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아이폰처럼 대규모로 생산하는 제품에도 포장 등 사람의 손이 필요한 작업이 남아 있다. 튜터 인텔리전스는 제조·물류 현장의 이런 수작업을 로봇의 시장으로 본다.
- 로봇을 실제 고객에게 배치하면 고객이 돈을 지불할 만큼 필요한 작업에서 학습 데이터를 얻는다. 현장 배치와 데이터 수집, 성능 개선이 서로를 촉진하는 구조다.
- 사람의 원격 조작을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AI와 사람이 일을 나눴을 때 전체 비용이 맞는지가 중요하다.
- 범용성을 확보하려면 모델뿐 아니라 하드웨어·제조·고객 도입·사업 모델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다만 현재 제품은 실내 산업 현장에 맞춰져 있다.
- 고객에게 제시하는 가치는 AI의 정교함보다 작업량과 비용이다. 회사는 시간당 16달러라는 제안과 빠른 현장 가동을 앞세운다.
아이폰 상자에 남아 있는 수작업
벤처캐피털 a16z의 이번 대담에는 로봇 기업 튜터 인텔리전스(Tutor Intelligence)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조시 그루엔스타인이 출연했다. 대화는 로봇 AI의 성능을 실제 고객이 구매하는 제품과 사업으로 어떻게 연결할지에 집중했다.
그루엔스타인은 사람들이 제조 현장을 지나치게 자동화된 공간으로 상상한다고 봤다. 방송에 나오는 정교한 자동화 설비와 달리 실제로는 넓은 시설의 컨베이어 벨트나 작업대 주변에서 사람이 손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이폰조차 대규모 생산 현장에서 사람이 포장을 조립하는 사례로 들었다.
튜터가 겨냥하는 일은 상자와 팔레트를 옮기는 고된 작업부터 두 손으로 물건을 다뤄 포장하는 작업까지다. 그루엔스타인은 이런 현장의 채용난과 인력 고령화를 설명하며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멋진 로봇이 아니라 지속해서 일을 맡길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보는 로봇 사업의 출발점은 가장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고객이 이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일을 로봇이 어떤 조건에서 대신할 수 있는지가 먼저다.
돈을 버는 현장에서 학습 데이터를 얻는다
튜터는 물리적 작업에 필요한 데이터가 인터넷의 글이나 이미지처럼 자연스럽게 쌓이지 않는다는 문제에서 출발했다. 사람이 커피잔을 들 때 손가락의 압력과 위치가 모두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실제 현장에 로봇을 배치하고 필요할 때 사람이 원격으로 조작하며 새로운 작업을 가르치는 방식을 택했다. 이 원격 조작자를 튜터라고 부른다. 로봇은 고객의 일을 수행하고 회사는 그 과정에서 학습 데이터를 얻는다.
그루엔스타인은 데이터를 따로 수집하는 방식과 이 접근을 구분했다. 사람에게 카메라를 달아 여러 행동을 기록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얻은 데이터가 경제적으로 필요한 작업을 담았는지는 별도 문제다. 반면 고객이 로봇의 작업에 돈을 내고 있다면 적어도 그 작업에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신호는 확보된다.
진행자는 여기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가치 있는 작업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면 대부분을 자동화한 뒤에도 나머지 일부를 위해 사람이 오래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루엔스타인은 그 상태로도 수지가 맞을 수 있다고 답했다. 회사는 실제 로봇 데이터만 고집하지 않으며 시뮬레이션과 인터넷 규모의 데이터도 활용해 학습할 수 있는 상황의 범위를 넓힌다고 했다.
완전 무인화보다 중요한 전체 비용
튜터는 사람의 개입을 없애는 것 자체를 절대적인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루엔스타인은 AI 모델을 구동할 때 연산 비용과 가동률을 따지듯 원격 조작에도 비용과 운영 부담을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델의 신뢰도를 마지막 단계까지 높이는 데 필요한 개발비와 사람이 일부 작업을 맡을 때 드는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사람과 AI를 함께 쓰는 선택도 가능하다.
그는 로봇의 가치를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을 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정리했다. 여기서 비용에는 장비의 초기 비용뿐 아니라 추론, 원격 조작, 유지보수 같은 운영비도 들어간다. 튜터의 경우 대담 시점에는 초기 비용보다 지속적인 운영 비용의 비중이 더 크다고 밝혔다.
큰 설비투자를 한 뒤 오랜 기간에 걸쳐 회수하는 전통적인 자동화와는 계산이 다르다. 로봇을 얼마나 싸게 만들었는지만큼, 매일 일을 시키는 데 얼마가 드는지도 중요하다.
두 종류의 로봇에 담긴 선택과 한계
튜터는 모델과 하드웨어를 함께 설계한다. 그루엔스타인은 기존 산업용 로봇이 빠른 반복 동작과 시스템 통합업체의 활용에 맞춰져 있어 회사가 원하는 AI 로봇을 그대로 구성하기에는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워터타운에서 로봇을 직접 제조하되 구동장치와 카메라 등 일부 부품은 외부에서 조달한다.
첫 번째 제품 캐시(Cassie)는 팔 하나와 여러 흡착 장치를 갖췄다. 상자와 팔레트를 다루는 무거운 작업에 초점을 맞췄으며 무엇을 어떻게 잡을지 예측하는 모델과 대량 제조가 가능한 하드웨어, 현장의 수요를 함께 고려한 결과다.
두 번째 제품 서니(Sunny)는 산업용 반인간형 로봇이다. 두 팔로 더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며 다리 대신 바퀴로 이동한다. 실내 산업 현장에는 매끄러운 바닥이 많아 그런 선택을 했다고 그루엔스타인은 설명했다. 회사는 공장에서 수년간 사람의 작업 속도와 신뢰도에 맞춰 가동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그는 두 제품이 제조·물류 안에서 매우 넓은 작업 범위를 다룰 수 있다고 봤지만 적용 범위에는 선을 그었다. 현재 로봇은 자갈밭 같은 야외 환경을 다니기 어렵다. 건설이나 매립지의 자원 회수에는 다른 하드웨어가 필요하며 가정에서는 작업의 복잡성과 안전뿐 아니라 소비자가 지불할 금액도 따져야 한다.
대기업 맞춤 개발보다 다양한 고객과 빠른 반복
그루엔스타인은 로봇 스타트업이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 대기업 한 곳을 위한 장기 맞춤 개발을 들었다. 고객이 향후 확대하겠다는 문서를 써주면 기업은 특정 문제를 푸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2년을 쓴다. 그러나 첫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완성될 때 고객의 문제가 달라져 있을 수도 있다.
튜터는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며 이 위험을 줄이려 한다. 서로 다른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어야 하므로 한 고객에게만 맞는 복잡한 설비보다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도록 압박받는다고 그루엔스타인은 설명했다.
판매 과정에서도 모델이나 원격 조작 기술부터 설명하지 않는다. 회사는 시간당 16달러에 로봇을 쓰는 방안을 고려해봤는지 묻는 식으로 접근한다. 그루엔스타인에 따르면 첫 통화부터 계약까지 평균 40~60일, 계약부터 고객 현장에서 작업을 시작하기까지 약 40일이 걸린다. 현장에 도착한 뒤에는 하루 안에, 종종 몇 시간 안에 생산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제품 개선도 이 속도에 맞추려 한다. 회사는 제조 공정을 2주 단위로 바꾸는 방법을 찾고 있으며 로봇에는 매일 코드를 배포하거나 2주마다 주요 업데이트를 제공한다고 했다. 제품 조직은 고객의 도입과 활용을 돕는 조직 곁에서 하나의 큰 팀처럼 움직인다.
구매자와 사용자도 구분한다. 계약을 결정하는 운영 책임자와 매일 로봇 옆에서 일하는 현장 작업자는 다르다. 공장 전체가 한 번에 자동화되는 것이 아니므로 일부 작업을 맡은 로봇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관계도 제품 설계에 포함된다.
모델이 바뀌어도 남는 것은 현장의 경험이다
그루엔스타인은 대형 AI 모델의 공간 추론 능력 향상을 로봇 기업의 기회로 봤다. 모델 개발사들이 CAD 같은 3차원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기존 모델에 담긴 지식을 로봇의 행동과 연결하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튜터는 특정 모델 구조보다 현장에서 데이터가 계속 들어오는 과정에 장기적인 가치가 있다고 본다. 더 많은 로봇을 배치해 데이터를 얻고 성능을 개선해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하면 다시 배치할 기회가 늘어난다. 새로운 기술은 이 순환을 빠르게 할 때 의미가 있다.
회사는 보스턴에 서니 100대로 구성한 데이터 팩토리 1(Data Factory 1)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실제 로봇의 경험을 바탕으로 강화학습, 즉 행동 결과를 토대로 학습하는 기법을 대규모로 연구한다. 고객 현장에서 필요한 특정 데이터를 얻는 작업과 새로운 작업 능력을 탐색하는 연구를 함께 추진한다.
튜터의 전략에서 로봇의 지능은 사업과 떨어진 연구 과제가 아니다. 고객의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 그 기계를 운영할 수 있는 비용 구조, 작업 경험을 다시 학습에 쓰는 과정이 함께 맞아야 한다. 아이폰 포장에 남아 있는 사람의 손은 이 회사가 해결하려는 일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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