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초기 기술 투자에서는 현재 재무지표와 기술이 앞으로 만들 가치를 구분해야 한다. 출연자는 사업모델이 미완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술의 잠재력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 경쟁우위는 ‘네트워크 효과’라는 이름보다 규모가 커질수록 추격자와의 격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시장 성장 속도와 경쟁사의 투자도 함께 봐야 한다.
- AI는 인프라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데이터베이스·네트워크·실행 환경의 설계를 바꾸고 있다. 다만 모델의 짧은 경쟁 수명과 전력·칩 공급은 별도의 제약이다.
- 전략적 인수의 핵심은 구매자가 결합 이후 어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데 있다. 출연자는 신뢰를 해치는 정보 유출과 협상 전술이 대형 거래를 흔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숫자로 아직 없는 사업을 평가할 수는 없다
투자자 패트릭 오쇼너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Invest Like the Best’에서 한 인프라 전문 투자자는 초기 기술 투자와 AI 시장, 대형 인수 경험을 함께 다뤘다. 대화의 주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 사업의 가치를 무엇으로 판단하느냐였다.
출연자는 투자 관점을 네 가지로 나눴다. 재무 중심 투자는 시장 규모와 재무지표를 사업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대리 지표로 삼는다. 그가 ‘생산적 투자’라고 부르는 방식은 기술 자체가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에 맞춰 시장과 사업모델이 형성된다고 본다. 프런티어 투자는 투자자가 이해하지 못한 가능성을 창업자가 먼저 발견했을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사람에게 더 크게 베팅한다. 투기적 투자는 기초 사업보다 시장 가격의 상승과 하락 시점을 맞히는 데 집중한다.
그는 어느 하나만 옳다고 말하지 않았다. 문제는 서로 다른 기준을 뒤섞는 데 있다고 봤다. 파괴적 기술에 투자한다고 하면서 이미 안정된 매출 구조를 요구하면 정작 사업모델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기술을 피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숫자를 버리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실제로 쓰려 하는지, 돈을 낼 의사가 있는지, 인접한 지출 항목에서 예산이 이동할 수 있는지 살핀다. 기술이 기존 플랫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떤 팀이 구현할 수 있는지도 검토한다. 완성된 재무제표 대신 사업이 형성되는 초기 신호를 읽는 방식이다.
경쟁우위는 규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중요하다
출연자는 ‘사용자가 늘수록 제품이 좋아진다’는 네트워크 효과의 흔한 정의만으로는 방어력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용자 피드백으로 버그를 고치는 일도 그 정의에 들어가지만 그것만으로 경쟁사의 추격을 막지는 못한다.
그는 경쟁우위를 만드는 원인과 규모에 따른 변화 양상을 구분했다. 브랜드, 규모의 경제, 양면시장, 사용자 간 연결은 서로 다른 원인이다.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강한 방어력을 만드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전화망처럼 참여자가 늘면서 가능한 연결이 사용자 수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구조와 규모가 커질수록 추가 성장에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구조는 다르다. 후자에서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 추격자가 선두를 따라잡을 수 있다. 경쟁사 역시 네트워크와 자본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그는 성장하는 시장에서는 방어력 논쟁의 우선순위가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새로운 수요가 계속 생기면 기업들이 서로의 고객을 빼앗기보다 빈 시장으로 진출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장이 둔화하면 방어력의 유무와 별개로 통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는 경쟁우위를 시장 성장과 분리해 판단할 수 있는 고정된 속성으로 보지 않았다.
AI가 만든 소프트웨어와 AI를 위한 인프라는 다르다
출연자는 AI 인프라의 변화를 두 갈래로 나눴다. 하나는 AI가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만들면서 생기는 수요다. 사람이 작성했든 AI가 작성했든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려면 연산 자원과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AI를 중심에 둔 시스템 자체의 변화다. 기존 인프라는 사람이 사용한다는 전제 아래 설계됐다. 개발자가 익히기 어려운 구조를 피하려고 성능이나 안전성, 신뢰성과 절충한 경우도 있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가 되면 그 전제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데이터베이스를 사례로 들었다. 기존과 다른 언어나 사용 방식을 도입하면 개발자를 새로 교육해야 했지만 에이전트가 다룰 수 있다면 그 부담이 줄어든다. 네트워크에서도 대규모 AI 연산 장비 집합이 요구하는 성능 때문에 새로운 기업과 광통신 기술, 재료 변화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의 범위가 AI 기능을 기존 제품에 덧붙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에이전트를 어떤 환경에서 실행할지부터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를 어떻게 설계할지까지 다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분야에 따라 신규 기업이 주도할 수도, 기존 기업이 제품을 바꾸며 대응할 수도 있다고 봤다.
모델 사용량의 포화가 저가 모델 전환을 뜻하지는 않는다
출연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는 최상위 모델이 조금만 더 뛰어나도 강한 가격 결정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기업 간 경쟁에서 더 나은 모델이 제품 출시 속도와 품질을 높인다면 사용자는 높은 비용을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두 주장을 구분했다. 업무 대부분을 자동화해 더 이상 토큰, 즉 모델이 처리하는 텍스트 단위의 사용량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주장과 이제 더 저렴한 모델로 바꿔도 된다는 주장은 같지 않다. 자동화 범위가 넓어져도 경쟁사보다 더 잘 수행할 필요는 남을 수 있다.
모델 기업에는 기존 소프트웨어와 다른 위험도 있다. 그는 자신이 본 서비스 사용 추이를 근거로 개별 모델의 경쟁 수명을 3~6개월 정도로 추정했다. 다음 모델 출시가 지연되면 이전 제품에서 장기간 매출이 이어질 것이라고 가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시장이 계속 성장할 때 최상위 모델이 유리하다는 관찰과 성장 둔화 이후에도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는 전망 역시 구분했다. 특정 용도에서 더 높은 지능이 필요 없어지거나 시장이 포화하면 오픈소스로 가치가 이동할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그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자본을 쓸 수 있게 됐지만 공급 제약은 남는다
출연자가 AI에서 가장 크게 본 변화는 자본을 기술 문제 해결에 직접 투입할 여지가 커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개발자를 늘려도 의사소통과 조직 복잡성 때문에 개발 속도가 오히려 느려질 수 있었다. 반면 AI 기업은 적은 인원으로도 대규모 자금을 연산과 학습에 사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디지털 작업이라면 컴퓨터 안에 학습 환경을 만들고 보상을 바탕으로 행동을 학습시키는 강화학습을 적용할 수 있다는 데 강한 확신을 보였다. 그러나 로봇·과학·의료 등 물리 세계에서도 같은 확장 방식이 통할지는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자금을 생산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과 그 투자에서 충분한 수익을 낸다는 것도 별개의 문제로 남겼다.
자금 조달에서도 지분 투자와 부채를 구분했다. 현장에서 부채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자금이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을 선호하면 소규모 사업자는 고객 선결제에 더 의존할 수 있다고 봤다.
그보다 직접적인 제약으로는 전력, 칩, 재료 등 물리적 공급을 꼽았다. GPU와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모델 실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생 클라우드 사업자에게는 자금뿐 아니라 실제 설비와 전력을 확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봤다. 대형 사업자가 시장의 큰 몫을 차지하더라도 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과 틈새에는 다양한 소규모 사업자가 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 가격보다 자신이 이해한 위험을 본다
출연자는 비상장 시장의 가격이 비효율적이어서 싼 거래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도 거리를 뒀다. 그가 수익을 거둔 투자 중에는 다른 투자자들과 경쟁해야 했던 거래가 많았다. 자신의 역할은 시장보다 싼 가격을 찾기보다 실사를 거쳐 자신이 감수하는 위험을 더 잘 이해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시장 전체를 보유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오쇼너시의 지적에 그는 그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경쟁 기업에 동시에 투자하기 어렵고 이사회에 참여하며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유망한 창업자들이 진입한 분야마다 팀, 기술, 수익화 가능성, 시장 성장성을 검토해 가장 좋은 기업을 고르는 방식을 설명했다. 가격에는 시장의 판단을 받아들이되 어떤 사업을 보유할지는 기술과 기업에 대한 이해로 결정한다.
전략적 인수는 결합 이후의 시장을 설명하는 일이다
그는 전략적 인수합병도 같은 관점에서 설명했다. 자신이 회사를 VMware에 매각한 거래 규모가 12억6,000만 달러였다고 밝혔다. 여러 대형 거래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적 인수는 재무지표를 비교하며 자산을 경매하는 거래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구매자는 현재 사업뿐 아니라 더 큰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산다는 데서 출발했다. 이를 설득하려면 두 단계를 보여줘야 한다. 먼저 인수 대상이 이미 고객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어 구매자의 제품과 유통 기반을 결합하면 판매가 어떻게 확대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는 네트워킹 사업을 가상머신에 연결해 판매 범위를 넓히는 논리를 예로 들었다.
출연자는 Cursor 관련 인수 논의도 연산 자원과 데이터의 결합이라는 맥락에서 설명했다. 모델 개발에 더 많은 자금과 연산 자원이 필요해지면서 전략적 논의가 시작됐고 SpaceX의 연산 자원과 Cursor의 데이터·모델 개발팀 사이에 접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진행 중이던 투자 유치는 기업가치와 거래 가격의 기준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거래에서 미래에 대한 관점과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 유치 이력이나 유사 거래로 가격 근거를 확보하는 일과 언론에 정보를 흘려 경쟁을 유도하는 일은 다르다. 후자는 거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으며 이사회 구성원이 그런 전술을 권하면서 대형 거래가 무너지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출연자는 기술의 가능성과 그것을 사업으로 연결하는 논리를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투자에서는 고객과 기술의 신호를, 전략적 인수에서는 두 기업이 결합해 시장을 넓힐 경로를 설명해야 한다. 판단의 근거는 현재 숫자 하나나 협상 전술보다 그 연결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해하느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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