 안전 규정, 통신 단절, 승객과 함께 타는 경험까지 해결해야 했다.
- 커즌스는 연구 단계에서 해결됐다고 여긴 주행 문제도 호텔과 병원에 배치한 뒤 반복해서 개선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장난감 로봇에서 배운 가격의 제약
커즌스는 제록스 PARC에서 모듈형 로봇을 장난감으로 상품화하는 일을 도왔다. 장난감 업체와 대화하면서 발명자가 제품을 라이선스할 때 기대할 수 있는 몫이 매출의 약 5% 이하이고, 제조원가의 네 배 정도가 매장 판매가격의 기준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가격 구조에 당시 생일 선물로 살 만한 가격대를 대입하자 모듈 하나만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듈형 로봇에서 모듈 하나만으로는 놀이가 단조로웠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도 반응을 얻지 못했고, 장난감 업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커즌스에게 이는 기술 자체와 구매 가능한 제품 사이의 거리를 보여준 사례였다.
윌로 개러지는 어떻게 ROS를 퍼뜨렸나
2006년 윌로 개러지는 자율주행 자동차, 자율 운항 보트, 개인용 로봇을 함께 추진했다. 이후 한 분야에 집중하기로 하고 개인용 로봇 PR2를 택했다. 당시 연구실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따로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대학이 같은 로봇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첫해에는 직원 17명에 인턴 15명을 받았다. 대학 연구실에서 온 학생들은 함께 오픈소스 로봇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이를 자신의 연구실로 가져갔다. 커즌스에 따르면 학생들의 이동과 입소문, 전담 엔지니어의 작업이 결합해 ROS가 빠르게 퍼졌다. 윌로 개러지는 6년 동안 직원 85명, 인턴 130명이 거쳐 갔고 PR2 50대를 만들어 세계 여러 대학에 배치했다. 커즌스는 발표 당시 일부 PR2가 컴퓨터와 센서를 교체한 채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윌로 개러지는 일반적인 제품 판매 회사와도 달랐다. 자본 수익보다 로봇 분야에 미칠 영향을 먼저 고려하고, 분사 기업을 통해 가치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자금 제공자가 지원을 끝내기로 한 뒤 커즌스는 윌로 개러지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별도 회사를 시작했다. 이 회사가 훗날 릴레이 로보틱스가 됐다.
호텔 시장의 크기와 실제 구매자는 달랐다
새 회사는 물류 대신 서비스업, 그중에서도 호텔을 택했다. 커즌스는 당시 물류가 흥미롭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뒤돌아보니 물류 기업들은 비슷한 기술의 로봇을 한 번에 여러 대 판매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호텔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예상했다. 대형 브랜드와 계약하면 산하 호텔에 로봇을 대량 배치할 수 있다고 보고, 미국 호텔 수에 호텔당 로봇 여러 대를 곱해 투자자에게 큰 시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메리어트, 힐튼, 하얏트 같은 브랜드가 이름을 붙인 호텔의 로봇을 직접 구매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개별 건물 소유주에게 판매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한 번에 한 대씩 파는 일이 됐다.
초기에는 한 대형 호텔 브랜드의 부사장이 로봇에 큰 관심을 보였다. 커즌스는 나중에 그 관심이 배송의 사업성보다 카메라에 잘 잡히는 로봇의 홍보 효과에 있었다고 해석했다. 투숙객의 놀라운 반응 역시 새 기술을 처음 보는 효과였다. 실제 배치 후 미국에서 배송을 원하는 투숙객의 비율은 그가 기대한 것보다 낮은 약 15%였다고 말했다.
배송을 막은 엘리베이터와 현장 경험
팰로앨토의 포시즌스 호텔에서는 로봇이 자율적으로 이동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구현했다. 이 호텔은 개발팀이 엘리베이터를 직접 손볼 수 있게 했지만, 다른 호텔에서는 안전상 중요한 설비라는 이유로 엘리베이터 업체를 거쳐야 했다.
기술 문제도 있었다. 로봇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문이 닫히면 통신이 끊겨 층 정보가 늦게 전달될 수 있었다. 같은 구조의 다른 층에서 잘못 내리면 로봇은 목적 객실을 찾았다고 판단해도 실제로는 엉뚱한 문 앞에 서게 된다. 개발팀은 기압으로 높이를 감지해 층을 확인하도록 했다.
엘리베이터 설비와 연결하는 어려움을 피하려고 로봇이 버튼을 직접 누르는 방식도 만들었다. 커즌스에 따르면 이 방식은 12개 호텔에 배치됐지만, 버튼을 누르기 위해 객실 안에서 움직이는 로봇을 승객들이 이전 방식만큼 좋아하지 않았다. 작동 여부에 더해 사람과 공간을 함께 쓰는 방식도 제품의 일부였다.
연구실의 ‘해결’과 제품의 ‘작동’
커즌스는 연구자가 새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논문을 낸 뒤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반면,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같은 문제를 다시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봇 주행도 윌로 개러지에서 ROS에 넣을 때 한 번 개선했지만, 호텔에서 쓰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다시 개선했다.
현장에서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 외에 이동의 부드러움이나 반짝이는 바닥을 인식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한 초기 병원 배치 현장에서는 오후 2시 무렵 들어온 햇빛 때문에 로봇이 이동 구간을 볼 수 없어 멈췄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지 않는 것은 안전한 동작이었지만, 정해진 시간에 제품을 쓰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다. 개발팀은 빛에 대응하는 방식을 추가해야 했다.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커즌스는 AI를 로봇에 적용할 때도 기능마다 필요한 작동 속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학습된 인식 기능이나 상위 계획 기능이 ROS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모든 기능을 하나의 방식으로 처리하기보다 계층적으로 구성하는 접근을 제시했다. 다음 창업 분야로는 돌봄 로봇에 관심을 보였지만, 로봇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무엇이 가능한지부터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커즌스의 사례에서 로봇의 기술 시연은 출발점이었다. 가격, 구매 주체, 설비와의 연결, 현장에서 반복되는 예외를 확인한 뒤에야 제품이 실제로 어떻게 쓰일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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