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바이런 디터는 창업자의 제품 통찰을 중시하며, CEO를 교체하기보다 창업자가 잘하는 일에 맞춰 경영진을 구성하는 편을 선호한다.
  • 초기 고객의 까다로운 검증과 공개적인 추천은 그가 창업한 트리고 테크놀로지스의 전환점이었다. 다만 제품의 성과만으로 시장 침체를 피할 수는 없었다.
  • 투자자로서는 실패한 투자뿐 아니라 투자 기회가 있었는데 놓친 기업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 앤트로픽 투자는 기업 고객 전략, API 접근 방식, AI 인재를 끌어들이는 팀에 대한 장기적 판단이었다. 당시 사업의 수익성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 디터는 CEO의 수면과 정신 건강을 경영 역량의 일부로 보고, 불확실한 시기에는 필요한 자금을 일찍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리고가 얻은 고객의 신뢰

디터는 1999년 말부터 2000년 초 사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사업을 구상하고 벤처투자 일을 떠나 창업했다. 당시에는 다운로드 속도와 브라우저 성능이 제약이었고, 비용을 먼저 쓰고 매출은 나중에 거두는 사업 모델도 투자자에게 낯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투자 유치 면담 열 번 중 아홉 번 이상은 초반에 사실상 거절당했다.

그럼에도 팀은 고객 경험을 근거로 사업을 밀고 갔다. 기존 소프트웨어의 여러 버전과 환경을 각각 유지하는 데 쓰이는 노력을 줄이면 고객에게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트리고 테크놀로지스가 신뢰를 얻은 계기는 엄격한 기업 고객이 제품을 검증한 뒤 다른 고객 앞에서 사용 경험을 말하기 시작한 일이었다. 디터는 까다롭고 역량 있는 초기 고객을 제품 개발의 협력자로 삼고, 관계를 시작할 때부터 제품이 기대에 부응하면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객의 추천이 투자 유치 환경까지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닷컴 붕괴 시기 트리고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고객사의 파산에 따른 이탈을 겪었고, 인력도 줄여야 했다. 디터는 미리 자금을 조달해 여유를 둔 덕분에 회사의 존속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은 피했다고 회고했다.

창업자 CEO의 역할을 다시 설계하다

트리고는 매각 당시 연간 환산 매출이 약 5,000만 달러였다. 성장 과정에서 디터는 톰 라일리를 CEO로 영입하고 자신은 이사회와 사업개발 업무에 남았다. 당시 26세였고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회사를 이끄는 데 경험 많은 경영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결정이 트리고에는 적절했지만 대다수 창업자에게 그대로 적용할 선택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늘날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에서는 창업자의 제품 통찰이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창업자가 오래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강점과 동기가 있는 일을 맡고, 부족한 영역을 보완할 사람을 채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창업자가 처음부터 제품 업무에만 집중하길 원한다면 CEO 영입을 함께 계획할 수 있다. 사업이 진행된 뒤 갑작스럽게 물러나면 조직에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가 창업자에게서 찾는 자질은 강한 확신과 조언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팀과 투자자의 의견을 듣되 최종 판단은 스스로 내리고, 필요하면 그 판단을 다시 살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압박이 커질 때 소통을 끊기보다 더 많은 정보를 구하는 리더를 높이 평가한다.

투자자는 운영자를 대신하지 않는다

창업 경험을 가진 디터가 투자자로 돌아와 배운 원칙은 잘 운영되는 회사를 대신 경영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그는 투자자가 고객이나 채용 후보를 연결하고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되, 팀이 잘 실행하고 있다면 그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지원은 긴 회의보다 짧고 잦은 연락에 가깝다. 후보자나 잠재적 협력 상대를 소개하기 전에 CEO의 의사를 묻고, CEO마다 선호하는 연락 수단을 쓴다. 제안의 상당수는 거절되지만, 신뢰가 쌓여 있으면 필요한 제안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 검토 과정에서 발견한 우려도 투자 후 팀에 공유한다고 했다.

놓친 투자를 기록하는 이유

디터는 투자에서 가장 아쉬운 일이 손실을 낸 투자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큰 가능성을 보았으면서 실패할 이유에 더 무게를 둬 투자하지 못한 경우가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베세머의 ‘안티 포트폴리오’는 이런 놓친 투자 기회를 기록한다. 투자한 기업 중 실패한 곳을 나열하는 목록이 아니다. 디터는 초기에 투자 기회가 있었던 테슬라와 아틀라시안을 사례로 들었다.

이 관점은 당장의 사업 규모만 보지 말자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는 서비스타이탄을 배관업자를 위한 소프트웨어로만 보면 가능성을 좁게 평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종, 결제, AI 활용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 가능성을 보는 일과 현금 흐름을 확보해 회사가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상태를 지향하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앤트로픽 투자에 담긴 장기 판단

디터에 따르면 베세머는 과거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독립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놓쳤다고 봤다. 회사는 경쟁 기업에 동시에 투자하지 않는 원칙이 있어 AI 기반 모델 분야에서는 한 곳을 선택해야 했다. 디터는 앤트로픽이 장기적으로 앞서갈 가능성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든 근거는 초기부터 기업 고객을 중시한 전략, API를 통한 제공 방식,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집중, AI 인재를 끌어들이는 팀의 가치관이었다. 안전을 중시하는 접근도 인재 확보와 기업 고객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투자자의 당시 평가와 기대다. 디터는 투자 시점에 앤트로픽의 매출총이익률이 마이너스였고 사업 모델도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 투자를 이미 입증된 수익성에 따른 결정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CEO의 몸과 마음도 경영 자원이다

디터는 창업 당시 제대로 먹거나 자지 못했고, 회사를 운영한 지 5년 뒤 충치 13개를 발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잠을 거의 자지 않고 일하는 태도가 창업자 사회에서 미화되는 데 문제를 제기한다. 베세머가 시작한 CEO 건강 프로그램은 운동선수의 경기력 관리 원칙을 수면, 신체 훈련, 정신 건강 등에 적용한다.

그는 프로그램에서 수면을 먼저 다뤘고, 프로 운동선수와 CEO가 정신 건강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 CEO가 수면 습관을 개선하고 달리기 행사에 참여한 사례를 소개했지만, 이를 모든 CEO에게 같은 결과를 보장하는 근거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디터는 약 1년 반 전 같은 해에 CEO 세 명이 역할을 그만둔 경험을 언급하며, 정신 건강에 관해서도 도움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6년 1분기 시장 불확실성을 묻는 질문에는 자금이 바닥나지 않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큰 목표에 많은 자본이 필요한 기업이라도 자금을 더 일찍 조달하고 단기적인 혼란을 버틸 여유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기업별 가치평가와 자금 조달 조건은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했다.

결론

디터의 경험에서 고객의 엄격한 검증, 창업자에게 맞는 역할, 투자자의 절제된 지원, CEO의 건강은 서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그는 장기적 가능성을 보면서도 시장 침체를 견딜 자금과 사람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조건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