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WashU 기금은 외부 운용사가 발굴한 기업을 독립적으로 검토하고 확신이 서면 직접·공동투자로 투자금을 늘린다. 윌슨은 이 방식이 지난 10년간 동종 기금 대비 성과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 스페이스X는 한때 전체 포트폴리오의 20%를 넘었다. 집중도는 최초 투자금과 이후 평가액을 구분해 관리하며 장기 보유에는 이사회의 지지가 필요했다.
- 비상장 투자를 선호하더라도 대학에 지급할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매년 전체 자산의 약 5%를 지급해야 하므로 상장·비상장 자산 배분에 제약이 따른다.
- 윌슨은 대형 AI 기업에 몰린 자금과 높은 비상장 기업가치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AI 모델의 차별화와 장기 수익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 가장 큰 후회는 가격과 보유 비중이 올랐다는 이유로 유망 기업에 추가 투자하지 않은 일이다. 반대로 과열기에 더 높은 가격을 기다리다 매도 기회를 놓친 경험도 있었다.
펀드 이름보다 그 안의 기업을 본다
20VC 진행자 해리 스테빙스는 WashU의 최고투자책임자 스콧 윌슨과 대학 기금의 운용 방식을 논의했다. 대화의 중심은 장기 성과를 내려면 어디까지 소수 기업에 집중하고 언제 위험을 줄여야 하는가였다.
윌슨이 설명한 전략은 단순하다. 좋은 외부 운용사를 찾고 그 운용사가 발굴한 기업 가운데 특별하다고 판단한 곳에 투자금을 더한다. 이후 오랜 기간 기업 가치가 커지기를 기다린다. 여러 펀드에 돈을 나누는 데서 끝나지 않고 최종적으로 어떤 기업을 얼마나 보유하는지를 기준으로 전체 자산을 관리한다.
윌슨은 취임 당시 기금이 8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쳤으며 인터뷰 시점의 전체 운용 자산은 20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친다고 밝혔다. 전환은 빠르게 시작됐다. 취임 전 수개월 동안 자산을 검토했고 첫 주에 포트폴리오 절반 이상을 환매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보유하던 헤지펀드 36~37개도 모두 정리했다. 비상장 펀드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파는 세컨더리 거래 등을 거쳐 18개월 동안 전체 포트폴리오의 75% 이상을 교체했다.
공동투자는 제안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다
비상장 포트폴리오의 절반가량이 직접투자와 공동투자였고 인터뷰 시점에는 그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공동투자는 외부 운용사가 투자하는 개별 기업에 함께 자금을 넣는 방식이다. 별도의 직접투자 전담팀은 없으며 팀원 모두가 여러 분야를 다룬다. 윌슨에 따르면 팀은 시간의 80~90%를 개별 기업을 만나는 데 쓴다.
출발점은 신뢰하는 운용사의 판단이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팀이 투자 논리를 독립적으로 확인하고 기업을 평가하며 투자 후에도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사 다섯 곳과 무엇이 다른지 구분할 수 없거나 내부에 필요한 역량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다른 기회와 비교해 그 시점에 자금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대상인지도 따진다.
기업을 찾는 방식도 적극적이다. 운용사에 가장 기대하는 포트폴리오 기업 다섯 곳을 묻고 직접 만난다. 관심이 생기면 다음 투자 라운드 참여나 주도 가능성을 논의하고 직원 보유 주식을 사들이는 거래에 참여하기도 한다. 윌슨은 이런 방식이 외부에서 들어온 공동투자 제안을 검토하는 방식보다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배정 물량을 권하는 연락만 기다리면 불리한 기회가 선별돼 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극초기 투자는 자신들의 강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고객과 대화하고 제품을 이해하며 고객이나 거래 한 단위에서 얼마를 벌고 쓰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확신을 쌓을 수 있다. 그래서 시드나 시리즈 A 투자는 많지 않다.
스페이스X 20%와 집중투자의 조건
스페이스X는 한때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윌슨은 여러 차례 현금화할 기회가 있었지만 팀이 보유를 주장했고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투자 구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정을 이어가려면 이사회가 투자 논리와 위험을 이해하는 지배구조가 필요했다.
그는 최초 투자금 기준의 집중도와 평가액 기준의 집중도를 구분한다. 기업 가치가 오르면서 비중이 커지는 일과 처음부터 큰돈을 넣는 일은 다르기 때문이다. 소속 펀드가 한 기업에 얼마를 넣었는지만 보지도 않는다. 펀드와 직접투자를 모두 합쳐 대학 기금 전체에서 해당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한다.
현재는 이런 방식으로 계산한 상위 50개 기업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윌슨은 직접·공동투자가 없었다면 지난 10년 성과가 동종 기금 평균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과는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집중투자가 늘 성공한 것은 아니다. 확신을 갖고 큰돈을 넣었던 자동화 제조 기업과 적층 제조 기업에서는 고통스러운 결과를 겪었다. 두 기업의 결말이 완전히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제조 기업을 평가하는 자신들의 역량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인정했다.
초대형 펀드보다 가까이 협력할 운용사
윌슨의 방식에는 투자 기업을 일찍부터 함께 살펴보고 이후 더 큰 투자로 이어갈 수 있는 운용사가 잘 맞는다. 초대형 펀드는 대학 기금의 자금이나 공동투자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이런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WashU는 10억 달러가 넘는 펀드에는 여러 곳 투자하지만 100억 달러가 넘는 펀드에는 투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윌슨은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과거의 투자금 대비 수익 배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봤다. 규모를 두 배로 늘리면 기업마다 투자금을 늘리거나 투자 기업 수를 늘려야 한다. 전자는 흔히 더 높은 기업가치에서 투자하게 되고 후자는 확신이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까지 포함하게 된다는 논리다.
스테빙스는 AI 기업의 막대한 자금 수요와 커진 성공 규모가 초대형 펀드에도 높은 수익을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윌슨은 비상장 단계에서 기업가치가 1조 달러를 넘는 결과라면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AI 기업이 지출하는 막대한 설비투자가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낼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봤다.
작은 펀드에도 투자할 수 있지만 조건이 있다. 펀드 자체에 넣는 금액이 전체 수익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더라도 그 안의 유망 기업에 나중에 더 크게 투자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운용사 수를 계속 늘리기보다 소수와 긴밀히 협력하는 구조다.
AI에 투자하면서도 가격을 의심하는 이유
윌슨은 후기 비상장 유망 기업에 너무 많은 자금이 몰리면서 상장시장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격이 형성됐다고 봤다. 투자자에게 현금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도 단순히 상장시장이 닫혀서가 아니라 비상장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로 상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 모델 기업의 장기 수익성에도 회의적이었다. 그는 상위 대형언어모델들이 같은 화면을 제공한다면 대부분의 일상 과제에서 사용자가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고 봤다. 기업들이 처음에는 가장 성능이 높은 모델을 쓰더라도 지출이 늘면 더 저렴한 대안을 찾고 많은 업무에는 최고 성능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료 대안이 있으면 지불 의사도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WashU는 여러 파트너 펀드를 거쳐 앤트로픽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매각하기 쉬운 단일 기업 투자 구조가 아니라 다른 기업 약 40곳을 함께 보유한 펀드 안의 지분이다. 윌슨은 해당 운용사들과의 관계를 높이 평가하며 보유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 이후 가격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손실 위험을 줄이는 헤지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에 대한 우려와 실제 보유 자산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 기업 전망뿐 아니라 투자 구조, 다른 보유 기업, 운용사와의 관계가 함께 작용한다.
장기 보유에도 대학에 지급할 현금이 필요하다
윌슨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 상장 여부보다 기업 자체를 중시한다. 그러나 대학 운영을 지원해야 하는 기금에는 현금 제약이 있다. WashU는 이동하는 5년 평균을 기준으로 대략 연 5%를 지급한다. 전체 자산의 절반만 현금화하기 쉽다면 전체의 5%를 지급하는 데 그 유동성 자산의 10%가 필요하다. 비상장 자산이 매년 일부 현금화되리라고 기대할 수는 있어도 필요한 시점에 반드시 팔린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큰 틀의 목표는 상장과 비상장을 절반씩 보유하는 것이다. 윌슨은 이런 지급 의무가 없다면 비상장 비중을 70~80%로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비상장 자산은 연복리 20%대 초중반, 상장 주식은 약 10%의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지금 비상장 자산을 무조건 늘리겠다는 뜻은 아니다. 윌슨은 인터뷰에서 최근 현금화된 자금을 상장시장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AI와 AI 인프라에 직접 관련되지 않으면서 AI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보는 분야에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처럼 장기 상승 여력을 높게 평가하는 기업도 비중이 너무 커지면 일부를 판다. 기업을 좋게 보는 판단과 대학의 지급 의무를 지키는 판단을 함께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투자를 놓친 후회와 매도를 미룬 실수
윌슨이 가장 크게 후회한 일은 성공한 기업에 투자금을 더하지 않은 것이다. 최초 투자 때보다 기업가치가 올랐거나 이미 전체 자산의 1~2%를 넘었다는 이유로 멈춘 경우가 있었다. 여전히 가장 확신하는 투자 대상인데도 과거 가격과 기존 비중에 판단이 묶였고 이 실수로 수십억 달러의 기회비용이 생겼다고 말했다.
반대편 실수도 있었다. 2020년 중반 대규모 펀드 지분을 세컨더리 시장에 내놓았지만 이후 시장이 급등하자 연말 평가액 상승을 기다려 더 좋은 가격에 팔려 했다. 과열이 영원히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매각을 늦췄고 이후 평가액 일부를 다시 낮춰야 했다.
그가 가격을 따지는 기준은 과거에 얼마를 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얻을 기업 가치다. 유럽에서도 성장률과 사업의 질이 비슷한 미국 기업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회사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격과 가치를 구분하는 판단에는 주관이 개입하므로 현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윌슨의 집중투자법은 좋은 기업을 오래 보유한다는 원칙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투자 논리를 직접 확인하고 더 살 이유와 팔 이유를 다시 따지며 대학이 필요로 하는 현금을 확보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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