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샘 파는 AI 시대에도 경쟁력을 지킬 사업으로 커뮤니티를 꼽았다. 기술보다 사람 사이의 신뢰와 관계, 거래망에 주목했다.
  • 사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서로 경쟁하지 않는 회원을 모으는 설계가 중요하다. 같은 업종이라도 지역을 나누면 경영 수치를 공개하고 경험을 교환할 여지가 생긴다.
  • 수집품 커뮤니티 Moda Communities는 구매자를 모으고 심사를 통과한 판매자에게 게시 권한을 유료로 제공한다.
  • 지출이 큰 소수 고객이 다수의 무료 이용자를 떠받칠 수 있다. 다만 외부 플랫폼 의존과 반복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에는 각각의 위험이 따른다.

AI를 만들지 않는 창업자의 기회

창업·매각 경험이 있는 샘 파와 샨 푸리는 사업 아이디어 팟캐스트 My First Million에서 AI를 직접 개발하지 않는 창업자가 어떤 사업을 만들 수 있는지 이야기했다. 대화의 출발점은 AI가 발전해도 사람들이 함께 배우고 거래하려는 수요는 남는가였다.

파는 자신을 AI 전문가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AI와 함께 성장할 사업은 많다고 봤다. 그가 제시한 답은 커뮤니티였다.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대신 특정 집단이 서로 만나야 할 이유를 만들고 그 관계를 운영하는 사업이다.

두 사람은 사업자들이 경영 정보를 나누는 동료 모임과 시계와 자동차 같은 수집품을 사고파는 거래 커뮤니티를 살폈다. 두 모델 모두 회원 수만 늘리는 것보다 누구를 모으고 어떤 교환을 허용할지가 중요했다.

손익계산서를 함께 보는 사업자 모임

파가 먼저 소개한 것은 자동차 딜러를 위한 동료 모임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회원들은 연간 약 6,000~8,000달러를 내고 같은 지역에서 경쟁하지 않는 사업자들과 모인다. 핵심 활동은 복잡하지 않다. 각자 손익계산서를 가져와 항목별로 설명하고 다른 회원의 피드백을 받는다.

어떤 사업자의 수익성이 높으면 다른 회원이 운영 방식을 배운다. 비용이 지나치게 높거나 실적이 부진한 항목이 있으면 개선안을 논의한다. 추상적인 성공담 대신 실제 경영 수치를 놓고 대화하는 구조다. 파는 냉난방 설비 업체나 보트 수리점처럼 다른 업종으로도 이런 방식이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파는 공개된 회비와 회원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이 사업의 연매출을 1,300만~1,500만 달러로 추정했다. 규모뿐 아니라 운영 방식이 단순해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치과나 법률사무소처럼 사업자의 지불 능력이 있고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분야에도 비슷한 모임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여기서 비경쟁 관계는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같은 업종이라도 영업 지역이 다르면 자신의 운영 경험을 나누는 부담이 줄어든다. 푸리 역시 동료 모임을 설계할 때 충분한 지불 능력과 경쟁을 피하는 회원 구성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같은 직업을 모으거나, 다른 직업을 연결하거나

커뮤니티에서 꼭 경영 수치를 교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의사들의 재무 생활을 다루는 White Coat Investors도 언급했다. 이곳에서는 최신 의학 연구보다 임대용 부동산 구입 같은 개인 재무 문제를 이야기한다.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비슷한 소득 구조와 고민을 공유한다는 점이 연결 고리다.

반대로 지역 기반 사업자 모임 BNI는 직업이 다른 사람들을 연결한다. 회계사, 냉난방 설비 사업자, 변호사, 조경 사업자 등이 잠재 고객을 서로 소개한다. 회원들은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지만 직접 경쟁하지 않으므로 고객을 연결해 줄 수 있다.

두 사례는 회원이 얻는 가치가 다르다. 같은 직업의 모임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겪는 동료의 경험을 얻고, 서로 다른 직업의 모임에서는 고객 소개라는 사업 기회를 얻는다. 커뮤니티라는 형식보다 회원 사이에 무엇이 오가는지가 사업의 성격을 결정한다.

파는 장기적으로 여러 커뮤니티를 인수해 함께 운영하는 구상도 밝혔다. 당장 실행할 계획은 아니며 앞으로 몇 년에 걸쳐 검토할 방향이라고 했다. 여러 커뮤니티를 보유해 큰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와 현재 실적은 구분해서 설명했다.

Moda가 판매하는 것은 구매자에게 닿을 권한이다

두 번째 핵심 사례인 Moda Communities는 페이스북에서 시계, 자동차, 금, 보석 등을 거래하는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파가 전한 창업 이야기는 2018년 시계를 사고팔 적당한 장소가 없다는 불편에서 시작됐다.

파는 운영자에게 직접 물어본 내용을 바탕으로 Moda가 여러 커뮤니티에 걸쳐 약 60만 명의 회원과 12명이 넘는 정규직 직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시계 모임은 가격대에 따라 나뉘고 수집용 자동차와 금 등을 다루는 모임도 있다.

판매자로 활동하려면 돈만 내서는 안 된다. 운영자와 심사 인터뷰를 거치고 기존 커뮤니티 구성원에게도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후 판매자는 회비를 내고 상품을 게시한다. 구매 의향이 강한 수집가 집단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유료 서비스의 가치다.

파는 Moda의 연매출을 500만~1,000만 달러로 추정했다. 그는 기술만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수록 커뮤니티, 네트워크, 거래 시장의 가치가 남을 수 있다고 봤다. Moda에서는 상품 목록 자체보다 거래 상대를 선별하고 신뢰를 유지하는 운영이 그 역할을 한다.

푸리는 페이스북 그룹에 사업을 의존하는 위험도 지적했다. 플랫폼이 규칙을 바꾸면 게시물 도달 범위가 줄거나 신규 회원을 받는 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 거대한 기존 네트워크에 쉽게 연결되는 이점이 있지만 그 네트워크의 운영 규칙을 통제할 수는 없다.

소수의 큰 지출이 다수의 무료 이용을 떠받친다

Moda 사례에서 두 사람은 지출이 큰 소수 고객으로 화제를 옮겼다. 파가 전한 운영자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서비스는 무료이며 극소수의 유료 고객이 전체 운영을 떠받친다. 푸리는 이런 고객을 게임과 수집품 시장에서 쓰는 표현인 ‘고래’라고 불렀다.

푸리는 자신이 일했던 트위치의 구독 선물 기능을 예로 들었다. 이용자는 채팅방의 다른 사람들에게 구독권을 한꺼번에 선물할 수 있다. 월 5달러 구독권 200개를 주면 약 1,000달러를 쓰는 셈이다. 선물한 사람은 방송 진행자의 감사와 다른 이용자의 주목을 받는다. 푸리는 이 기능이 더 많이 지출할 의향이 있는 이용자에게 새로운 소비 방식을 제공해 채널 매출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수집품 시장에서는 희귀한 물건을 얻을 가능성이 반복 구매를 자극하기도 한다. 두 사람은 카드 팩을 앱에서 개봉한 뒤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즉시 되파는 방식을 설명했다. 50달러를 내고 팩을 열었다가 43달러를 돌려받으면 구매자는 다음 시도를 50달러 지출보다 7달러 추가 지출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푸리는 높은 매출로 소개된 금액이 실제 매출인지, 거래된 상품의 총액인 거래액인지 따져 물었다. 두 사람은 카드 구입 비용과 재매입이 섞인 구조임을 인정했다. 큰 숫자만으로 사업의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다.

푸리는 반복 결제를 정교하게 유도하는 게임 설계가 사업적으로 흥미롭지만 뛰어난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이용자에게 돈을 더 쓰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는 점은 씁쓸하다고도 했다. 신뢰받는 거래 장소를 운영하는 일과 반복 구매의 심리를 자극하는 일은 서로 다른 사업 선택이다.

두 사람이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기회는 사람을 많이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경쟁하지 않는 동료의 경영 경험, 검증된 거래 상대, 구매 의향이 높은 고객처럼 회원이 비용을 낼 이유를 만드는 데 있다. 두 사람은 AI 시대의 사업 기회도 기술 자체보다 그 관계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운영에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