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로버트 카로는 대규모 사업과 개혁을 성사시키는 힘을 제도적 권한뿐 아니라 장애물을 끝까지 돌파하는 의지에서 찾았다. 다만 그 실행력을 무조건 옹호하지는 않았다.
  • 로버트 모지스는 시민에게 해변과 공원을 돌려주려던 이상주의자에서 수많은 주민을 내쫓더라도 자신의 계획을 관철하는 인물로 변했다.
  • 린든 존슨의 설득력 뒤에는 상대가 원하는 위원회 배정이나 법안 통과를 좌우할 수 있는 권력이 있었다.
  • 카로는 장기간의 집필을 시작하기 전에 책의 주제를 한 문장, 길어도 한 단락으로 정리한다. 자료를 빨리 찾는 것과 깊이 읽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고 봤다.

아무도 못 한다던 일을 해내는 힘

팟캐스터 드와르케시 파텔은 린든 존슨 전 대통령과 뉴욕의 공공사업을 이끈 로버트 모지스를 연구한 전기 작가 로버트 카로와 대화했다. 대화를 관통한 주제는 권력이 어떻게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성사시키고, 그 과정에서 권력자 자신을 바꾸는가였다.

파텔은 오늘날 공공사업이 지연되는 현실을 꺼내며 모지스처럼 권력을 집중해 사업을 밀어붙이는 인물이 다시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카로는 모지스가 활동을 시작한 1920년대에도 사람들은 정부가 아무것도 건설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자동차는 늘었지만 도로가 지날 땅의 소유주들이 반대했고 사업을 가로막는 장치도 있었다.

모지스는 뉴욕 시민들이 존스비치에 갈 수 있도록 도로를 놓으려 했다. 농장과 사유지를 통과해야 했고 소유주들은 반대했지만 그는 장애물을 하나씩 넘었다. 카로는 이 성취에서 정치적 재능과 의지를 함께 봤다. 오랫동안 모든 일이 멈춘 듯하다가도 누군가 나타나 돌파구를 만든다고 봤다.

그렇다고 카로가 모지스식 통치를 그대로 되살리자고 한 것은 아니다. 그는 모지스처럼 냉혹하고 여론을 무시하는 인물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규모 건설에는 수많은 반대가 따르지만 그 반대를 뚫는 실행력과 주민의 피해 사이에 좋은 균형점이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공익을 향한 의지가 반대자를 짓누르기까지

카로가 쓴 『파워 브로커』의 초반부에는 모지스의 이상주의가 담겨 있다. 젊은 모지스는 정치적 연줄 대신 능력에 따라 승진하는 공무원 제도를 만들려 했고 도시 사람들이 바다와 해변을 누리게 하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업을 완성하는 일 자체가 가장 중요해졌다. 카로는 크로스브롱크스 고속도로를 사례로 들어 그 변화를 설명했다. 모지스는 반대에도 사업을 밀어붙였고 수만 명이 이주 대책 없이 집에서 쫓겨났다. 카로는 도로가 개통하자마자 극심한 정체가 생겼다고 말했다.

카로가 든 사례 가운데 하나는 브롱크스의 정치인 헨리 엡스타인이었다. 엡스타인은 노선을 남쪽으로 두 블록 옮기면 쫓겨나는 주민을 수만 명에서 수백 명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맞섰다. 모지스는 그의 불륜 사실을 알려 정치적으로 무너뜨렸다.

카로는 모지스가 젊은 시절 뜻한 일을 이루지 못하면서 타인의 약점을 이용하는 법을 배웠다고 봤다. 이후에는 반대자를 설득하거나 계획을 바꾸기보다 그 사람을 장애물로 보고 제거하려는 냉혹함이 강해졌다. 모지스를 다시 만나 질문 하나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묻겠느냐는 말에 카로는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묻고 싶다고 답했다.

그런 실행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시대적 조건도 있었다. 대공황기에 모지스는 일자리가 없는 건축가와 노동자를 대규모로 고용할 수 있었다. 임금이 낮았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카로는 모지스가 이런 처지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해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력을 지탱한 인기와 얽힌 직책들

모지스는 선출직 정치인이 아니었다. 시장이나 주지사가 그를 해임할 수 있었는지를 두고 카로는 법적 권한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구분했다.

오랫동안 모지스는 뉴욕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그를 해임하려면 언론과 대중의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여기에 여러 기관의 위원장과 공원 관련 직책을 겹쳐 맡으며 만든 구조가 더해졌다. 직책마다 임기가 달랐고 해임할 권한이 없는 자리도 있어 한꺼번에 권력을 거두기 어려웠다.

모지스는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임하겠다고 위협하곤 했다. 그러나 넬슨 록펠러가 그 사임을 받아들였을 때는 상황이 달랐다. 카로는 그 무렵에는 모지스의 권력에 이미 균열이 생겼다고 봤다.

카로는 취재 중 그 쇠퇴를 직접 느꼈다. 예전에는 인터뷰가 끝나면 비서가 모지스에게 걸려 온 전화 목록을 가져왔다. 그런데 한 차례 긴 인터뷰가 끝났을 때는 전해 줄 전화가 하나도 없었다. 수많은 사람이 결정을 기다리던 사무실에 더는 부탁하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존슨의 설득 뒤에 있던 보상과 불이익

파텔은 존슨의 힘이 뛰어난 설득술에서 나왔는지, 상대에게 보상과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지위에서 나왔는지 물었다. 카로의 답은 분명했다. 설득 뒤에는 권력이 있었다.

존슨에게 표를 부탁받은 상원의원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위원회에 배정받거나 추진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존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존슨이 팔을 두르고 몸을 가까이 기울일 때 작동한 것은 성격이나 말솜씨만이 아니었다. 상대는 그가 자신을 돕거나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했다.

카로는 존슨이 정치자금을 배분한 방식도 추적했다. 존슨은 같은 지원 요청에도 전액을 주거나 일부만 주고, 거절하거나 다시는 주지 않겠다는 뜻을 남겼다. 카로는 돈을 모아 존슨의 지시에 따라 나눠 준 존 코널리에게 그 차이를 물었다. 문서에 남은 결정의 이유를 당사자의 설명으로 확인하려 했다.

카로는 존슨에게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바꾸려는 강한 의지도 있었다고 봤다. 존슨은 코툴라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친 뒤 교육 제도를 바꾸겠다는 결심을 품었고 대통령이 된 뒤 교육·빈곤·시민권 관련 입법을 추진했다. 카로는 이 의지가 존슨의 국내 정책 성취를 설명한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베트남전은 그의 대통령직을 비극으로 몰고 갔다. 카로는 전쟁으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국내 개혁도 본래 추진하려던 방식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봤다. 다만 존슨이 왜 계속 전쟁을 확대했는지는 자신도 아직 답을 찾고 있다며 설명을 유보했다.

기록을 찾는 속도와 이해하는 속도는 다르다

카로의 취재는 문서를 읽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존슨이 선거운동 중 차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려면 그와 함께 이동한 첫 비서의 증언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대신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인물의 성장 배경을 이해하려고 존슨이 자란 텍사스 힐컨트리에서 살기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의 거리와 고독에 놀랐다. 한 노년 여성의 집으로 가려고 비포장도로를 오래 달리는 동안 다른 집도 사람도 보지 못했다. 카로는 존슨의 어머니가 겪은 외로움도 썼지만 책에서는 약 세 쪽으로 줄여야 했다.

디지털 자료 검색으로 이런 작업의 일부는 달라졌다. 베트남전의 한 전투를 집필하면서 카로는 컴퓨터로 참전 군인들의 구술 기록이 어느 대학에 있는지, 어떤 문서를 구할 수 있는지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예전부터 이런 도구가 있었다면 집필도 훨씬 빨라졌겠느냐는 질문에는 확답하지 않았다. 문서를 찾는 시간은 줄어도 결국 직접 읽어야 한다. 카로에게 자료를 찾는 일은 읽는 일에 비하면 작은 부분이었다.

긴 책을 붙드는 한 문장과 책 밖에 남은 기록

카로는 한 권을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했다. 대신 집필 전에 책 전체를 끝까지 생각하고 무엇에 관한 책인지 한 문장이나 길어도 한 단락으로 정리한다. 몇 년 뒤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잃어버리지 않도록 그 중심에 맞춰 내용을 엮는다.

그렇게 해도 쓰고 싶은 것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카로는 『파워 브로커』에서 상당한 분량을 잘라냈고 존슨을 취재하며 배운 내용도 많은 부분이 책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모지스에 관한 책만 해도 인터뷰가 약 700건에 이르며 상세하게 타이핑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료들이 후대 연구자에게 열려 있기를 바랐다. 다른 기관에서 더 많은 돈을 제안했지만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뉴욕의 역사 기관인 뉴욕역사협회에 기록을 맡겼다고 했다. 책에서 빠진 내용도 누군가에게는 뉴욕의 변화와 미국 정치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로의 설명에서 권력은 공공사업과 개혁을 성사시키는 힘인 동시에 반대자의 삶을 짓누를 수 있는 힘이었다. 그는 두 인물을 기록할 때도 그 양면을 살핀다. 무엇을 이뤘는지와 함께 누구의 협조를 얻고 누구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게 했는지 끝까지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