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존 개버트는 1972년 이케아를 방문한 뒤, 소매업체가 제품을 설계하고 제조사에 생산을 맡기는 방식에 주목했다.
  • 아버지가 약속했던 가업 경영권 이전을 거부하자, 개버트는 자신이 보유한 가업 지분 약 30%를 룸앤보드 사업부와 맞바꿨다.
  • 처음에는 저렴한 조립식 가구를 팔았지만, 기존 고객이 더 오래 쓸 수 있는 고품질 가구를 구매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제품 방향을 바꿨다.
  • 룸앤보드는 전문 제조사들과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할인에 의존하지 않는 가격 정책과 신중한 매장 확장을 택했다.

제조사가 제품을 정하던 가구점

개버트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아버지가 세운 가구점 개버츠에서 일하며 젊은 나이에 경영을 맡았다. 당시에는 제조사가 만든 제품 가운데 소매점이 판매할 것을 고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제조사가 인기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면 매장도 상품 구성을 다시 짜야 했다. 개버트는 판매원이 전적으로 판매 수수료를 받는 구조도 고객에게 적합한 제품을 권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봤다.

1972년 유럽의 소매점을 둘러보던 개버트는 이케아에서 다른 방식을 봤다. 이케아가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조사에 원하는 사양과 가격에 맞춰 생산을 맡기는 방식이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개버츠 안에 저렴한 현대식 조립 가구를 파는 작은 매장을 만들었다. ‘풋 투게더’와 ‘홈 앤 컴퍼니’를 거쳐 룸앤보드라는 이름을 쓰게 됐지만, 초기 실적은 보통 수준이었다.

경영권 약속이 깨진 뒤의 선택

개버트에 따르면 아버지와 그는 1976년 또는 1977년 무렵, 1980년 10월 1일 개버트가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갖기로 서면 합의했다. 그러나 그날이 오자 아버지는 매각을 거부했다. 개버트가 추진한 변화가 회사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고 봤지만, 개버트는 가족을 상대로 소송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신이 보유한 개버츠 지분 약 30%를 룸앤보드 사업부의 소유권과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그가 넘긴 지분의 당시 가치는 인터뷰에서 약 80만 달러로 언급됐다. 인수 대상에는 덴버와 미니애폴리스에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 매장 약 세 곳의 재고와 매장 시설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형제자매들과도 갈등이 깊어졌고, 개버트는 적어도 10년 동안 가족을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존 고객에게서 발견한 다음 제품

독립 직후 룸앤보드의 주력은 비교적 저렴한 조립식 가구였다. 개버트는 이후 아동용 침실 가구 사업과 디자인 스튜디오 등 여러 일을 벌였다. 그는 훗날 그 시기를 사업에 집중하지 못한 실수로 돌아봤다.

1987~1988년 무렵 룸앤보드에 집중하기로 한 그는 더 큰 매장으로 옮기면서 미국산 고품질 가구를 별도 구역에 들였다. 예상과 달리 기존 고객들이 가격이 높은 제품을 선뜻 샀다. 개버트의 해석은 고객의 생활 단계가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졸업 직후 임시로 쓸 가구를 찾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 오래 사용할 가구를 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반응이 룸앤보드의 제품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전문 제조사를 연결한 설계

룸앤보드는 뉴잉글랜드와 중서부의 작은 제조사들을 찾아 협업했다. 한 철제 보안문 제조사에는 단순한 철제 테이블 틀 제작을 맡겼다. 같은 제조사는 인터뷰 당시에도 룸앤보드의 주요 협력사였다. 나무, 대리석, 유리 등 여러 상판을 그 틀과 조합해 고객에게 선택지를 제공했다.

개버트는 의자, 나무 상판, 쿠션 좌석을 잘 만드는 곳이 각각 다르다고 설명했다. 룸앤보드는 전체 제품을 설계하고 부품별 전문 제조사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추고 선택지를 늘렸다는 것이다. 미국 내 생산이 모든 가구에 유리하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는 단순한 형태의 원목 가구는 재료비 비중이 높아 국내 생산으로도 수입품과 경쟁할 수 있지만, 손이 많이 가는 복잡한 제품은 해외 생산의 비용상 이점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가격과 확장의 속도

룸앤보드는 초기 여러 해 동안 할인 행사와 고객별 가격 차이를 피했다. 개버트는 같은 제품을 사는 고객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것을 공정하지 않다고 봤다. 할인 행사로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아 배송 업무의 흐름도 더 일정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인터뷰에서는 이 가격 정책의 일부가 이후 달라졌을 수 있다고 언급됐다.

시카고 매장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 방문객도 찾아왔고, 룸앤보드는 전국 배송을 고민하게 됐다. 배송은 외부 운송업체 얼라이드 홈 무버스와의 전담 협업으로 운영했다. 개버트는 제품을 고객의 집까지 전달하는 과정도 사업의 중요한 부분으로 봤다.

매장 수나 매출 목표를 먼저 정해 확장을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로스앤젤레스의 마음에 드는 입지를 발견했을 때도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출점을 포기했다. 약 3년 뒤에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6개월 간격으로 진출했다. 일찍 시작한 온라인 판매는 모든 도시에 매장을 열 필요가 있는지도 다시 판단하게 했다.

위기 대응과 직원 소유 전환

룸앤보드는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고, 개버트에 따르면 초기에는 오랫동안 은행 부채 없이 운영했다. 그는 경기 호황기에 약 8%의 이익을 내면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시기에도 손실을 피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실제로 매출이 크게 감소했지만,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해 손실은 내지 않았다.

이후 소유권 승계 방안으로 직원 주식 소유 제도인 ESOP를 택했다. 직원들이 회사를 소유하는 방식이다. 개버트는 은행 대출 대신 기존 소유주가 매각 대금을 전액 금융으로 제공해 직원 측이 지분을 사들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매도자인 자신에게 대금 지급이 보장되지 않는 선택이기도 했다.

룸앤보드의 변화는 한 번의 아이디어로 완성되지 않았다. 제조사의 제품을 고르는 가구점에서 출발해 고객의 구매 변화에 맞춰 제품을 바꾸고, 이를 만들 협력사와 배송 방식을 구축한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