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엔비디아의 첫 칩 NV1은 약 25만 개가 팔렸지만, 젠슨 황에 따르면 잘못된 설계 방식 때문에 판매분이 모두 반품됐다.
  • 황은 세가와의 후속 칩 계약을 중단하고 남은 계약금 500만 달러를 엔비디아 투자금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 회사를 살릴 다음 칩을 만들 때는 통상적인 시제품 제작과 수정 과정을 거칠 자금과 시간이 없어, 남은 자금의 절반을 칩 동작을 시험할 에뮬레이터에 썼다.
  • 이후 엔비디아는 게임용 GPU에 병렬 연산 플랫폼 CUDA를 실어 보급했다. 초기 이용자는 주로 연구자였고, 그 비용은 게임 사업이 감당했다.
  • 황은 AI의 안전성을 걱정한다고 밝히면서도, 위험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칩의 실패가 바꾼 설계

젠슨 황은 크리스, 커티스와 함께 1993년 엔비디아를 세웠다. 목표는 당시 고가의 컴퓨터가 처리하던 3D 그래픽을 개인용 컴퓨터에서도 구현하는 것이었다. 황의 설명에 따르면 영화 「쥬라기 공원」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쓰인 컴퓨터는 당시 약 100만 달러였지만, 엔비디아가 겨냥한 제품의 가격대는 약 300달러였다.

첫 칩 NV1은 약 25만 개가 팔렸다. 그러나 황은 이미지 처리 방식이 잘못됐고 판매분이 모두 돌아왔다고 회고했다. 다른 3D 그래픽 업체들이 택한 방식과 달랐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할 윈도 95의 그래픽 인터페이스 DirectX와도 맞지 않았다. 이미 추진하던 후속 칩 NV2와 NV3 역시 NV1의 설계에 기반하고 있었다.

당시 엔비디아에는 세가의 게임 콘솔에 쓸 후속 칩 계약이 있었다. 계약을 계속하면 당장의 자금은 확보할 수 있었지만, 황은 잘못된 설계에 약 2년을 더 쓰는 동안 경쟁사와의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세가에 다른 협력사를 찾으라고 권하면서, 남은 계약금 500만 달러를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세가는 이를 받아들였다. 황은 이후 직원 약 3분의 2를 해고했다고 말했다.

여섯 달 안에 칩을 완성해야 했던 회사

설계를 바꾼 뒤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황에 따르면 당시 칩을 설계하고 생산용으로 다듬는 데 보통 1년 반에서 2년이 걸렸지만, 엔비디아에 남은 시간은 약 여섯 달이었다. 기존처럼 칩을 만든 뒤 소프트웨어를 작성하고 오류를 고쳐 다시 제작하는 과정을 반복할 수 없었다.

엔비디아는 실제 칩처럼 동작하도록 만든 에뮬레이터를 사들였다. 황은 그 기계에 회사에 남은 자금의 절반을 썼다고 회고했다. 새 칩을 제작하기 전에 소프트웨어를 실행해 동작을 확인하려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만든 Riva 128은 황의 표현대로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회사를 살릴 만큼 작동했고, 시장에서도 성과를 냈다.

황은 이 경험을 기술이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제품이 시장에서 쓸 만한 수준에 이르는 순간이 중요하다고 봤다. Riva 128의 품질도 그가 보기에 ‘충분히 괜찮은’ 수준이었다.

게임용 GPU에 실은 CUDA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인 GPU는 여러 계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회사는 처음에는 게임 속 물의 흐름이나 폭발 같은 물리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이 능력에 주목했다. 이후 연구자들이 영상 처리와 과학 계산에도 GPU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황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의사 두 명이 엔비디아 칩으로 CT 영상을 재구성한 사례를 들었다.

이 흐름은 2006년 무렵 선보인 CUDA로 이어졌다. CUDA는 개발자가 GPU를 그래픽 외의 병렬 계산에도 쓰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문제는 당시 이런 용도의 수요가 주로 대학 연구실에 있었고, 연구자들의 구매량만으로는 개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매출을 뒷받침한 것은 여전히 게임이었다.

황이 설명한 난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이의 순환 관계였다. GPU가 널리 보급되지 않으면 개발자가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고, 쓸 만한 프로그램이 없으면 이용자가 GPU의 새 기능을 찾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게임용 제품 지포스에 CUDA를 실어 배포하고 대학과 개발자들에게 사용법을 알렸다. 그 비용을 별도로 청구하지 못해 수익성에는 부담이 됐다. 황은 유용한 응용 프로그램이 언제 등장할지 예상했지만, 그 시점은 거듭 뒤로 밀렸다고 말했다.

연구자의 실험에서 AI 전략으로

2010년대 초 토론토의 연구자들은 엔비디아 게임용 GPU 두 개로 이미지 인식 신경망을 학습시켰다. 황은 이 한 사례만으로 회사의 방향을 정했다고 설명하지 않았다. 당시 여러 연구팀이 이미지 인식 대회 ImageNet을 앞두고 딥러닝 학습에 CUDA를 쓰기 위해 엔비디아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알고리즘과의 성능 차이를 보고, 이 방식이 칩과 컴퓨터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검토했다고 말했다.

진행자 가이 라즈는 황이 2013년 무렵 회사에 AI 방향을 알린 일을 물었다. 황에 따르면 그 발표 전에 이미 여러 팀과 거듭 논의하며 판단을 쌓았다. 그는 딥러닝이 엔비디아의 중요한 미래 방향이 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지만, 당시 회사의 주된 고객은 여전히 게임 이용자였다.

AI의 위험과 일자리를 보는 황의 관점

인터뷰 후반부에서 황은 AI가 안전하게 발전해야 하며 자신도 이를 걱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 우려를 안전성과 보안을 높이는 기술 개발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단정에도 반대했다.

황은 영상의학을 사례로 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I가 영상 판독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면서 검사 비용과 시간이 줄었고, 검사와 환자 수가 늘어 영상의학 전문의 수요도 증가했다. 그는 영상 판독이라는 작업과 질병 진단이라는 직업의 목적을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이는 AI가 모든 직업에 같은 영향을 준다는 근거가 아니라, 특정 작업의 자동화가 곧 직업 전체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황의 주장이다.

황은 회사를 다시 창업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훗날 겪을 해고와 실패, 긴 투자 기간의 고통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NV1 이후의 생존 위기와 CUDA에 들인 오랜 비용은 엔비디아의 현재 성과와 함께 그가 돌아본 창업의 일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