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가 성장하려면 과감한 전환이 필요했지만 DVD 사업 분리에서는 시점과 기존 고객의 가격 조건을 잘못 판단했다고 돌아봤다.
  • 자체 콘텐츠 제작의 초기 실패와 HBO를 본뜬 사업 모델은 각각 콘텐츠 투자와 광고 사업의 가능성을 늦게 보게 한 요인이었다.
  • 그는 매일 10분씩 회사가 실패했다고 가정하고 원인을 생각했다. 리더에게 필요한 자신감이 위험을 보는 눈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 AI가 창업자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악용과 통제 상실을 구분해 대비하고 사고 이전에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 교육용 AI에 대한 기대는 현재 성능보다 향후 발전 가능성에 바탕을 둔다. 답을 주는 AI와 학습을 돕는 AI에는 서로 다른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미래를 믿으면서 판단을 고치는 법

넷플릭스에서 25년간 CEO를 지낸 리드 헤이스팅스가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 서밋에서 팟캐스트 ‘온 위드 카라 스위셔’의 진행자 카라 스위셔와 대화했다. 두 사람은 DVD 대여 회사가 스트리밍과 자체 콘텐츠로 사업을 넓힌 과정, 그리고 AI가 기업과 교육을 바꿀 가능성을 짚었다.

대화의 쟁점은 기술 변화에 대한 확신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오판을 어떻게 발견하느냐였다. 헤이스팅스는 인터넷과 AI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에서는 몇 년 뒤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기 쉽다고 봤다.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믿는다는 이유로 고객의 현재 요구나 안전 문제를 건너뛸 수는 없었다.

그가 돌아본 초기 인터넷 영상은 작은 화면에서 겨우 재생되는 수준이었고 TV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인터넷이 충분히 빨라지고 거실 화면에 들어올 것이라는 판단에는 상상력이 필요했다. 인터넷 환경의 변화를 가까이서 겪은 사람들에게는 그 미래에 거는 베팅이 더 자연스러웠다.

스트리밍 전환은 맞았지만 고객을 너무 빨리 밀어냈다

헤이스팅스가 대표적인 실수로 꼽은 결정은 2011년 DVD와 스트리밍 사업의 분리였다. 문제는 스트리밍으로 향한 방향 자체보다 전환 시점과 가격 처리에 있었다. 기존 고객에게 종전 가격을 유지해 주지 않아 사실상 가격 인상이 됐다.

당시 경영진은 스트리밍으로 이동하는 데 몰두했다. 내부적으로는 DVD 사업 임원들을 정례 경영진 회의에서 제외할 정도였다. 그러나 고객 가운데는 여전히 DVD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회사가 원하는 전환 속도와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가 달랐던 셈이다.

그는 기존 고객의 가격 조건을 유지했다면 결과가 더 나았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다만 이 실패를 과감한 결정을 피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DVD 사업 성장, 스트리밍 전환, 해외 진출, 자체 콘텐츠 제작에는 모두 큰 변화가 필요했다. 그는 과감하게 움직이려면 일부 결정이 틀릴 가능성도 감수해야 한다고 봤다.

초기 실패와 성공 모델이 만든 맹점

자체 콘텐츠 제작에서는 과거의 실패가 판단을 가렸다. 넷플릭스는 2006~2007년 무렵 제작 사업을 시도했지만 당시에는 콘텐츠를 널리 배포할 플랫폼 규모가 부족했고 성과도 좋지 않았다. 헤이스팅스는 이후 자체 제작을 돈을 잃는 길로 여기게 됐다.

그 판단을 바꾼 인물은 당시 자체 콘텐츠 제작을 설득한 테드 서랜도스였다. 서랜도스는 다른 회사의 콘텐츠로 출발한 HBO처럼 넷플릭스도 자체 제작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봤다. 회사는 그에게 큰 성공을 노릴 기회를 줬고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과 ‘하우스 오브 카드’가 나왔다. 헤이스팅스는 첫 두 작품이 실패했다면 자신은 콘텐츠 사업을 계속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의 성공이 처음부터 보장된 경로는 아니었다.

광고 사업에서는 반대로 본받던 모델이 제약이 됐다. 그는 HBO를 지나치게 가까운 기준으로 삼은 탓에 광고 도입이 늦었다고 돌아봤다. 더 넓은 취향을 아우르는 넷플릭스에는 HBO뿐 아니라 광고로 운영되는 방송사의 특성도 필요했다고 봤다.

그는 기존 미디어 경영진의 오판도 비슷하게 해석했다. 헤이스팅스에 따르면 AOL과 워너브러더스의 결합을 반대했던 경영자 제프 뷰크스는 그 거래가 실패하자 인터넷에 대한 불신을 더욱 굳혔고 이후 인터넷 영상의 가능성까지 낮게 평가했다. 헤이스팅스는 경험 자체보다 한 번 유효했던 교훈을 다른 상황에도 고정해 적용하는 태도를 경계했다.

매일 10분, 회사가 무너졌다고 가정했다

헤이스팅스는 자신의 확신을 점검할 시간을 따로 마련했다. 산책이나 운동처럼 반복하는 일과에 하루 10분을 붙여 넷플릭스가 이미 실패했다고 가정하고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려 그 결과를 만들었을지 생각했다.

리더는 조직에 미래를 설명하고 자신감과 에너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역할에 집중하다 보면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놓치기 쉽다. 그는 혼자서 충분히 비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초기 DVD 시장의 DivX 방식이 한 사례였다. 이 방식은 디스크의 내용을 암호화하고 회사에서 코드를 받아야 재생할 수 있게 했다. 헤이스팅스는 이 방식이 시장을 장악하면 DVD 우편 대여 사업이 성립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그래서 DivX가 성공할 경로와 넷플릭스가 대응할 방법을 생각했다. 막연히 실패를 두려워하는 대신 사업을 무너뜨릴 구체적인 조건을 검토했다.

AI가 경쟁을 넓힐수록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앤스로픽 이사회에 참여하는 헤이스팅스는 AI가 기업 간 경쟁을 더 빠르게 만들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회사가 AI로 더 저렴한 데이터베이스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오라클에 도전할 수 있다고 봤다. 넷플릭스 역시 AI를 활용하는 새로운 경쟁자를 만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가 말한 ‘창조적 파괴’는 새로운 기업과 제품이 기존 사업자를 흔드는 변화였다.

그는 이 경쟁의 변화와 AI의 안전 위험을 구분했다. 안전 문제에는 사람이 AI를 나쁜 목적으로 쓰는 악용, AI가 너무 강력해져 사람이 다루기 어려워지는 통제 상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악용을 막는 수단으로는 요청을 판별해 위험한 사용을 차단하는 별도 장치인 ‘분류기’를 들었다. 최근 18개월 동안 이런 장치가 크게 나아졌다고 평가했지만 완벽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재앙을 예고하는 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심각한 사고의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스위셔가 업계의 자율 규제만으로 충분한지 묻자 그는 사고가 난 뒤 규제가 뒤따르는 경로를 우려했다. 큰 사고가 발생하면 대중이 매우 강한 제한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계속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사고 확률을 낮추는 규제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봤다.

교육용 AI의 과제는 정답보다 학습 과정이다

교육에서는 두 사람의 시각 차이가 드러났다. 스위셔는 교실에서 AI를 쓰는 효과와 정서·사회성·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헤이스팅스도 현재 AI의 개인 교습 능력이 충분히 좋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다만 향후 2~4년의 발전 가능성을 기준으로 교육용 AI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적인 AI 사용과 학습을 위한 사용을 구분했다. 많은 작업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답이 필요하지만 배우려는 사람에게는 답을 바로 주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 학습을 이끌고 동기를 높이려면 그 목적에 맞는 훈련 데이터와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학 개인 교습을 하다가 교사가 된 그는 학생 한 명을 가르칠 때와 30~40명을 가르칠 때의 차이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학생마다 개인 교사를 두는 방식은 비용 부담이 크지만 AI라면 더 많은 아이에게 일대일 학습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가 기대하는 AI 교사는 질문을 던지고 이해도를 확인하며 나이에 맞춰 놀이처럼 대화를 이어가는 도구다. 향후 2~4년 안에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범용 AI 교사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자신은 아이들의 사고를 해치기보다 성장을 돕는 방향으로 AI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경험을 돌아보며 기술의 방향을 믿는 일과 개별 판단을 의심하는 일을 함께 유지하는 태도를 강조했다. AI에 대한 기대도 같은 틀에 놓여 있다. 가능성은 크게 보되 현재의 한계와 실패할 조건을 계속 살펴야 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