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연구 성과나 기술의 독창성보다 고객이 실제로 쓰고 돈을 낼 문제를 찾는 일이 먼저다.
  • AI 제품은 모델 개발에 큰 비용을 쓰기 전에 사람이 작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고객 가치를 검증할 수 있다.
  • 창업에는 논문 제출 같은 종착점이 없다. 하나의 고객 문제를 오래 붙들면서도 개별 결정은 빠르게 내려야 한다.
  • 연구자 출신 CEO도 영업·마케팅·채용·자금 관리를 직접 책임지고 자신의 기술을 설명하는 만큼 고객의 말을 들어야 한다.

연구의 성과와 사업의 성과는 다르다

Y Combinator의 Startup School 강연에서 연구자이자 창업자 출신인 강연자는 학계에서 익힌 습관이 창업을 어떻게 방해할 수 있는지 다뤘다. 뛰어난 연구를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고객이 돈을 내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 바뀌느냐가 강연의 주된 쟁점이다.

강연자는 박사 출신 창업자가 세운 성공 기업이 있지만 연구자로 보상받는 능력과 창업자에게 필요한 능력이 서로 어긋나기도 한다고 봤다. 성적, 인용 횟수, 발표 횟수는 학계에서 성과를 드러내는 지표다. 사업에서는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돈을 내는지가 기준이 된다.

흥미로운 연구와 고객에게 중요한 문제도 구분해야 한다. 작동 원리를 깊이 파고드는 연구가 논문으로 이어져도 누군가의 일상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창업자는 원리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제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강연자가 강조한 제품·시장 적합성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시장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는 상태다.

새로운 발명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

학계에서는 연구의 독창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그러나 사업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라도 시장이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더 잘 풀면 기회가 생긴다.

강연자는 새로운 발명을 중심에 둔 창업과 평범해 보이는 고객 문제를 중심에 둔 창업을 대비했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큰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음악을 온라인으로 듣거나 식료품을 배달받는 일처럼 익숙한 문제도 개선할 여지가 남아 있다.

사례로 든 인스타카트는 온라인 주문에 따른 식료품 배달을 처음 발명한 회사가 아니다. 강연자는 앞서 여러 스타트업이 시도했던 일을 더 잘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출발점은 기술의 새로움보다 고객이 겪는 문제와 원하는 경험이어야 한다.

AI 모델을 만들기 전에 지불 의사를 확인한다

고객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과 해결책에 돈을 내는 것은 다르다. 강연자는 자신이 창업한 Focal에서 이 차이를 겪었다고 밝혔다.

팀은 소매점 안에서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려고 학습 데이터를 모으고 모델을 훈련했다. 소매업체들은 중요한 문제라고 했지만 3개월 뒤 결과를 받아 보고는 비용을 낼 의사가 없다고 했다. 점심시간에 계산대와 델리 코너에 사람이 오래 머문다는 정보만으로는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연자는 하루에 영상 몇 개를 사람이 직접 분류했어도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랬다면 모델 개발에 들인 3개월을 아낄 수 있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자는 사람이 작업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먼저 검증하라고 제안했다. AI 회사라면 모델 훈련에 막대한 연산 비용을 쓰기 전에 고객이 그 결과물을 원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만나야 할 상대는 투자자보다 실제로 그 문제를 겪는 사람이다.

문제는 오래 붙들고, 결정은 빠르게 내린다

연구에는 논문 제출일이나 시험처럼 한 단계를 마치는 시점이 있다. 강연자는 창업에는 그런 종착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러 아이디어를 동시에 탐색하는 연구 방식과 달리 창업자는 같은 핵심 문제를 오랫동안 개선해야 한다. 창업자가 지루함을 느껴 자꾸 다른 주제로 옮겨가면 팀도 중심을 잃을 수 있다.

장기적인 집중이 모든 결정을 늦추라는 뜻은 아니다. 강연자는 원하는 정보의 약 70%를 확보한 시점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제프 베이조스의 원칙을 소개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의 엄밀함을 모든 사업 결정에 적용하면 경쟁사가 먼저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취지다.

마케팅에서도 과학 논문의 표현 방식만 고집하기는 어렵다. 강연자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분명히 하면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더 선명하고 힘 있는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는 어려운 경영 업무를 남에게만 맡길 수 없다

강연자는 자신은 연구만 하고 경영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다는 구상을 경계했다. 스타트업 CEO는 팀 관리, 남은 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 채용과 해고, 마케팅과 영업, 제품 개발까지 책임져야 한다.

특히 영업과 마케팅에서 떨어져 있으면 고객의 처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연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런 일을 피하면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도 한계가 생긴다.

사업의 경쟁적 성격도 받아들여야 한다. 강연자는 고객에게 돈을 받고 인재를 확보하고 높은 이익률을 추구하고 자본을 조달하며 경쟁사를 이기는 일에 연구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업에는 연구와 다른 책임과 동기가 따른다는 뜻이다.

기술을 설명하는 능력만큼 듣는 능력이 필요하다

강연자는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설명하는 일이 영업이나 제품 개발, 투자 유치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다. IT 부서든 구매 담당자든 일반 소비자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들으며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강연의 결론도 고객과의 만남으로 돌아온다. 고객이 살고 일하는 곳을 찾아가 가정을 확인하고 제품에 실제로 돈을 낼지 알아보는 일이다. 연구자에서 창업자로 바뀌는 일은 지식을 더 쌓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술의 우수성을 평가하던 기준을 고객에게 전달한 가치로 옮기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