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폴 그레이엄은 수학과 물리학을 넘어, 인간과 다른 지적 존재도 공유할 법한 진리가 있는지 묻는다.
  • 통제 실험의 결과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일, 연습을 통한 향상, 단순한 설명을 선호하는 원칙을 후보로 든다.
  • ‘외계 진리’는 외계 생명체를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라 더 보편적인 진리를 찾기 위한 목표다.
  • 미래의 AI 연구가 지능에 필요한 원칙을 밝힐 수는 있지만, 그레이엄은 그런 증명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능이 달라도 통할 생각

그레이엄은 우주 어딘가에 지적 존재가 있다면 수학의 진리를 인간과 공유할 것이라고 본다. 수학은 정의에 따라 참이며, 탄소 원자의 질량 같은 물리적 사실도 그들의 행성에서 같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학과 물리학 밖에도 공유할 만한 진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로 든 것은 가설을 검증하는 통제 실험이다. 실험 결과가 가설을 뒷받침한다면 그에 비례해 믿음을 높일 근거가 생긴다는 원칙이다. 연습하면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과, 가능한 한 단순한 설명을 택하는 ‘오컴의 면도날’도 후보로 꼽는다. 그레이엄은 이런 생각에 특별히 인간만의 성격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판정 기준이 아닌 탐색 목표

그레이엄은 지적 생명체가 어떤 모습일지 확신할 수 없다고 인정한다. 따라서 ‘외계 진리’는 외계 존재의 사고를 확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수학과 물리학의 진리만큼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가능한 한 일반적인 진리를 찾을 때 겨냥할 목표에 가깝다.

그는 이 목표를 탐색의 실마리로 쓸 때 범위를 넉넉하게 잡자고 제안한다. 외계 존재에게도 관련이 있을 법하다면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정의라는 개념을 모든 지적 존재가 이해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장담할 수 없다는 사례를 든다.

철학과 ‘신의 책’

그레이엄은 이 생각을 수학자 에르되시의 ‘신의 책’에 연결한다. 에르되시는 특히 뛰어난 증명이 그 책에 있다고 표현했다. 이는 좋은 증명이 발명보다 발견에 가깝고, 그 탁월함을 보편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는 뜻을 담는다. 외계 진리가 존재한다면 그 책에는 수학 외의 내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레이엄의 해석이다.

그는 외계 진리를 찾는 일을 철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철학이 실제로 무엇을 포함하는지와 별개로, 철학자들이 추구할 만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이름보다 그 탐색 자체가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AI가 드러낼 수 있는 경계

그레이엄은 언젠가 AI가 인간 곁에 있는 외계 생명체와 비슷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AI 연구를 통해 지적 존재가 인간과 반드시 공유해야 할 원칙을 더 정확히 밝힐 가능성도 제시한다. 예컨대 오컴의 면도날을 쓰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지능적이라고 여길 대상을 만드는 일이 불가능한지 알아내거나, 이를 증명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연구와 외계 진리를 목표로 삼아 생각을 찾아내는 일은 서로 다른 질문이라고 구분한다. 두 방향이 언젠가 만날 수는 있어도, 그전부터 확실히 외계 진리라고 입증된 생각만 다루면 탐색의 폭이 지나치게 좁아진다고 본다.

그레이엄의 제안은 무엇이 외계 진리인지 이미 안다는 주장이 아니다. 지능의 형태가 달라도 통할 법한 생각을 찾아보자는 것이며, 그는 그 시도 자체도 아마 외계 진리일 것이라고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