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강연자는 인터넷과 벤처캐피털의 성장 속에서 자리 잡은 소프트웨어 창업 방식이 딥테크 기업에는 그대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은 개발과 제조에 더 긴 시간과 큰 자본이 필요하다. 정부도 투자자이자 고객, 규제 기관이 될 수 있다.
  • 초기 정부 계약은 시장 진입의 시작일 뿐이다. 규제 기관과의 협력, 실제 구매자를 찾는 과정은 오래 걸리고 결과도 불확실하다.
  • 정부와 민간 시장에 모두 쓸 수 있는 기술이라도 두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기는 어렵다. 어느 시장부터 진입할지 선택해야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창업 방식이 자리 잡은 배경

강연자는 지난 수십 년의 창업 환경을 인터넷의 확장성, 빠른 성장을 뒷받침한 벤처캐피털, 기술 혁신에 대한 정부의 상대적인 거리 두기로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제품을 출시한 뒤 방향을 바꾸고, 시장에 맞는 제품을 찾아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검색, 온라인 장터, 소셜미디어, 스트리밍 기업들이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사례로 제시됐다.

그는 미국 정부 기관에서 신기술 기업들과 일하며 다른 조건을 보았다고 말했다. AI, 바이오, 양자기술, 반도체, 우주 분야의 기업들이 기존 방식을 적용하려 했지만 자금 조달과 사업화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강연자의 핵심 주장은 기술의 개발 기간과 필요한 자본이 달라졌다면 창업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데 있다.

개발 기간에 맞지 않는 자본

강연자가 만난 한 벤처투자자는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기업의 시리즈 A 투자에 4,000만 달러가 들 수 있는 반면, 같은 금액으로 건당 500만 달러인 핀테크 투자 여덟 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연자는 기존 투자 구조의 기간도 문제로 꼽았다. 투자자가 5~7년 안에 기술이 성숙하기를 기대해도 첨단 배터리 제조 기업은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제시한 대응은 인내 자본과 여러 출처의 자금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민간 자본뿐 아니라 국부펀드, 패밀리오피스, 정부 자금 등이 긴 개발 기간을 감당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자금을 모으는 것만으로 제조 역량이 생기지는 않는다. 강연자는 미국 내 제조 설비에 수억 달러가 필요했던 한 스타트업이 규모와 위험, 긴 기간 때문에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한 사례를 들며, 인력 재교육도 별도의 과제라고 짚었다.

정부는 고객이자 규제 기관이다

딥테크에서는 정부와의 관계가 자금 조달을 넘어선다. 강연자에 따르면 조비 에비에이션은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를 개발하면서 미국 정부와 일찍부터 관계를 맺었다. 항공 분야에서 정부는 규제 기관인 동시에 투자자와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항공 규제 기관과 일할 때 소프트웨어 제품처럼 빠르게 실패하고 방향을 바꾸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3D 프린팅 로켓을 개발하는 렐러티비티 스페이스 역시 우주군과 일찍 협력한 사례로 소개됐다. 중고 전기차 배터리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활용하고 이후 재활용하는 레드우드 머티리얼스, 열을 저장하는 탄소 블록을 다루는 안토라도 과학·공학의 발전과 함께 정부 및 장기 자본과의 관계가 필요한 사례로 제시됐다. 이 사례들이 같은 단계의 기술이나 사업 성과를 입증한다는 뜻은 아니다. 강연자는 각 기업이 마주한 자본, 고객, 규제의 문제를 설명하는 데 사례를 사용했다.

연구실에서 구매자까지 이어지는 과정

강연자가 경험한 딥테크 사업화 사례에서는 연구자가 정부 기관과 협력하고, 기업가가 적절한 자본을 찾은 뒤, 실제로 기술을 구매할 정부 내 담당자를 찾는 과정이 중요했다. 민간 시장이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술을 정부가 먼저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경로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대화와 수정이 반복되고 불확실성이 크다.

그는 이중 용도 기술을 민간 시장과 정부 고객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설명했다. 두 시장을 동시에 상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민간 시장에 먼저 진입한 뒤 정부로 넓히거나, 정부에서 시작해 나중에 민간 시장을 검토하는 선택이 필요할 수 있다. 초기 기업을 위한 정부의 소규모 계약도 최종 구매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강연자는 첫 계약을 얻고 사업이 이미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하는 것을 흔한 함정으로 꼽았다.

기관의 방식과 정책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강연자는 정부와 일할 때 규칙과 언어, 의사결정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참석한 회의에서 한 기업이 규제 기관과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례를 소개하며, 이후 그 기업이 문을 닫았지만 규제 대응만이 원인이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관의 절차를 존중하며 협력하는 방식은 더 느릴 수 있어도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위험도 남는다. 강연자는 정책이 크게 바뀌면 스타트업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 사업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AI에 대해서도 현재 정부의 구체적인 우선순위는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더 많은 칩의 배치뿐 아니라 조직이 자기 데이터와 목적에 맞게 AI를 쓰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강연이 제시한 창업 방식은 빠른 출시와 성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딥테크 기업에는 개발 기간을 감당할 자본, 규제와 구매를 담당하는 기관에 대한 이해, 첫 계약 이후에도 이어지는 사업화 과정이 함께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