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에픽은 환자의 진료 이력을 모으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출발해 진료, 예약, 청구를 연결하는 병원용 소프트웨어로 확장했다.
  • 2003년 카이저 퍼머넌트 계약은 대형 병원 시스템에서도 에픽의 통합 제품을 쓸 수 있음을 보여준 전환점이었다.
  • 2009년 미국의 전자의무기록 도입 지원 정책은 시장을 빠르게 키웠지만, 기록 입력 부담과 기관 간 데이터 공유 문제도 남겼다.
  • 환자용 서비스 MyChart와 병원 간 기록 공유 기능은 에픽을 쓰는 기관이 늘수록 효용이 커지는 제품이다.

병원 곳곳의 기록을 하나로 묶다

창업자 주디는 위스콘신대 의료기관에서 여러 진료과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당시 의료진은 같은 환자가 다른 진료과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는 환자의 진료 과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이터베이스인 Chronicles를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1979년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는 1983년 에픽 시스템스로 이름을 바꿨다.

에픽은 처음부터 빠르게 성장하지 않았다. 1988년 말 고객은 24곳, 매출은 150만 달러였다. 전환점 가운데 하나는 1987년 청구 기능 Resolute의 출시였다. 진료 기록을 보험사나 정부에 비용을 청구하는 업무와 같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1992년에는 외래 진료용 화면을 갖춘 EpicCare를, 2001년에는 입원 진료용 제품을 내놓았다. 에픽의 강점은 각 기능이 따로 만들어진 시스템 사이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대신 공통 데이터베이스를 쓴다는 데 있었다.

MyChart가 환자에게 기록을 열다

에픽은 2000년 환자가 인터넷에서 자신의 의료 기록을 볼 수 있는 MyChart를 출시했다. 원격으로 기록에 접근하려는 의사용 프로젝트가 환자용 서비스로 이어졌다. 이후 예약과 대기 명단 관리 기능도 더해졌다. 진행자들은 환자가 기록을 확인하고 가족의 진료를 돕는 한편, 병원은 예약 전화를 줄이고 빈 진료 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에피소드에서 제시한 MyChart의 활성 고유 이용자 수는 1억 9,100만 명이다.

카이저 계약이 바꾼 규모

2003년 미국의 대형 의료 시스템 카이저 퍼머넌트는 조직 전체가 사용할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찾았다. 당시 카이저의 북서부 지역은 에픽의 외래 진료 제품을 쓰고 있었다. 카이저는 외래에는 에픽, 입원에는 경쟁사 서너의 제품을 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주디는 진료 기록과 청구를 끊김 없이 연결하려면 한 업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 계약은 에픽이 따냈다.

이 사업은 흔히 40억 달러 규모로 소개됐지만, 진행자들에 따르면 에픽이 받는 몫은 약 4억 달러였고 전체 금액에는 카이저 내부 인력과 전환에 따른 비용 등이 포함됐다. 대규모 도입이 진행된 뒤 다른 병원들의 관심도 커졌다. 에픽의 연매출은 2007년 5억 달러에 이르렀다.

도입 정책의 성과와 비용

미국은 2009년 법을 통해 병원의 전자의무기록 도입과 실제 사용을 지원했다. 에피소드가 인용한 수치에 따르면 전자의무기록을 쓰는 미국 병원의 비율은 2009년 9%에서 2014년 95%로 높아졌다. 이 정책은 에픽만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시장을 키웠다. 진행자들은 그중에서도 대형 병원에 통합 제품을 공급하고 도입 안정성을 강조해 온 에픽이 유리했다고 분석한다.

보급이 곧 비용 절감이나 원활한 데이터 공유를 뜻하지는 않았다. 지원 요건에 맞춘 입력 항목과 절차가 의료진의 업무를 늘렸다는 비판이 있었고, 서로 다른 업체의 시스템 사이에서 기록을 주고받는 일도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다. 반면 에픽은 자사 제품을 쓰는 미국 내 병원끼리 기록을 공유하는 Care Everywhere를 제공한다. 진행자들은 이 기능을 통한 환자 기록 교환이 하루 2,000만 건이라고 전했다.

축적된 데이터와 남은 한계

에픽은 참여 병원들의 데이터를 익명화해 모으는 Cosmos도 만들었다. 에피소드에 따르면 여기에는 환자 2억 9,500만 명과 진료 사례 150억 건의 데이터가 담겼다.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한 에픽 고객은 유사한 환자 사례를 찾거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참여 기관이 제공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진행자들이 제시한 2024년 에픽 매출은 57억 달러다. 고객은 607개 의료 시스템이며, 그 안에 병원 약 3,200곳이 포함된다. 고객이 한 번 도입하면 교체하기 어려운 핵심 시스템이 됐지만, 의료진의 기록 입력 부담과 다른 시스템과의 연동 문제는 여전히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에픽의 성장은 진료와 청구를 연결한 제품, 대형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긴 도입 과정, 전자의무기록 보급 정책이 함께 만든 결과다. 기록이 디지털로 바뀐 뒤에도 의료진의 업무를 줄이고 기관 사이에서 정보를 원활하게 공유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