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폴 그레이엄에 따르면 Y Combinator(YC)는 무언가를 잘 만들고 꾸준히 만들어 온 사람을 유망한 창업자로 본다.
- 대학은 별도의 창업 교육과정보다 컴퓨터과학·공학·생물학 등에서 깊이 배우고 직접 만들 기회를 제공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학생이 창업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여기게 하고, 스스로 프로젝트를 할 시간을 주는 것이 대학에 필요한 두 가지 변화다.
- 그레이엄은 사업계획 경연대회가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능력을 강조해, 사용자에게 맞는 제품을 만드는 일에서 관심을 돌릴 수 있다고 비판한다.
창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만드는 능력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의 어려운 부분을 무엇을 만들지 알고 실제로 만드는 일로 본다. 그 지식은 경영이나 금융을 창업이라는 이름으로 배우기보다 컴퓨터과학, 기계공학, 분자생물학 같은 분야를 깊이 공부하면서 얻는다고 주장한다. 스타트업의 성패는 고객이 제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달렸으므로, 창업자의 전공 자체가 정해져 있을 필요도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만들기’는 공학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배운 서예가 애플의 데스크톱 출판 분야 성과에 기여했다고 들고, 프로그래밍에 능했던 마크 저커버그의 전공은 컴퓨터과학이 아니라 심리학이었다고 짚는다. 예비 창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특정 전공을 택하는 일보다 자신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아이디어를 배우고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일이다.
창업을 가능한 선택지로 보여주는 문화
그레이엄이 대학에 요구하는 첫 변화는 학생들이 자신도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는 YC 지원 데이터를 대학별 창업 관심의 대략적인 지표로 보면서, 하버드 졸업생의 지원 비율이 예일·프린스턴 졸업생의 약 두 배라고 설명한다. 이를 학생들의 능력 차이보다 하버드에서 창업이 더 익숙한 선택지라는 문화의 차이로 해석한다. 따라서 예일과 프린스턴에서도 창업을 가능한 길로 인식시키면 창업자가 늘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추론이다.
이미 창업 문화가 자리 잡은 대학에서는 신입생이 선배를 보며 그 가능성을 배운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실제 창업자를 만나는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그레이엄은 본다. 창업자의 초기 시행착오까지 들으면 성과를 동경하면서도 창업자를 자신과 동떨어진 사람으로만 여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명한 억만장자만 초청할 필요는 없다. 학생과 나이 차가 적은 창업자도 효과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학생 자신의 프로젝트가 중요한 네 가지 이유
두 번째 변화는 학생이 자기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네 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새로운 것을 만드는 흥미는 시험을 못 볼까 봐 걱정하는 마음보다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둘째, 함께 작업해야 서로가 공동창업자로 잘 맞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앞서 각 창업자들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셋째, 자기 프로젝트를 해 본 사람에게는 교사나 상사의 지시 없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방식이 덜 낯설다. 넷째, 처음에는 사업으로 보이지 않는 곁가지 프로젝트에서 유망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그레이엄은 학생 명부를 만드는 일이 큰 회사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처음부터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창업 아이디어를 의식적으로 고르기보다 흥미로운 것을 만들어 보는 과정에 주목한다. YC가 지원자의 학점보다 이전 프로젝트를 중시한다는 설명도 이 네 가지 이유와 연결된다.
시간을 돌려주되 프로젝트는 학생에게 맡긴다
프로젝트를 장려하려면 학생에게 자유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학이 수업 부담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그레이엄은 인정한다. 그는 하버드에서 수업이 끝나고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전의 준비 기간에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가 출발했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이 캠퍼스에 모여 있으면서 바로 다음 날 제출할 과제가 없는 시간이 새 프로젝트에 유리했다는 해석이다.
그는 대학이 학생 프로젝트를 공식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려는 유혹도 경계한다. 학생 자신의 일일 때 참여 의욕이 커질 수 있고, 새로운 시도는 대학 규정과 충돌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례로 빌 게이츠가 학생이 아닌 폴 앨런을 컴퓨터실에 데려와 Altair Basic을 작업한 일과, 저커버그가 Facemash로 징계를 받은 일을 든다.
자유 시간을 주면 많은 학생이 그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그레이엄은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학생이 더 큰 성과를 낼 여지를 만드는 편이 가치 있다고 본다.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은 전체의 1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수업 압박을 한두 주만 덜어도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 역시 새로운 일을 탐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창업 강좌와 사업계획 경연대회의 한계
그레이엄에 따르면 창업은 직접 해 보며 배워야 한다. 그러나 스타트업을 제대로 운영하는 일은 많은 시간을 요구하므로 여러 과목을 듣는 전일제 학업과 양립하기 어렵다. 창업 수업에서 실제 회사를 시작하게 한다면 자금 조달과 학업 병행 문제가 생기고, 회사가 성장할 경우 학생은 계속 다닐지 그만둘지 선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업계획 경연대회를 특히 비판한다. 가상의 투자자에게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연습은 자금 조달을 창업의 핵심으로 오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투자자보다 사용자를 설득해야 하며, 그 수단은 말보다 시제품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관점에서 예비 창업자에게 더 적합한 경험은 사업이 될지를 먼저 따지며 발표 자료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관심 있는 것을 직접 만드는 일이다.
그레이엄이 그리는 대학의 역할은 새로운 창업 건물이나 직책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학생이 분야를 깊이 배우고 친구들과 자기 프로젝트를 이어 갈 수 있는 문화와 시간을 마련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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