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타운은 업무용 AI 비서를 단순한 앱이 아니라 사람이 디지털 정보와 상호작용하는 창구로 본다. 개인별 비서가 동료의 비서와 협력하는 ‘멀티플레이어’ 경험이 핵심이다.
  • 기능을 복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제품 차별화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우위도 줄었다. 타운은 여러 차례 앞서 나가면서 협업과 네트워크 효과를 쌓으려 한다.
  • 회사 전체를 아는 단일 에이전트 대신 개인의 이메일과 일정에서 출발한다. 조직의 모든 시스템을 먼저 연결해야 하는 도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 여러 비서가 협력하려면 정보 공유 때마다 사람이 승인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타운은 조직의 정책과 사람이 볼 수 있는 대화 공간을 바탕으로 AI가 공유 여부를 판단하는 방향을 택했다.
  • 기능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타운은 익숙한 업무에서 먼저 가치를 보여 줘야 사용자가 AI에 맡길 수 있는 일을 배운다고 본다.

기능이 빠르게 복제되는 시장에서 쌓을 경쟁력

시드 투자사 퍼스트라운드의 파트너 토드 잭슨은 업무용 AI 비서 기업 타운(Town)의 공동창업자 겸 CEO 장드니 그레즈와 AI 에이전트 시장의 경쟁과 제품 설계를 논의했다. 대화의 쟁점은 대형 기업도 빠르게 기능을 따라오는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어떤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느냐였다.

그레즈는 AI 비서를 새로운 앱보다 브라우저나 기기에 가까운 존재로 본다. 사람이 여러 디지털 서비스와 정보를 이용하는 출발점이자 결과를 받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시장이 열리면 자본과 유통망을 갖춘 대형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도 했다.

문제는 경쟁자가 따라오는 속도다. 그레즈는 과거에는 수년이 걸리던 제품 분석과 기능 복제가 이제 수주에서 수개월 만에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타운도 출시 직후에는 크게 앞섰다고 느꼈지만 몇 달 뒤에는 경쟁 제품들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회고했다.

팀 협업 기능에서도 비슷한 압박을 느낀다. 남들이 따라오기 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한두 분기라면 그 안에 네트워크 효과처럼 기능 이상의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승리하려면 18개월 동안 네다섯 차례 연속으로 제품 방향을 맞혀야 할 수도 있다고 봤다.

개발 속도의 변화는 대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레즈는 기존 기업의 유통 우위가 곧 네트워크 효과는 아니며 스타트업 역시 과거에는 진입하기 어려웠던 시장에 더 빠르게 도전할 수 있다고 봤다.

개인 생활보다 업무에 집중하는 이유

타운이 업무 시장을 고른 이유는 고객의 지출 여력과 해결할 문제의 폭이다. 식당 예약처럼 개인 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데는 지출과 효용의 한계가 있다. 반면 기업은 AI를 써서 매출이나 사업 성과를 높일 수 있다면 사용을 더 늘릴 이유가 생긴다.

그레즈는 업무에서는 AI 성능이 좋아질수록 풀 수 있는 문제도 계속 늘어난다고 봤다. 광고비 최적화, 경쟁사의 마케팅 변화 분석, 내부 지표를 바탕으로 한 조언 등은 식당 예약보다 복잡한 과제다. 무엇보다 업무는 다른 사람과 함께 진행되므로 개인의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개인용과 업무용 비서의 경계는 기능보다 데이터 소유권과 운영 조건에서 더 뚜렷해진다. 그레즈는 일정 충돌을 피하려면 개인 일정과 업무 일정을 함께 볼 필요가 있지만 영업 미팅 준비 자료까지 직원 개인의 지식으로 남아 퇴사 후에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봤다. 출장도 개인 여행과 달리 변경·재예약 지원이나 회사 차원의 정책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아는 AI 대신 사람마다 비서 한 명

타운은 직원마다 자기 AI 비서인 ‘타우니(Towny)’를 두고 필요할 때 비서끼리 협력하도록 설계했다. 여기서 멀티플레이어는 여러 사람과 여러 AI 비서가 함께 일하는 구조를 뜻한다.

회사 전체를 아는 단일 에이전트를 만들려면 여러 시스템에 접근할 권한을 가진 담당자가 먼저 모든 연결을 설정해야 한다. 제품의 가치를 보여 주기도 전에 이메일과 고객 관리 시스템부터 연결해 달라고 요구하면 도입 논의가 길어질 수 있다.

타운은 개인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최소 데이터에서 출발했다. 이메일과 일정이 먼저이고 그다음은 채용 담당자의 지원자 관리 시스템처럼 해당 직무의 핵심 업무 시스템이다. 개인이 사용을 시작한 뒤 조직으로 확산하기 쉬운 경로를 택했다.

개인별 비서는 사적인 정보와 개인화에도 어울린다. 각자 다른 업무 지침을 주고 자신에게 맞는 비서를 키울 수 있다. 동시에 회사가 합의한 공통 연동은 모든 비서가 함께 이용하고 회사 지식과 작업 방식도 공유·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 한 명에게 비서를 하나 줄지 여러 개 줄지를 두고도 내부 논쟁이 있었다. 여러 비서가 더 강력할 수 있지만 이름과 일관된 성격을 가진 하나의 비서가 자신을 알아 간다는 관계는 이해하기 쉽다. 타운은 이 관계를 제품의 기본 단위로 골랐다.

협업의 병목은 정보 공유의 신뢰다

개인 비서들이 협력하려면 누가 어떤 정보를 받을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초기 타운은 외부 이메일처럼 신뢰하지 않는 데이터를 읽은 뒤 정보를 보내거나 변경하는 작업을 할 때 반드시 사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참여자가 늘어나면 정보가 이동할 때마다 승인하는 방식은 느려진다. 그레즈는 기업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 안에서 AI가 공유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같은 영업팀이 서로의 거래 진행 상황을 확인할 때와 직원 천 명이 누구의 비서에게나 질문할 때는 신뢰의 범위도 다르다.

그는 모델의 학습과 적절한 메시지 구분, 지시 설정 덕분에 외부 자료 속 악성 지시가 에이전트를 조종하는 공격도 초기 예상보다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유 범위를 직관적으로 설계하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타운이 주로 중소기업을 겨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은 팀에는 이미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있고 새로운 협업 방식의 효용을 받아들이려는 고객이 있다고 봤다. 대기업 고객은 아직 이런 방식에 동의할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장치는 대화를 숨기지 않는 것이다. 타운은 비서 사이의 요청이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오가도록 한다. 다른 사람의 비서에게 부적절한 정보를 요구하면 그 요청 자체가 드러난다. 이런 가시성을 공유 정책과 함께 활용한다.

신뢰는 보안에만 달려 있지 않았다. 고객은 필요한 정보만 색인하고 사용을 마친 데이터는 가능한 한 빨리 지우며 동의하지 않으면 학습에 쓰지 않는 운영 방식을 중요하게 여겼다. 동시에 비서의 실수 때문에 자신이 난처해지지 않기를 원했고 비서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도 알고 싶어 했다. 타운은 오류가 났을 때 사용자에게 더 명확히 설명하도록 에이전트의 실행 체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모델 선택권과 예측 가능한 비용

타운은 기반 모델을 제공하면서 자체 비서 제품도 만드는 기업들과 경쟁한다. 그레즈는 어느 회사가 1년 뒤나 5년 뒤에 가장 좋은 모델을 보유할지 알 수 없는 만큼 기업이 특정 모델 회사에만 묶일 이유가 없다고 봤다.

그는 작업에 맞는 성능과 가격을 따져 모델을 고르는 중립적인 공급자를 제품 계층으로 제안한다. 타운은 여기에 데이터 소유권도 묶는다. 고객이 서비스를 떠나더라도 사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자기 자산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가격에서는 작업별 성과 과금보다 AI 연산 사용량의 단위인 토큰을 제공하고 사용자가 배분하게 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일정 관리에 얼마를 쓸지, 채용 후보자를 찾는 데 얼마를 쓸지는 각자의 업무 가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전면적인 사용량 과금을 택하지는 않았다. 고객들은 직원별로 일정량의 토큰이 포함된 예측 가능한 요금을 원했다. 팀의 사용 방식과 투자 대비 효과를 파악한 뒤 추가 사용량을 결정하려 했다. 그레즈는 기업이 토큰을 어디에 쓰는지 확인하고 효과가 높은 사용과 낮은 사용을 구분하도록 돕는 것도 제품의 중요한 역할로 봤다.

기능을 발견하게 하는 대신 먼저 가치를 보여 준다

협업 기능을 만들어도 사용자가 알아서 쓰는 것은 아니다. 그레즈는 초기에는 사용자 약 10%가 에이전트 간 협업을 발견해 좋아했다고 말했다. 팀은 나머지 사용자에게 이 가능성을 어떻게 보여 줄지 고민했다.

실마리는 이미 익숙한 이메일과 일정 조율이었다. 비서가 이메일 대화에 참여해 일정 조율을 주고받도록 하자 이 경험을 제공받은 신규 사용자는 관련 기능을 더 많이 사용했고 다른 용도도 떠올리기 시작했다. 기능 설명을 읽고 발견하게 하기보다 실제 업무에서 도움이 되는 장면을 먼저 보여 준 셈이다.

그래서 그레즈는 타운을 AI 사용을 배우는 온보딩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범용 비서의 과제는 일반 사용자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이해하도록 돕는 데 있다.

빠른 개발도 고객 대화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한 사용자는 자동화 뒤에 남은 이메일까지 타운 안에서 처리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팀은 타운을 이메일 앱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레즈는 비슷한 요구가 얼마나 넓게 존재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기능을 더하는 속도만큼 사용자가 실제로 원하는 경험을 파악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다.

타운이 겨냥하는 결과는 비서끼리 대화하는 기술 자체가 아니다. 사람이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아야 했던 일을 줄여 참여자들이 시간을 돌려받고 더 나은 업무 성과를 얻는 경험이다. 그레즈는 이런 가치를 실제 제품 안에서 보여 주는 일이 에이전트 협업의 가장 큰 과제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