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세일즈포스는 인수 대상을 고를 때 고객에게 필요한 기술인지, 인수 후 성장을 앞당길 수 있는지, 가격과 가치 창출 시점이 합리적인지를 살핀다.
- 자체 개발과 인수를 비교할 때는 개발 역량뿐 아니라 인재 확보와 통합에 걸리는 시간을 함께 계산한다. 인수도 구상부터 통합까지 통상 6~9개월이 걸린다.
- 스타트업이 세일즈포스에 합류해 얻는 핵심 자산은 영업망이다. 다만 제품 통합과 인재 정착이 뒷받침돼야 그 효과가 나타난다.
- 높은 기업가치는 인수 가능한 구매자를 줄인다. 실사에서는 연간 반복 매출뿐 아니라 고객 이탈, 재무 자료, 보안 상태가 거래 성사를 좌우한다.
개발이 쉬워져도 기업을 사는 이유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공개한 이번 대담에는 세일즈포스에서 인수와 투자, 인수 후 통합을 맡는 담당자가 출연했다. 소프트웨어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시대에도 어떤 기업을 인수할 가치가 있는지를 주로 논의했다.
그는 세일즈포스가 내부 혁신과 외부 기업 인수를 결합해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출발점은 고객의 요구다. 고객이 무엇을 더 사고 싶어 하는지, 기존 제품의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를 듣고 제품팀과 기회를 좁힌다. 투자팀이 매년 수천 개 기업을 만나며 파악한 기술 흐름과 시장 반응도 판단에 보탠다.
인수 심사에서는 전략적 적합성과 고객 성과를 살핀다. 세일즈포스가 해당 기업의 성장을 앞당길 수 있는지도 따진다. 기술 체계에 잘 들어맞는지, 조직 문화와 인재가 어울리는지도 여기에 포함된다. 고객과 주주에게 돌아갈 가치, 그 가치가 생기는 시점, 인수 가격의 합리성도 기준이다. 그는 지금처럼 가격이 높은 시장에서는 마지막 기준을 충족하기가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과 인수는 시간을 놓고 비교한다
세일즈포스는 제품팀과 향후 3년의 개발 계획을 검토하면서 직접 만들지, 인수할지, 제휴할지를 따진다. 필요한 인력이 내부에 있는지,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에서 채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특히 AI 엔지니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적절한 팀을 인수하는 편이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
그렇다고 인수가 언제나 빠른 선택은 아니다. 인수 구상부터 실제 통합까지 통상 6~9개월이 걸린다. 그보다 빨리 자체 개발을 끝낼 수 있다면 계산이 달라진다. 인수 대상을 찾는 속도만큼 통합 속도도 중요하다.
그는 리슨 랩스(Listen Labs)를 제품의 완성도와 사용 편의성을 확인한 사례로 들었다. 팀은 별도 교육 없이 제품을 쓰기 시작했고 10분 만에 설문을 내보냈다고 했다. 인수 실사 과정에서도 이 제품으로 고객 의견을 수집했다. 그는 고객이 제품을 얼마나 좋게 평가하는지, 계약을 갱신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핵심 확인 항목으로 꼽았다.
스타트업이 사는 것은 영업망이기도 하다
세일즈포스에는 영업 담당자가 1만5,000명 있다. 출연자는 몇 명의 영업 인력으로 운영하던 기업이 이 조직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되면 성장 여지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창업자가 같은 영업망을 직접 구축하려면 사람을 채용하고 교육해 성과를 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소기업과 중견기업, 대기업을 각각 상대해야 하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야 한다. 그는 독립 경영을 이어가며 자금을 조달하고 지분 희석을 감수할지, 이미 영업망을 갖춘 기업에 합류해 더 빨리 고객을 만날지를 창업자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휴라는 선택지도 열려 있다. 세일즈포스는 8,000개가 넘는 소프트웨어 파트너와 협력하며 일부에는 투자도 한다. 고객은 파트너 제품과 세일즈포스 제품 가운데 필요한 것을 고를 수 있다.
인수 후에는 사람의 정착도 중요하다. 그는 인수한 기업 출신 인물이 세일즈포스 최고제품책임자가 된 사례가 네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통합팀은 업무 방식에 적응하도록 돕는 동시에 내부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수한 팀의 창업가적 태도가 세일즈포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도 기대 효과다.
AI는 과금 방식과 업무 접점을 바꾼다
AI가 사람의 일을 더 많이 맡으면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받던 요금이 어떻게 될지도 논의했다. 출연자는 세일즈포스가 이미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제품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이 얻는 성과를 기준으로 과금하는 방향에도 힘을 싣고 있다고 답했다. 고객 지원에서 상담을 실제로 해결한 건수에 따라 비용을 받는 방식이 그 예다.
그는 인수한 고객 지원 AI 제품을 세일즈포스 내부에 시험 도입한 경험을 소개했다. 14일 만에 가동했고 대담 당시 지원 웹사이트 트래픽의 40% 이상을 처리하며 사람에게 넘기지 않고 해결하는 비율이 65%라고 밝혔다. 자체 개발만으로 충분히 빨리 구현하기 어려웠던 기술과 도입 속도를 인수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슬랙(Slack)은 AI와 만나는 업무 접점으로 다뤘다. 인수 당시부터 사람과 애플리케이션이 함께 일하는 협업 도구이자 세일즈포스 제품의 공통 접점으로 삼으려 했지만 AI 에이전트의 역할까지 예상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후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가치가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슬랙 매출은 인수 당시의 거의 세 배가 됐고 대담 당시 세일즈포스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제품이었다. 통합 초기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조직이 맞물리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이후 세일즈포스의 영업망이 제품 확산에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투자는 인수 후보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세일즈포스 벤처스의 투자 범위는 기존 제품과 밀접한 파트너에서 데이터, 보안, AI, 로봇으로 넓어졌다. 출연자는 현재 또는 미래에 기업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회사를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750개가 넘는 기업에 투자했고 그중 29개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투자 기업이 모두 인수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기술이 향하는 곳을 가까이서 볼 필요가 있으며 훌륭한 제휴사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투자 기업에는 고객을 만날 기회와 사업 운영에 관한 조언을 제공한다.
새 고객관계관리(CRM) 기업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기존 제품이 계속 개선되는 가운데 대규모 기업으로 성장할 만큼 새로운 접근을 아직 보지 못했다는 이유다. 진행자는 작은 기업부터 시작해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경로를 반론으로 제시했다. 출연자는 더 작은 고객층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비슷한 기업에 자금이 지나치게 몰린다고 평가했다.
높은 기업가치는 매각 선택지를 줄인다
출연자는 투자 유치 때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받는 일이 항상 창업자에게 유리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업공개에 이르는 회사는 극히 일부이며 매각을 고려한다면 누가 살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를 넘으면 인수 가능한 구매자가 크게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성장으로 현재 가치를 뒷받침하지 못할 기업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 부담이 직원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정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지속하기 어려운 가치 평가가 있다고 봤다.
진행자는 큰 성공의 규모 자체가 과거보다 커졌다는 반론을 폈다. 출연자도 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의 존재는 인정했다. 세일즈포스가 앤스로픽(Anthropic)에 여섯 차례 투자한 이유로도 그런 가능성을 들었다. 다만 그런 기업은 드물며 인수자를 찾으러 오는 수많은 실패 사례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를 멈추게 하는 것은 매출 밖에 있다
실사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정리된 자료다. 재무 통제가 허술하거나 고객 계약 정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거래가 지연될 수 있다.
그는 창업자들이 연간 반복 매출을 뜻하는 ARR 하나에 집중하는 문제를 짚었다. ARR은 중요한 지표지만 고객 이탈을 가릴 수 있다. 이탈률이 높으면 고객 불만뿐 아니라 제품 품질에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살핀다.
보안은 더 직접적인 중단 사유다. 세일즈포스의 실사에 참여하는 14개 기능 조직 가운데 보안 조직은 거래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거래에서는 모의 침투 시험으로 상대 회사의 소스코드 전체뿐 아니라 최고경영자의 노트북과 직원 정보에까지 접근했다. 그는 당시 상태를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했다.
모든 취약점이 거래 무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각도에 따라 계약 서명 전이나 거래 종결 전까지 수정하도록 조건을 붙일 수도 있다. 문제의 정도와 해결 가능성이 중요하다.
이 대담에서 드러난 인수의 가치는 기술 자체에만 있지 않았다.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을 더 빨리 제공하고 인재와 영업망을 결합할 수 있어야 했다. 합리적인 가격, 고객 유지, 정리된 자료와 보안도 갖춰져야 그 가능성이 실제 거래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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