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아이로봇은 1990년 뚜렷한 주력 제품 없이 출발해 연구용 로봇 판매와 기업·정부 계약으로 운영비를 마련했다.
- 룸바는 고객이 바닥을 닦는 로봇보다 ‘진공청소기’에 더 높은 값을 매긴다는 조사 결과를 반영해 개발됐다. 2002년 출시 후 첫 3개월간 7만 대가 팔렸다.
- 이듬해 판매 부진으로 재고 25만 대가 쌓였지만, 콜린 앵글에 따르면 룸바가 등장한 펩시 광고 이후 6주 동안 25만 대가 팔렸다.
- 앵글은 초기 구매자를 넘어 시장을 넓히려면 청소 성능뿐 아니라 사용자가 청소 구역을 지정하고 작동을 신뢰할 수 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계약 연구로 버틴 첫해들
콜린 앵글은 1990년 로드니 브룩스, 헬렌 그라이너와 아이로봇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주력 용도나 고객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회사는 연구에 쓸 로봇을 찾는 기업에 바퀴형·궤도형·다리형 기계를 5천~1만 달러에 팔았다. 대금의 절반을 먼저 받아 부품을 사는 방식이었다. 앵글은 월초에 급여를 지급할 만큼의 현금을 확보하기까지 약 6년 반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기업과 공동 개발할 때는 원가 수준으로 일하는 대신 성과에서 생긴 가치를 나누기로 했다. 각자가 가져온 지식재산은 각자 소유하고, 함께 만든 지식재산은 공동 소유하는 조건이었다. 청소용 화학제품을 파는 SC존슨과는 로봇을 활용한 바닥 청소를 검토했지만 상용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연구비와 운영비를 충당하는 계약은 있었으나, 제품이 시장에 자리 잡은 것은 아니었다.
장난감과 군용 로봇에서 얻은 경험
아이로봇은 1990년대 말 하스브로와 로봇 장난감 개발 계약을 맺었다. 1999년 나온 ‘마이 리얼 베이비’는 안거나 먹이를 주는 방식에 따라 반응하는 인형이었다. 앵글의 기억으로는 약 15만 개가 팔렸다. 그는 이 사업에서 큰 이익을 내기보다 개발 비용을 충당하고 저비용 생산과 소비자 제품 제작을 배웠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회사는 궤도로 이동하는 군용 로봇 팩봇을 개발했다. 이후 팔을 장착해 폭발물 처리팀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앵글에 따르면 군에 판매한 팩봇은 수천 대였고, 그중 약 500~1,000대가 파괴됐다. 여러 분야의 작업은 아이로봇에 기술과 생산 경험을 남겼지만, 일상에서 쓰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닦는 로봇’에서 진공청소기로
앵글은 로봇을 만든다고 소개할 때마다 사람들이 언제 바닥을 청소해 줄 것이냐고 물었다고 회고했다. 직원 조 존스가 청소 로봇을 다시 제안하면서 룸바 개발이 시작됐다. 초기 시제품은 구석에 들어가도 제자리에서 방향을 바꿔 나올 수 있도록 둥글게 만들었다. 정전기 청소포를 끌고 다니는 형태여서 진공청소기는 아니었다.
고객 조사에서 이 방식에 제시된 가격은 40~50달러 수준이었다. 앵글에 따르면 배터리만 약 40달러였으므로 그 가격으로는 사업이 성립하기 어려웠다. 반면 진공청소기라면 수백 달러를 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개발팀은 회전하는 두 솔로 큰 부스러기를 모으고, 좁은 틈으로 공기를 빨아들여 먼지를 제거하는 방식을 만들었다. 제한된 배터리 전력으로 두 종류의 이물질을 처리하기 위한 설계였다.
시연이 만든 초기 판매, 광고가 바꾼 재고
2002년 출시를 앞두고 첫 유통처로 기대했던 샤퍼 이미지가 물러서자 아이로봇은 브룩스톤에 제품을 시연했다. 앵글은 회의실 바닥에 시리얼을 뿌리고 으깬 뒤 룸바로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브룩스톤은 매장 앞에서도 제품을 작동시켰다. 앵글에 따르면 룸바는 출시 첫 3개월간 7만 대가 팔렸고, 그해 아이로봇 매출은 약 1,500만 달러였다.
하지만 다음 해 판매 전망은 빗나갔다. 앵글은 2003년 말까지 그해 판매량이 5만 대에 그쳤고 재고가 25만 대였다고 말했다. 회사가 만든 첫 광고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은 채 로봇의 작동만 보여줬으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후 코미디언 데이브 샤펠이 출연한 펩시 광고에 룸바가 등장했다. 앵글은 광고가 나온 뒤 6주 동안 룸바 25만 대가 팔렸다고 회고했다. 회사는 이 경험을 계기로 제품을 설명할 마케팅 인력을 채용했다.
판매 증가 뒤에는 내구성 문제도 있었다. 아이로봇은 일반 직립형 청소기의 유럽 기준을 참고해 룸바의 수명을 150시간으로 설계했다. 앵글은 자주 작동하는 로봇청소기에는 그 시간이 짧아 일부 제품이 사용 약 6개월 만에 고장 났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해당 고객에게 새 제품을 무상으로 보냈다.
사용자가 통제할 수 있는 청소
앵글은 2008~2009년 무렵 성장세가 둔화된 이유로 경제 상황과 초기 구매자의 감소를 들었다. 그는 한때 사용자가 보거나 손댈 필요 없이 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이상적인 룸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넓은 고객층에는 어디를 청소하는지 지시할 수 있고, 물건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체계적인 이동 경로 설정, 물체 인식, 지정한 물체 주변의 청소와 작동 상태를 전달하는 방식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룸바 외 제품도 찾았다. 물걸레 로봇 ‘스쿠바’를 개발하고 잔디깎이 로봇 ‘테라’에 투자했지만, 앵글은 두 제품 모두 기대한 후속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룸바가 집 안의 방과 다른 기기의 위치를 파악하는 스마트홈 기기가 될 가능성을 봤고, 이 구상이 아마존과의 결합을 매력적으로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인수 무산 이후의 평가
진행자 가이 라즈는 아이로봇이 2020년까지 주로 룸바를 포함해 로봇 3천만 대를 팔았고, 2021년 매출이 15억 달러를 넘었다고 말했다. 앵글은 관세, 코로나19 시기의 물류비 상승과 부품 부족,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겹치며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2022년 아이로봇을 17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양사는 2024년 인수 계획을 접었다. 앵글은 미국과 유럽의 규제 움직임 때문에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 당국의 의도나 인수가 성사됐을 때 나왔을 제품에 관한 그의 평가는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에 대한 견해다.
아이로봇을 떠난 앵글은 생성형 AI를 로봇 제어에 활용하는 소비자 로봇 회사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확인되는 아이로봇의 여정은 연구 계약으로 버티던 회사가 룸바를 통해 대중 시장에 진입했고, 이후 판매·내구성·사용자 통제·경쟁이라는 서로 다른 문제를 차례로 맞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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